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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현장에 다니다 보면 몸이 몇 개인지 의심스러운 봉사자가 있다. 심귀남(사진ㆍ67)씨도 그런 봉사자 중 한 명이다. 지난번에는 분명 A장소에서 봤는데 다른 복지현장에 가면 또 그를 목격하게 된다. 그는 말이 많지도 않고, 나서기 좋아하는 성미도 아니다. 말을 걸면 항상 반가움이 묻어나는 부드러운 얼굴로 웃을 뿐이다. 그야말로 복지현장에서 좋아하는 봉사자의 유형이 바로 심씨다.
심씨가 어떻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된 순간, 입이 딱 벌어진다. 그 동안 왜 그렇게 자주 만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되기도 한다. 화요일에는 중계노인복지관에서 뜸 봉사를, 수요일에는 종로노인복지관과 서울노인복지관에서 격주로 급식봉사를, 목요일에는 동부시립병원 환자 옷 정리 봉사를 한다. 이어 금요일은 경희의료원 현관 안내 봉사, 주말은 영등포 보현의집에서 급식봉사를 진행한다. 월요일에는 쉬는가 싶었더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에는 서계 보현의집에서 저녁 식사 준비를 한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쉬는 날이 없다. 뿐만 아니라 하루 전체가 봉사다.
“아침에 일어나면 좀 피곤하다, 싶을 때도 있어요. 그래도 힘들다고 생각하면 못합니다. 몸이 성할 때 부지런히 다녀야지요.”
심씨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약 20년 전, 조계사에 다니면서부터다. 무교이던 그에게 친구가 어느 날 함께 다니자고 해서 맺은 사찰과의 인연이 바로 봉사로 이어졌다. 조계사에서 청소, 공양 준비 등을 돕는 봉사를 바로 시작했으니 말이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생기고 부터는 재단에서 시행하는 봉사자 기본교육에서부터 발마사지, 경락, 한방요법 등 각종 기술 교육은 모두 이수했다.
“절에 다니면서 불자로 살아가며 가장 중요한 것이 ‘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보시도 물질 보다는 몸으로 하는 보시가 중하다는 가르침을 받고 실천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늘어난 봉사가 이렇게 삶을 온통 채우고 있다. 그는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무척 쑥스러워하며 “같이 봉사다니는 사람들이 잘해주고 나보다 잘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라고 대꾸한다.
요즘 봉사하면서 그는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중계노인복지관에서 침뜸 봉사를 하면 어르신들이 가끔 몸이 좋아졌다고 고마워 하니, 그게 또 너무 보람 있고 좋은데 영등포ㆍ서계 보현의집에서 활동하는 시간에는 “같은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할까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보현의집에서 반찬 하나하나에 신경 쓰게 되는 것도, 그들이 ‘고맙다’ 말 한마디 하는 것에 뭉클하게 되는 것도 봉사를 하기에 가능한 것임을 심씨도 잘 알고 있다.
“가끔 젊은 시절에 ‘복지’라는 것을 알았다면 전문적으로 교육받아 복지시설도 제대로 해볼 수 있었을 텐데 싶어요. 하지만 저는 현재에 만족합니다. 부지런히 갈 곳이 있으니 행복해요.”
이렇게 바빠도 그는 거의 매일 조계사에서 기도를 한다. 절에 못 나오게 되더라도 하루 1번 <금강경> 독송은 빼놓지 않는다. 그것이 봉사자로서의 삶을 지탱해주는 힘이라 심씨는 굳게 믿고 있다.
“봉사를 하다 보면 누구든 다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런데 그 고비를 잘 넘기고 교육도 받고 하면 봉사가 그야말로 즐거워집니다. 봉사를 너무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고 같이 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