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의원 밀운 스님 등은 3월 24일 조준웅 삼성비자금의혹사건 특별검사 사무실을 방문해 청원서를 전달했다. 청원서에는 스님 22명이 서명했다.
청원서에서 스님들은 “특검은 국민과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려는 역사의 시계추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며 “특검은 사회적 동요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조속히 종결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실천불교전국승가회(상임대표 법안)와 참여불교재가연대(상임대표 김동건)는 24일 즉각 성명을 발표해 “부적적한 처사”라 비판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는 “청원서를 전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다”며 “수행자들이 잘못된 재벌의 행위를 사회 불안 등 근거 없는 이유를 들어 옹호하려는 것은 출가수행자로서 사려 깊지 못한 처사이며, 국민의 정서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삼성 문제는 비뚤어진 한국 사회의 재벌문화를 일신하고 투명한 경제문화를 확립하는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라며 “일부 스님들의 삼성특검 방문은 시대정신에 어긋난 부적절한 처사”라고 규탄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역시 논평을 통해 “특검의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들고 특검 집무실을 방문한 것은, 불교지도자로서 안목과 자질을 의심케 하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하고 “수행자의 본분을 훼손하고 불자의 자존심을 짓밟은 이들은 국민들과 불자 앞에 오히려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논평] 일부 스님들의 삼성특검 방문은 시대정신에 어긋난 부적절한 처사입니다. |
금일(24일) 본 회는 조계종 원로의원을 비롯하여 일부 스님들이 삼성 특검을 방문하여 조속한 수사종결 등의 내용을 담은 청원서를 전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과 성직자의 양심에 기댄 천주교 사제들의 용기로 인해 촉발된 삼성 문제는 비뚤어진 한국 사회의 재벌 문화를 일신하고 투명한 경제문화를 확립하는 대단히 중요한 사건입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중생 계도와 올바른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할 수행자들이 잘못된 재벌의 행위를 사회 불안 등 근거 없는 이유를 들어 마치 옹호하려는 것은 출가수행자로서 사려 깊지 못한 처사이며, 국민의 정서에도 맞지 않습니다. 현하 삼성의 문제는 비록 당장의 아픔이 있다고 하나 낡고 썩은 환부를 도려내서 건강한 새살을 돋기 위한 인과의 과정입니다. 삼성특검을 지켜보고 있는 일반 국민들 뿐 만 아니라 기업인들조차 그 과정을 받아들이고 삼성이 새롭게 거듭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한다면 일부 스님들의 이번 처신은 종단내외의 커다란 오점을 남긴 행위입니다. 본 회는‘포살과 자비’의 이름으로 그릇된 업을 포장하거나 참회 없이 용서만을 강조하는 것은 수행자의 본분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지적하는 바이며, 직 간접적으로 관련된 스님들의 깊은 성찰과 자중을 당부하는 바입니다. 또한 본 회는 이번 사건이 조계종 원로의원을 비롯한 대다수 중진스님들의 뜻이라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구체적 내용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 또한 큰 허물인 바 이에 대한 경종의 계기가 되어야할 것이며 또한 만약 이번 사건을 개인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 이용한 세력이 있다면 반드시 발본색원하여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불기2552(2008)년 3월 24일 실천불교전국승가회 |
[일부 승려들의 삼성특검 방문에 대한 논평] |
역사의 시계추를 거꾸로 돌리는 데 수행자들이 앞장서서야 되겠는가?
오늘 삼성특검과 관련 조계종 밀운 원로회의 부의장을 비롯한 일부 스님들이 특검의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들고 특검 집무실을 방문한 것은, 불교지도자로서 안목과 자질을 의심케하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다. 우리는 삼성에 대한 특검의 조사가, 그동안 성역으로 비호받아 온 재벌기업을 사회보편의 투명성과 합리주의에 기초해 엄단할 수 있을 것인지 주시해왔다. 그런데 이에 대해 격려하고 채찍질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특검의 일방적 중단을 요구하는 몰염치한 주장을 그것도 사무실까지 방문해 전달하는 것이 출가수행자로서 합당한 처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분들이 청원서에 밝힌대로 세상에 용서받지 못할 죄는 없다. 그러나 용서의 전제는 참회이고, 반대로 참회하지 않는 자의 죄는 아무리 가벼운 것이라도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다. 삼성이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국민에게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하는 것을 본적이 없는 우리로서는 출가수행자들이 이와 같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반쪽만 앞세워, 가벼이 행동하는데 당혹과 수치심을 느낀다. 진정한 자비는 잘못을 덮는 것이 아니라, 죄지은 이가 스스로 잘못을 드러내어 참회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포살의 정신이기도 하다. 수행자의 본분을 훼손하고 불자의 자존심을 짓밟은 이들은 국민들과 불자 앞에 오히려 사과해야 할 것이다. 2008. 3. 24 참여불교재가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