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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흥사지 사리 뚜껑서 진사문양 발견돼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보존처리 결과 발표
왕흥사지 출토 석제 사리장치 뚜껑의 이물질 제거 모습

2007년 출토된 왕흥사지 목탑터 석제 사리장치 뚜껑 보존처리 결과 진사(辰砂) 문양이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끈다.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김용민)은 화강암 재질의 왕흥사지 목탑터 석제 사리장치 뚜껑 오염이 심해 지난해 10월부터 보존처리를 실시했었다. 표면 상태 확인을 위해 이물질을 제거하던 중 뚜껑 윗면에서 주칠(朱漆) 흔적이 확인됐고, 주칠이 고착된 흙덩어리 의 성분분석을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에 의뢰해 확인한 결과 진사(辰砂) 또는 주(朱)로 밝혀졌다고 4월 14일 밝혔다.

왕흥사지 석제뚜껑은 목탑터 심초석 남쪽 끝단 중앙에 마련된 사리공을 덮고 있던 것으로 가로 25㎝, 세로 19㎝, 두께 8㎝로 평면은 장방형, 단면은 지붕모양을 띤다. 학계는 중국 북위~수대의 석제사리외함에서 자주 나타나는 형태가 이미지화된 것으로 추측한다. 아랫면에는 심초석 사리공에 끼울 수 있도록 가로 16㎝, 세로 12㎝, 높이 0.8㎝의 촉과 같은 형태의 턱이 있다.

황화수은(HgS)이 주성분인 진사는 중국 진주(辰州)에서 많이 생산된다. 붉은색을 띈 모래 같아 주사(朱沙)로 불리는 전통 안료다.

왕흥사지 출토 석제 사리장치 뚜껑의 주칠 문양을 일러스트로 재현한 모습

왕흥사지 석제뚜껑에 드러난 문양은 비교적 선명하다. 문양이 그려진 면마다 모서리를 돌아가는 실선을 그렸다. 윗면은 안쪽에 3중 동심원문, 바깥쪽에 다시 2중 동심원문이 그려져 내외의 동심원문 사이에 반원문을 연속으로 시문한 모습이 연화문 또는 중국 한대(漢代) 거울에 보이는 내행화문(內行花文)처럼 보인다. 여기에 네 꼭짓점에는 삼엽문이 그려져 장식적 요소를 더했고, 옆면에는 당초문계 문양을 혼합한 형태이다.

당초문 등 식물계통 문양은 중국 남북조시대 불교미술에 융합돼 대대적으로 유행했고, 연화문과 같은 중심 문양에 장식적 요소를 더하는 보조적인 역할로 많이 사용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고구려 고분 벽화나 금속공예품, 기와 등에서 상당수 확인된다.

2008년 1월 국립부여박물관에서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의 의미’를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는 봉안 방법과 사리용기의 형태 등이 중국 남북조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 해서 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연구소 측은 “석제뚜껑에서 확인된 주칠과 문양은 절대연대를 가진 국내 최초 사례다. 붉은색 안료를 사용해 나타낸 문양은 안료의 재료적인 측면과 문양의 도상면 등 중국과의 문화적 교류 연구에 일조해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조동섭 기자 | cetana@buddhapia.com
2008-04-14 오후 5: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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