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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강화의 대지를 적신 다음 날인 4월 3일, 강화군 길상면 길상공설운동장에 지역 어르신 800여 명이 모였다. 전등사(주지 혜경)가 주관하는 ‘제3회 전등사기 전 강화 노인게이트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오전 8시 경기장에 도착한 이상식(74, 하점면) 할아버지는 “날씨도 좋고 마음도 좋다”며 게이트볼 스틱을 높이 들어보였다.
전등사가 지난 2006년부터 지역 화합 도모와 어르신 건강 증진을 위해 개최하고 있는 게이트볼대회는 올해로 3회를 맞았다. 읍ㆍ면ㆍ리 단위별로 게이트볼팀이 구성되어 있을 정도로 게이트볼의 인기가 높은 강화 지역의 특성에 착안해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잔치 마당을 열게 된 것이다. 올해는 농번기를 피해 대회 일정을 한 달 정도 앞당겼다. 대부분 농사를 짓는 어르신 선수들이 한 명이라도 더 참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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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사는 대회의 제반 경기와 상금, 기념품 마련 등은 물론 이날 1200여 명 분의 점식식사와 과일, 떡 등도 준비했다. 80여 명의 신도회 자원봉사자들이 1개월 전부터 직접 행사를 계획하고 음식을 마련한다. 지역 사암연합회 소속 사찰들도 떡과 간식 등을 십시일반 보탰다. 경기장 한쪽에서는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자원봉사자들이 무료 진료를 실시했다. 아파도 병원 한 번 가기 쉽지 않은 어르신들에게는 그야말로 일거양득인 셈이다.
대회는 오전 8시부터 시작돼 예선을 통과한 73개 팀이 12코트로 나눠 경기를 치렀다. 선수도, 심판위원들도 60~80대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라 경기 내내 웃음과 여유가 넘쳐흐른다.
“아이고, 좀 더 세게 쳤어야지.” “공을 이쪽으로 놓고 쳐.” “저 양반은 귀가 잘 안 들려. 크게 얘기해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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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팀의 실수도 마치 내 일인 듯 아쉬워하는 탄식이 절로 터져 나온다. 윤경애(77, 흥왕면) 할머니는 “게이트볼 대회에 참가하러 중국도 가고 제주도에도 가 봤지만, 전등사에서 하는 행사만큼 어른들을 잘 모시는 곳이 없다”고 말한다. 13년째 게이트볼을 즐기고 있는 윤 할머니는 “전등사 1회 대회 때부터 줄곧 선수로 참가해왔다”며 “절에서 자비의 마음으로 잔치를 열어 주니 더 없이 고마울 따름”이라며 밝게 미소를 지었다. 행사를 주최한 국민생활체육 강화군게이트볼연합회 전동결 회장은 선수들에게 “종교를 떠나 부처님 도량에서 경기를 펼치는 만큼 자비심을 가지고 경기를 즐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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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 형식으로 경기가 진행되는 틈틈이 어르신 선수들은 전등사 신도회가 준비한 점심을 먹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신도회 김학수(68) 고문은 “어르신들이 오랜만에 모여 이렇게 어울리고 즐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며 “강화 지역에 큰 교회도 많지만 사찰에서 앞장 서 이런 자리를 만듦으로써 지역 분위기를 바꾸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날 오후 5시까지 계속된 경기에서 우승은 난정A팀이 차지했다. 우승팀과 준우승팀, 3ㆍ4위 등 총 8개 팀에 총 500여 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전등사 주지 혜경 스님은 “지역 어르신들을 모시고 행사를 하게 돼 기쁘다”며 “전등사는 앞으로도 지역민, 더 나아가 국민들의 쉼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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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볼이란?>
게이트볼은 T자형 스틱으로 볼을 쳐 경기장 내 3개의 게이트를 차례로 통과시킨 다음 골폴에 맞춰 득점하는 경기다. 13세기 경 프랑스 남부 농민들이 개발한 운동으로 현재 유럽과 일본 등에서 생활 스포츠로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1980년대 초반에 보급돼 현재 전국적으로 30여만 명 정도가 즐기고 있다. 특히 신체에 큰 무리를 주지 않아 노인들에게 적합하며, 특별한 시설 설치가 필요 없어 학교 운동장이나 공터 등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