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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176회 중앙종회(의장 자승)의 최대 관심사로 손꼽히던 ‘포살및결계에관한법(이하 포살결계법)’이 가결됐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대운하 사업 반대와 티베트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중앙종회 명의의 성명서도 채택됐다.
또한 원로회의 의원의 자격조건을 현행 연령 65세에서 70세로 상향조정하고, 중임이 가능했던 임기를 10년 단임제로 바꾸는 종헌개정안이 가결됐고 ‘불기2551(2007)년도 중앙종무기관 세입세출 결산안’도 원안대로 통과됐다. 일반회계는 세입 188억, 세출 170억원이며 특별회계 세입은 115억원이다.
그러나 주목을 끌었던 직능직 종회의원 선출 기준을 강화한 ‘중앙종회의원선거법 개정안’은 논의도 이뤄지지 못한 채 차기로 이월됐고, 종회의원의 동국대 이사 겸직 금지를 포함한 ‘종헌개정안’은 11표가 모자라 부결됐다. 무기명 투표에 71명이 참여한 결과 찬성 42표, 반대 29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종헌 개정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인 53표 이상을 얻어야 한다. 94ㆍ98년 사태의 멸빈자 사면을 가능하도록 한 종헌 부칙 개정안 역시 부결됐다.
이 밖에 초심호계위원에 승오 스님을, 직능대표선출위원에 명신(통도사) 종렬(화엄사) 통광(범어사) 도진(직지사) 지선(백양사) 성타(불국사) 스님 6인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또한 도문 지종 명선 월서 혜승 정무 현해 고우 법흥 무진장 스님에 대한 대종사 법계 특별전형에 동의하고, 각종 특별위원회 구성 및 위원장 선출은 의장단에 위임했다. 국가마다 다르게 쓰이는 불기(佛紀)의 통일을 위한 협의기구 조직 창설 제안서도 채택됐다.
■ 포살결계법 예외대상 확대ㆍ포살횟수 축소
지관 스님 4시간 자리 지키며 강한 의지 보여
▶포살결계법 제정에 강한 의지
이번 종회의 최대 이슈는 역시 ‘포살및결계에관한법(이하 포살결계법)’이었다.
대중결계와 포살법회 정례화는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취임 당시 내건 공약 중 하나다. 2007년 1월 열린 총무원장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포살법회 정례화는 종단 주요 의제로 제시됐다. 그러나 지난해 종단 안팎으로 발생한 여러 사태로 논의가 이어지지 못하다 가을 이후 총무원이 법안 마련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관 스님은 올해 1월 중앙종무기관 교역직ㆍ일반직 종무원을 상대로 결계와 포살에 대해 설명했고,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종단 역점과제 중 첫 번째 사업으로 꼽았다. 총무원은 ‘대중결계와 포살ㆍ갈마 시행안’을 담은 홍보물 1000부를 제작해 각 교구 본사에 보내는 등 홍보에 나섰다.
이러한 포살결계법 제정이 급물살을 탄 건 3월 18일 열린 176회 중앙종회에 ‘포살 및 결계에 관한 법’ 제정안을 제출하면서 부터다. 제정안은 중앙종회 종헌종법제개정특별위원회의 심의 후 종회 안건으로 제출됐고, 총무원은 2월 28일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포살결계법 제정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종회 개회 당일 인사말을 통해 “종단 승가대중의 결계와 포살을 확대 정례화하는 제도를 만들어 시행해야 할 때”라며 “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포살결계법을 제청했으니, 세심한 판단과 논의를 통해 심의ㆍ통과시켜주실 것을 간절히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이례적으로 포살결계법 논의가 이뤄진 20일 본회의에 참석해 4시간 가까이 자리를 지키며 법 제정 취지를 설명하고 종회의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본회의에서 일부 종회의원 스님들이 “법 제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전 종도를 대상으로 하는 법을 제정하면서 종도들의 의견을 구하고 공청회 등 홍보절차를 밟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포살결계법 대상과 횟수, 권리제한 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종회는 30여 분간 정회한 채 수정안 합의를 시도했다. 결국 합의한 수정안의 자구수정을 거쳐 4시간 여 만에 만장일치로 법안이 가결됐다.
▶포살결계법 어떻게 시행되나?
종회를 통과한 ‘포살및결계에관한법’은 종단에 소속된 모든 사미ㆍ사미니, 비구ㆍ비구니를 대상으로 하던 처음 법안에서 한 걸음 물러나 승납 30년 이상, 연령 60세 이상, 법계 종사 이상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스님을 예외로 해 참여대상을 축소시켰다. 포살법회의 시행횟수 또한 결제기간 동안 월 1회 이상 개최에서 결제기간 중 1회로 변경됐다. 이는 한 해 6회에서 2회로 대폭 줄어든 것이다.
결계신고는 1년에 2회 결제일까지 거주지 관할구역 교구본사에 해야 하고, 결제기간 중 1회 이상 포살에 참여해야 한다. 동국대학교와 중앙승가대 소임자 및 학인은 당해 학교로, 군승은 군종특별교구에서 결계신고를 하면 된다. 총무원은 연 1회 결계보고를 취합해 <결계록>을 발간하게 된다. 결계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사미ㆍ사미니는 비구ㆍ비구니계를 수지할 수 없고, 법령에서 정하는 각급 승가고시에 응시할 수 없으며 법계를 품서 또는 승서할 수 없다.
포살결계법을 이관 받은 총무원은 법안 공포와 시행령 제정을 거쳐 오는 5월 하안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때문에 이제 관심은 포살결계법의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하게 될 종령 제정으로 쏠리고 있다. 논란이 됐던 결계신고 및 포살법회 장소와 포살계사 위촉방법 및 자격 요건 등 세부사항이 모두 종령에 담기기 때문이다.
▶서둘러 폐회ㆍ이월안건 수두룩
176회 종회는 포살결계법 제정이라는 굵직한 성과와 한반도대운하 반대ㆍ티베트사태 평화적해결 촉구 성명을 채택해 사회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데 적극적이었던 반면,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당초 5일간의 일정으로 열릴 예정이던 종회는 3월 18일 개회해 회기를 단축하고 20일 폐회했다. 20일 열린 본회의는 포살결계법 논의에만 4시간 가까이를 소요한 후 결산감사는 10여 분 만에 마쳤다. 이후 일부 종회의원 스님들이 회의장 밖으로 나가고 종회의장 자승 스님이 부의장 동광 스님에게 의사봉을 넘기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결국 종회는 ‘대종사법계 특별전형 동의의 건’과 ‘각종 위원회 구성의 건’ ‘각종 결의의 건’ 등을 서둘러 마무리 짓고 폐회했다.
이 과정에서 10건의 종법 제개정안과 종정감사 지적사항 처리결과 보고, 종책질의 등은 차기로 이월됐다. 종회의원의 ‘계파간 나눠먹기’를 종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던 직능대표 선출자격 강화의 ‘중앙종회의원선거법 개정안’은 논의도 이뤄지지 못했다. 종회의원의 동국대 이사 겸직 금지를 포함한 ‘종헌개정안’은 지난해 10월 성묵 스님 외 63인이 발의했으나 실제 무기명 비밀투표에선 부결됐다.
또한 종회 개회 당일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초선 종회의원 20여 명에게 50만원씩의 거마비를 건넨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돼 행정ㆍ입법기관 간의 적절치 못한 처신에 대해 지적이 잇달았음에도 종회에선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초선의원모임의 회장인 진화 스님은 “(원장스님에게 받은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결정했지만 공개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