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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인들의 평화는 어디에…
티베트평화연대-아시아인연대 집회 현장
비가 내렸던 4월 9일 티베트인들의 평화를 기원하는 집회가 명동에서 진행됐다. 사진=박재완 기자

온 세계 사람들에게 정신적 지주의 표상이 된 티베트. 1956년 중국에 ‘시짱(西藏)자치구’라는 이름으로 편성된 후에도 티베트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의 일부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해왔다. 그런 티베트에서 날아오는 요즘 소식, 우울하기 그지없다. 3월 14일 티베트 수도 라싸 라모체사원에서부터 스님과 시민 수천 명이 중국정부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며 시위했으나 중국정부는 티베트인들을 무력으로 진압했다.

최근까지 티베트인들이 유혈사태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됐다는 외신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올림픽 개최 자질 논란, 성화 봉송 저지, 티베트의 자유를 촉구하는 시위가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50여개의 종교ㆍ시민사회단체들이 ‘티베트평화연대’를 조직, 티베트인들의 자유와 독립을 향한 열망에 조금이나마 부응하기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4월 9일 제18대 국회의원 총선이 있던 날, 티베트평화연대는 서울 명동거리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날 티베트평화연대가 내건 티베트의 평화를 염원하는 현수막. 사진=박재완 기자

“티베트에 자유를! 인권을! 평화를!”

명동 중심가에서는 살짝 벗어난 명동지하철역 3번 출구 앞. 임시휴일을 맞아 오후 3시에 시작된 연대행사에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었다. 참여대열에서 중앙승가대 학인 스님들과 수녀님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을 비롯한 150여명의 참여자 손에 ‘티베트에 평화를’ 문구가 새겨진 풍선 또는 티베트의 깃발이 쥐어져 있었다.

이날 티베트평화연대 모임의 또 다른 이름은 ‘티베트 평화를 위한 아시아인의 연대’였다. 우리 국민들뿐만 아니라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아시아의 타 국가인들도 함께 이날 행사에 참여, 티베트인들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인 셈.

먼저 티베트평화연대 정웅기 대변인이 이날 모임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티베트로 가는 도로 등이 모두 봉쇄돼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지난 한달 동안 중국정부는 모든 일을 공식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고 티베트로 들어가 조사할 수 있기를 요구해야 합니다.”

이어 네팔에서 온 티베트인 뻰징씨, 방글라데시인 로넬씨, 미얀마인 조모아씨가 차례로 왜 이 모임에 참여하게 됐는지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뻰징씨는 조국이 고립돼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을 호소하기 위해, 로넬씨는 수많은 민족이 힘의 논리에 의해 세계 곳곳에서 억압받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려, 조모아씨는 ‘버마 민주화운동’과 티베트의 자유화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하고 싶어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가 끝날 무렵 티베트평화연대 및 집회 참가자들은 중국 영사관 앞 골목까지 침묵을 지킨 채 자비명상에 들어갔다. 사진=박재완 기자

“중국의 한쪽에서는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또 다른 한쪽에서는 티베트인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중국에 평화가 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한국분들, 한국에서 누리고 있는 평화를 조금만 나눠주세요. 다른 아시아국가의 평화에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소 서툰 한국말이지만 이들의 진정성은 충분히 통하고도 남았다. 다들 절박한 상황 속에서 발언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이 발언하는 동안 빗방울이 듣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인 사람들의 집중력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것은 티베트 출신 가수 까락씨의 문화공연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티베트 전통악기 ‘다녠(기타와 비슷함)’을 연주하며 ‘Free Tibet(프리 티베트)’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저 멀리 고향에서 고통 받고 있는 동포들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모인 사람들도 뜨거운 박수로 티베트인들을 향한 응원의 마음을 보냈다.

이날 행사에는 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임순례 감독도 참석, 티베트의 자유와 독립을 외치기도 했다.

모임 중간중간에는 현재 티베트의 상황과 한국 위정자들의 티베트 사태에 대한 대처 등을 알리는 시간도 여러 차례 있었다.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우리 정부가 어떤 입장발표도 내놓지 않은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컸다.

이날 문화 공연을 열었던 티베트 가수의 모습. 사진=박재완 기자

집회가 어느 정도 갈무리되자, 이들은 중국 영사관 쪽으로 걷기명상 시간을 가졌다. 조용하게, 그러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이들은 한걸음씩 내디뎠다. 희생된 티베트인들을 추모하고 세계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며.

이들의 행진에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주민들이 비가 오는 중에도 이날 행사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어머니는 초등학생 딸에게 “티베트가 중국에 흡수돼 나라를 잃었다. 우리도 한 때는 나라를 뺏겼던 경험이 있으니 이런 행진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한다”고 가르쳐주기도 했다.

이들의 모임은 티베트의 자유를 외칠 때를 제외하고는 매우 조용하게 진행됐다. 마치 티베트인들이 지금까지 그래왔듯. 평화를 원하면서 폭력을 반대해온 그들이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자는 취지가 그대로 살아있었다. 이날 행사는 단지 눈으로 보여주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이 하나의 세계에서 함께 살기 위한 몸짓이었다는 것을 참석자들은 알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들의 외침은 공허하지 않았다.

“티베트를 티베트인들에게 돌려주세요!”

<티베트평화연대 이후의 일정들>

* 4월 16일 오후 7시~9시 서울 조계사 극락전에서 ‘티베트 평화를 위한 기도회’가 열린다. 불교ㆍ개신교ㆍ천주교ㆍ원불교 4개 종교 성직자와 신도들이 모여 티베트 희생자를 위로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회다. 기도회는 각 종교 고유 의식에 대한 설명과 기도(종교별 10분), 티베트 스님들과 함께하는 기도회로 각각 진행된다.

* 4월 23일 오후 7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 촛불문화제
지금도 월~금요일 7시에 티베트인과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촛불시위를 펼치고 있는데 티베트평화연대도 이날 이들과 함께 할 예정이다.

* 4월 27 티베트 평화를 위한 ‘평화의 성화 봉송’
베이징올림픽 성화가 봉송되는 이날 티베트평화연대와 평화를 사랑하는 단체 및 시민들이 연합, 평화의 성화를 별도로 봉송한다.(장소, 시간 미정)

* 인터넷에서 티베트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면?
씽크티벳(http://thinktibet.cyworld.com)에 접속하면 된다.
글=김강진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8-04-11 오후 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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