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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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죽는 것=잘 사는 것!
웰다잉 지도자 양성과정 성황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서 진행되고 있는 웰다잉 강사 양성 과정 수강생들이 진지한 태도로 수업에 임하는 모습.

“어느 날 자다가 편안하게 눈 감았으면 좋겠어.”

그 누구도 출생 환경을 선택할 수 없듯, 죽음 역시 자살을 제외하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자신이 언제 어떻게 죽을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잘 죽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소망이다.

이미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C.O.E.(Center Of Excellenc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부지원을 받아 설립된 동경대 종교학과내 생사학연구소에서 죽음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사회 전반에서 ‘죽음’이 금기시 되던 분위기를 깨뜨리고

‘제대로’ 죽는 문제가 사람들에게 절실히 필요해졌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불교계에서도 ‘잘 죽는 법’을 가르치는 곳이 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불교사회복지연구소에서 ‘죽음에 관한 연구’를 하나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불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웰다잉(Well-dying) 교육강사양성 프로그램’을 내놓고 3월 31일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다. 즉, ‘죽음’이라는 개념을 체험과 지식 양면 모두에서 구체화시키는 것이다.

매주 2회 오후 7시부터 10주 동안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월요일에는 조계종 사회복지재단과 산학협력을 맺은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오진탁 교수의 웰다잉 체험교육으로, 수요일에는 사회ㆍ종교 학자를 비롯해 회향ㆍ장기기증ㆍ유산사회환원ㆍ호스피스 활동 등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인사들의 강연으로 이어진다.

불교사회복지연구소에서 ‘죽음’ 연구라니 좀 뜬금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삶과 종교는 분리될 수 없다. 그리고 복지는 살아있는 동안 행복하게 살기 위해 충족돼야 할 모든 분야에 걸쳐 있는 영역이다. 정신적으로 모든 사람이 행복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불교의 궁극적 목표이자 복지의 최고점일 것이다. 행복한 삶으로 가꾸기 위해서는 인간이 필연적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는 죽음의 문제도 진지하게 성찰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이해한 불자들을 많이 배양시켜 사회 속에서 제대로 작용하도록 돕는 역할도 반드시 필요하다. 불교사회복지연구소에서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죽음’을 바라보며 웰다잉 교육강사를 양성하려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 통했는지 프로그램에 대한 불교계 내 관심이 뜨겁다. 현재 강좌에는 사찰 스님 10여명과 재가불자 직장인 20명 등 총 30명이 등록했다. 원래 정원은 25명이었으니 ‘초과 달성’인 셈이다. 여기에 아직 시기도 확정되지 않았으나 벌써 ‘2기 회원’으로 등록하겠다는 전화 문의도 많다.

종교적 사회적 입장에서 본 죽음이란 무엇일까. 웰다잉 강사 양성 과정에서는 이같은 이론강의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불교계에서 볼 수 없었던 ‘웰다잉’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새롭긴 해도 불자들에게 이렇게까지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프로그램이 이 시대, 지금 현재 꼭 필요한 것일까. 그에 대한 비교적 적절한 답변(죽음이 무엇인지 완벽히 알 도리는 없기에)은 4월 2일 펼쳐진 서울대 종교학과 정진홍 명예교수의 강의에서 들을 수 있었다.

정 교수는 “잘 죽는 것과 잘 사는 것은 전혀 다르지 않은 문제”라 잘라 말한다. ‘태어난’ 존재는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는다. 그것이 육체의 소멸에 불과할지라도.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자명한 명제에 대해서야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죽음은 경험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나와는 상관없는 타인의 죽음, 즉 거리가 먼 죽음으로부터 부모, 배우자, 자식의 죽음으로 ‘나’라는 개체로 한 없이 다가온 가까운 죽음에 이르면 두려워지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이를 개념적으로 설명하고 이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한 올바른 가치 정립이 없으면 여기서 이미 힘들어집니다. ‘죽으면 다 끝인데’ 내지는 ‘어차피 죽을 것’이라는 식의 회의론적 생각에 빠져들기 쉽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되면 감정적으로 두렵고 원망스럽고 도망치고 싶어집니다.”

그렇다면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어떠해야할까. 정 교수는 “죽음을 외면하기보다 직면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끔씩은 인생의 길에서 멈춰 서 ‘나의 죽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죽음 문제 때문에 우리 삶이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다.

한편 불교사회복지연구소 임해영 실장은 이번 프로그램의 의미에 대해 “교육이 지식과 체험이 함께 이뤄지는 만큼 강사 본인이 철저히 변화하는 과정을 느끼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원래는 시민교육프로그램 개발 차원에서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앞으로 배출되는 강사들을 적극 활용하면 사찰교육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02)723-5101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8-04-07 오후 5: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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