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 이하 인권위)가 3월 1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4월 9일 총선을 앞두고 “종교시설 내에 투표소 설치를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선관위에 “공직선거 시 종교시설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은 헌법 제20조가 보장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국민 중 일부라도 종교상의 이유로 투표를 위해 종교시설에 들어가는 것을 심리적 부담으로 느끼거나 나아가 투표행위 자체를 꺼리게 된다면 이는 국민의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의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냈다.
인권위가 이와 같은 발표를 하게 된 데는 종교자유청책연구원(이하 종자연)의 역할이 컸다. 종자연이 2월 27일 헌법재판소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종교시설 투표소설치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권위는 종자연의 종교시설 내 투표소 설치 현황 분석 자료를 근거로 선관위에 이와 같이 권고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대선 때 전국 투표소 중 종교시설 내 투표소의 비율은 8.9%(1만3178개소 중 1172개소)였지만 서울 지역은 무려 23.1%(2210개소 중 511개소)였다.
인권위의 권고에 선관위도 관행처럼 이어져오던 종교시설 내 투표소를 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선관위는 이미 종교평화위원회(상임위원장 손안식)가 지난 제17대 대선 직후 보낸 ‘대통령건거 종교시설 내 투표소 문제에 대한 공문’에 대한 답변으로 “지난 대선 때 논란을 일으켰던 종교시설 내 투표소를 다른 시설로 대체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지역구 내 종교시설 투표소를 대신할만한 장소를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소 문제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므로 최대한 종교시설을 대신할 장소를 물색하고 있으나 종교시설보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 투표소가 될 경우 투표율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