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간ㆍ소장품 부족…전시 다양화 필요
불교중앙박물관은 전시시설 1,192.1㎡(약360평), 수장고 568.2㎡(약150평)이다. 국립박물관 중 하나인 국립공주박물관의 전시실 면적 261평과 비교해도 전시실 면적은 좁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개관 당시부터 전문가들은 “불교중앙박물관이 위치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는 박물관 시설로 설계되지 않아 박물관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박물관 시설로는 천장이 낮고 방음ㆍ방습ㆍ방제 등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소장 문화재와 전시 문화재의 수도 문제다. 불교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성보문화재는 1372점(기탁유물 포함)으로 국립공주박물관의 7000여점에 비하면 20%수준이다. 불교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볼거리가 없다” “실망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러한 실정과 무관하지 않다. 불교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성보문화재 중 지정문화재는 보물 등 6점에 불과하며 전체 소장 문화재의 10%인 115점만 상설 전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관장 범하 스님은 “전시 설비는 최고 수준이지만 공간이 협소하다”며 “현재 박물관 소장 문화재에 대한 지정문화재 확장 방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 유물을 기탁한 소장처 부터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다만 불교문화재연구소의 사찰문화재 일제조사를 통해 성보문화재 중 지정문화재 지정을 늘이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또 “후원회 구성 및 성보 되돌려 받기 운동 등을 전개해 소장유물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보삼 회장(한국사립박물관협회)은 “한정된 공간에 선별된 문화재를 전시하는 것은 모든 박물관의 고민이다. 평면적 전시보다 IT기술을 도입해 영상과 3D 등 전시기법을 다양화해 협소한 공간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전시는 있어도 ‘교육’은 없다
2007년 불교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모두 3만5000여명, 이중 유료 관람객은 1만여 명으로 이들이 낸 입장료는 전체 박물관 예산 1억6000여 만원 중 10%에 해당하는 1500여 만원이다. 그마저 박물관 매표 관리 인건비 1000여 만원을 제하면 순수익은 500만원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5월부터 전국 31개 국립 중앙ㆍ지방 박물관과 현대미술관 등의 무료관람제가 실시되면 불교중앙박물관 등 사설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의 수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범하 스님은 “입장료 수입이 박물관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입장료는 박물관의 수입보다는 문화재 보호를 위한 방편”이라 설명했다. 스님은 “현재 지역사찰 성보박물관 등 불교계 성보박물관의 입장은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제한 뒤 “각 박물관마다 특성을 살려 전시회를 유치하면 관람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중앙박물관의 2007년 한 해 전시사업은 ‘개관 특별 <불보>전’ ‘석가탑 사리장엄구 특별전’ 외 상설전 뿐이었다. 특별전은 개관특별전이 3월 27일~5월 24일, ‘석가탑 사리장엄구 특별전’이 5월 18일~24일 열려 모두 2007년 상반기에 집중됐다. 하반기에는 상설전 외 행사가 전무했다.
2008년 전시계획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개관 1주년 기념 <법보>전’이 4월 29일부터 6월 29일까지 준비되고, 11월 17일부터 12월 20일까지 ‘외길 김경호 초청 사경 전시회’가 올해 전시계획의 전부다.
연간 3개의 전시프로그램 외에는 박물관 학교 등 교육프로그램이나 문화강좌 등은 계획되어 있지 않다. 교육프로그램도 60여명의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한 것뿐이다. 지난 3월 박물관을 찾은 송석호(35, 서울 영등포구)씨는 “불상 만들기나 불화 그리기 등 체험프로그램이 없어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불교중앙박물관 운영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지적하면서 “협소한 공간으로 전시 운영에 제약이 있다면,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연계된 문화상품 등이 하나도 없는 것은 분명한 문제”라고 말했다.
| |||
▨서비스마인드 이대로 안돼
현재 불교중앙박물관은 휴관 중이다. 4월 1일부터 28일까지 개관 1주년 기념 특별전을 준비한다는 이유다. 하지만 박물관측은 휴관 시작일 당일 매표소와 입구에 공지를 써 붙였을 뿐 사전 공지는 하지 않았다. 불교계 언론은 물론이고 조계종 홈페이지에도 휴관 공지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일일 평균 10여명의 관람객이 찾는다지만 4월 28일까지 300여명이 불교중앙박물관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릴 것은 자명한 일이다.
조계종 총무원의 한 교역직 스님은 “사전 공지 없이 휴관하는 것은 관람객에 대한 기본 예의가 아니다. 전시실을 한 곳씩 막고 특별전 준비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전체 휴관을 감행한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개관 1년이 지나도록 홈페이지가 개설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박물관은 올해에서야 홈페이지 제작과 관련한 예산을 배정해 6월 이후 홈페이지를 개설할 예정이다. 불교중앙박물관 이용진 팀장은 “박물관이 2007년 3월 개관했지만 정규직 발령은 2007년 7월 이후에나 이뤄져 홈페이지 등을 제작할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교중앙박물관이 2007년 <도록>을 발간한 사실로 볼 때, 홈페이지 등을 통한 홍보 활동에 무심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 지역사찰 성보박물관과 연계 요원
불교중앙박물관의 설립 취지 중 하나는 조계종 성보박물관의 허브로 전국 34개 성보박물관과 연계에 있었다.
범하 스님은 작년 12월 17일 열린 제4회 종교박물관ㆍ미술관 학술심포지엄에서 ‘불교중앙박물관의 전망과 과제’의 주제발표에서 “불교중앙박물관은 성보문화재의 보존과 관리에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산하 성보박물관의 중앙기구로 각 성보박물관 간에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각 성보박물관이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범하 스님의 주장은 불교중앙박물관 개관 1년이 지난 지금도 원론에 머물고 있다.
불교중앙박물관의 문화재 보존처리 인력은 지류(紙類) 전문가 1인뿐이다. 목조와 석조 등 소재별 전문가가 없을뿐더러 1인으로는 불교중앙박물관만의 지류로 된 성보 관리도 벅차 보인다. 지역 성보박물관과의 네트워크 구성도 빈약하다. 2007년 이후 현재까지 성보박물관장 회의는 단 두 차례 열렸다. 범하 스님은 “2008년에는 2~3회 이상 성보박물관장 회의를 개최해 보다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몇 곳을 제외한 대다수 성보박물관의 관장이 공석인 현실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교계 관심과 지원 확대 절실
2007년 7월 10일 제정된 ‘성보박물관의설립및운영에관한령’에는 ▲종단 성보문화재의 전시 및 홍보 ▲종단 성보문화재의 보존관리ㆍ복원 ▲종단 성보문화재를 통한 포교 및 사회교육 ▲종단 내 성보박물관에 대한 지도 및 지원 등으로 불교중앙박물관의 역할을 명시했다.
그동안 조계종 문화부 일반회계였던 불교중앙박물관의 재정이 조계종 특별회계에 편입된 것도 독립기구로서 불교중앙박물관의 위상이 높아진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종령에 명시된 역할 진행에 현재의 예산과 인력은 역부족이라는 것이 교계의 중론이다. 한 전문가는 “종단 지원금에 의지해야 하는 불교중앙박물관 재정 규모는 종단의 성보문화재 인식수준을 가늠하게 한다”며 “종회의원 스님부터 성보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높이 가져 불교중앙박물관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불교중앙박물관의 인력은 교역직과 2명과 일반직 3명 등 6명이 성보문화재 관리, 보존부터 성보박물관 지도ㆍ교류까지 광대한 업무를 수행중이다. 예산은 교계인식 확산으로 쉽게 늘일 수 있다. 하지만 전문인력 확보는 상당한 시일을 요한다. 한 전문가는 “성보 관리의 주체는 결국 출가자일 수밖에 없다. 중앙승가대 등 승가 문화재 관리인력 양성을 확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불교중앙박물관 첫돌, 지난 1년 부진했던 활동을 반조해 이름처럼 불교 ‘중앙’ 박물관에 걸맞는 위상으로 거듭나 성보문화재를 통한 포교의 시대를 활짝 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