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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향한 편견 없었으면 해요.”
[복지현장을 달리는 사람들] 영등포 보현의집 승봉규 복지부장
노숙인복지시설 영등포 보현의집 승봉규 복지부장.
‘노숙인’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단어가 몇 가지 있다. 사실 좋은 것은 별로 없다. 서울역 부랑자, 게으름, 나태, 음주, 시비 등 거의 좋지 않은 이미지들이 먼저 연상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노숙인복지는 곧잘 “그런 사람들을 왜 도와줘야 하냐”는 반대의견에 부딪치곤 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서울 영등포 보현의집(원장 지거) 승봉규(46) 복지부장은 “사회적 편견이 노숙인복지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노숙인이 사지가 멀쩡하다고요? 겉보기에만 그렇습니다. 10분도 안 되는 국민체조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몸도 문제지만 사실 마음이 더 문제에요.”

승 부장은 노숙인복지를 이끌며 느껴왔던 사회적 편견에 몹시 마음이 상해있었던 모양이었다. 다른 복지수혜자들 보다 유독 ‘냉대’를 받아왔던 노숙인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니 서글플 만도 하다.

승 부장은 노숙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 중 일부분은 맞고 또 일부분은 틀렸다고 말한다. 우선, 노숙인들 중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시설 내에서도 술과 관련된 수많은 사건과 실랑이가 일어난다. 하지만 이들이 ‘게으르고 나태해서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마음의 짐이 크고 공황상태가 길다. 또한 어린시절부터 결손 가정에서 자라나 쉽게 포기하게 되는 심리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다. 승 부장은 “이런 사람들에게 복지를 하지 않으면 누구에게 해야하냐”며 강하게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사실은 노숙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 없이는 알 수 없을 터다. 승 부장은 2002년 9월 영등포 보현의집과 첫 인연을 맺었다. 지금이야 그도 전문 사회복지인으로 일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사실 복지의 ‘복’자도 모르고 시설 일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이곳 아저씨들 ‘관리’를 맡았어요.”

그런데 웬일일까, 그는 어지간한 다른 사회복지 전공자들보다 훨씬 오랫동안 노숙인 시설에서 일하고 있다. 승 부장의 장수비결(?)은 다양한 사회경험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그는 주점 경영, 사업체 운영, 영국 호텔 유학 등의 삶 이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겪어 보는 등 그 역시 굴곡 많은 삶을 살아왔다. 이런 인생이 노숙인들과 함께 하고, 또 그들에게 마음을 터놓는 역할을 했다. 실제 노숙인 상담을 할 때 승 부장은 자신의 경험을 많이 곁들여 이야기한다.

그런 그가 요즘 느끼는 것이 있다. 노숙인들에게서 조금씩 희망을 발견해내고 있는 것이다.

“요즘 아저씨들이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월례회의를 할 때 주체적으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자’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아, 드디어 이 사람들이 주인의식을 갖기 시작했구나’ 싶어 얼마나 환희심이 느껴졌는지 몰라요.”

어느덧 복지시설 종사 6년 차. 이제 그는 복지를 조금 알만하고 이 6년이 자신의 모든 인생보다 훨씬 값진 길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러면서 승 부장은 하나의 꿈을 키우고 있다.

“아저씨들을 면담하다 보니 어린 시절부터 참 많이 상처를 받고 자랐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꼭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요.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무료급식시설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듬뿍 줄 수 있는 시설을 꼭 만들고 싶습니다.”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8-03-24 오후 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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