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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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장애인 차별하면 법적 제제 받을 수 있어
장애인차별금지법시행, 불교계는?
4월 10일 장애인차별금지실천연대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차법 시행을 앞두고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복지시설에서 기거하고 있는 지체장애인 A(45ㆍ여)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자원봉사자들이 A씨의 허락도 받지 않고 목욕 장면을 사진촬영 한 것. A씨는 불쾌감을 느꼈지만 어쩔 수 없이 참아야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사건이 묵인될 수 없게 됐다. 제28회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을 앞두고 장애인들에게 의미 있는 법령이 4월 11일 시행됐기 때문이다. 바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이다.

장차법은 총 50조에 3개의 부칙으로 이뤄져 있는데 장애인 차별을 폭넓게 금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리고 차별의 영역을 ▲고용 ▲교육 ▲재화ㆍ용역의 제공 및 이용 ▲사법ㆍ행정절차 및 서비스와 참정권 ▲모ㆍ부성권, 성 등 가족ㆍ가정 ▲복지시설 및 건강권 등의 여섯 가지 영역으로 규정해 생활상 ‘실질적인’ 차별을 금지토록 했다. 앞으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를 할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과 법무부의 시정명령을 거쳐 최대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을 수 있다. 악의적으로 차별행위를 할 경우에는 사법기관에 고발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장차법이 시행되기까지는 장애인차별금지실천연대의 노력이 컸다. 2002년부터 장애인들과 함께 시민사회단체, 법조인 등이 협력해 만든 이 단체는 긴 투쟁끝에 2007년 3월 장차법 제정을 국회에 통과 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차별금지실천연대를 비롯한 장애인단체들은 법령 시행 하루 전인 4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유는 ‘장차법의 실효성 쟁취’를 위해서였다. 이들에 따르면 “장차법이 시행될 경우 주 업무기관이 보건복지가족부와 국가인권위원회인데 인권위는 장차법 시행 하루 전까지도 당초 약속했던 행정인력 20명을 충원하지 않고 있고, 보건복지가족부는 시행 하루 전날임에도 (확정된) 시행령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게다가 이들은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당초 우리가 요구했던 조항이 상당부분 가위질 당한 것”이라며 분노했다.

장애인의 사회적 차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 장애인 여성의 모습.
법이 시행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일반인이 장차법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은 물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법의 시행 의미가 사회 속에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차별당해 온 장애인들이 온전히 자신의 권리를 되찾도록 하기 위함이라면 당연히 이 법에 대해 주지하고 있어야 실질적 집행이 가능하다.

또 다른 문제는 생활 속에서 어디까지가 장애인차별인지 그 확실한 경계가 없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사례 수집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차별금지연대에서도 4월 21일까지 ‘진정인단’을 모집해, 실제 사회에서 어떠한 차별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그 심각성을 고발할 예정이다.

이 법이 시행될 경우 불교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우선, 장차법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금지하고 있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종단 차원에서 장차법이 무엇인지 면밀히 조사해 각 시설은 물론 종무원 및 사찰 종사자들에게도 알려야 한다. 왜냐하면 장차법에서 논의하고 있는 장애인 차별의 영역이 상당히 넓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위법행위로 간주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찰에서 특히 신경써야 할 부분은 장애인들의 ‘접근성’ 문제다. 이는 물리적 접근성과 심리적 접근성 모두 해당된다. 장애인들이 사찰을 찾고자 할 때 사찰에 경사로 등의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는 경우, 법회에서 수화 등의 장애인 통역이 없는 경우도 장애인차별이라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장애인협회 제도개선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북장애인복지관 조석영 사무국장은 “이용시설의 경우는 시행령이 발표되면서 지침서가 내려오고 내부적으로도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지만 생활시설의 경우, 상당한 문제점이 발생할지 모른다”면서 “장애인 당사자가 만들어낸 법이라 엄청난 효과가 클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불교계에서 당장 시급한 문제는 장애인의무고용문제로 장차법을 바라보았을 때 개별 사찰, 총무원 등이 여기 걸릴 수 있다”며 “불교계 전체에서 이에 대한 연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장차법 시행 후 당장 바뀌는 것들

1. 공공기관이 주최ㆍ주관하는 행사(법 제21조 2항)
장애인이 행사 개최 7일 전까지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 수화통역사, 문자통역사, 음성통역사 또는 보청기기 등 의사소통에 필요한 수단을 제공받을 수 있음.

2. 사법ㆍ행정서비스(법 제26조)
공공기관에서 사법ㆍ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시, 장애인은 사법ㆍ행정절차 및 서비스의 이용과 참여를 위해 보조인력, 점자자료, 인쇄물음성출력기기, 수화통역, 대독, 음성지원시스템, 컴퓨터 등을 제공받을 수 있음. 또한 사법기관은 장애인이 인신구금ㆍ구속상태에서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함.

3. 참정권의 보장(법 제27조)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시설ㆍ설비, 참정권 행사에 관한 홍보ㆍ정보전달, 장애 유형이 고려된 선거용 보조기구의 개발ㆍ보급, 보조원의 배치 등의 편의를 제공해야 함.

4. 고용(법 제11조~12조)
기존 장애인고용촉진법상 규정(채용, 승진 등)에 추가적으로 정년ㆍ퇴직ㆍ해고 시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음. 또한 채용 전 장애인 여부 조사를 위한 의학적 검사를 받지 않으며, 직무상 필요한 의학적 검사시에는 비용을 사용자가 부담해야 함.

5. 재화ㆍ용역 제공의 차별금지(법 제15조)
재화ㆍ용역 등의 제공자는 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실질적으로 동등하지 않은 수준의 편익을 주는 물건, 서비스, 이익, 편의 등을 제공하여서는 안 되고, 장애인이 해당 재화ㆍ용역을 이용해 이익을 얻을 기회 박탈를 박탈할 수 없음.

6. 토지 및 건물의 매매ㆍ임대의 차별금지(법 제16조)
토지 및 건물의 소유?관리자는 매매, 임대, 입주, 사용 등에 있어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ㆍ배제ㆍ분리ㆍ거부 않아야 함.

7. 금융상품 및 서비스 제공의 차별금지(법 제17조)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ㆍ배제ㆍ분리ㆍ거부 않아야 함.

8. 시설물 이용, 이동 및 교통수단(법 제18~19조)
보조견 및 장애인 보조기구와 함께 시설물에 진입하고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음. 또한 장애인은 이동 및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보조견ㆍ장애보조기구를 반입ㆍ이용할 수 있고 그를 이유로 불리한 요금을 적용받지 않음.

9. 정보통신ㆍ의사소통(법 제21조 3항)
방송사업자 등은 제작물과 서비스 접근권 보장을 위해 자막, 수화, 점자 및 점자변환, 보청기, 큰 문자, 화면읽기ㆍ해설ㆍ확대프로그램, 인쇄물음성변환출력기, 음성서비스, 전화 등 통신중계서비스를 제공해야함.

10. 가족ㆍ가정ㆍ복지시설 차별금지(법 30조)
장애인이란 이유로 양육권, 친권의 지정을 제한ㆍ박탈을 금지하고 입양기관은 장애를 이유로 입양할 수 있는 자격 제한을 하지 않아야 함. 복지시설 등은 장애인의 시설 입소를 조건으로 친권포기각서를 요구하거나, 시설 생활 중 외부와의 소통권 제한을 하지 않아야 함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8-04-11 오후 7: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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