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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교ㆍ신도단체 “일할 공간이 없다”
전법회관 건립돼도 단체 입주 불확실
오는 8월 완공 예정으로 건립 중인 조계종 전법회관(서울 종로구 견지동). 이곳에는 조계종 포교원 산하 포교신도단체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사진=박재완 기자

전법 일선을 뛰어야 할 포교ㆍ신도단체가 사무공간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최근 조계사 교육관에 입주하고 있는 포교원 산하단체 파라미타청소년협회와 불교여성개발원, 불교상담개발원은 조계사측으로부터 5월 15일까지 퇴거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교육공간 개선 및 확보를 위한 리모델링을 위해서다. 단체들은 갑작스러운 퇴거 명령도 당혹스럽지만 그보다 사무실을 옮길 일이 더 걱정이다.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포교원도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일각에선 현재 건립 중인 ‘전법회관’이 오는 8월 완공되면 단체들의 공간문제도 자연히 해결되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수행과 전법’을 지표로 내건 조계종이 겪고 있는 포교ㆍ신도단체의 공간부족문제와 해결방안을 짚어본다.

▷1년에 한 번 이사 ‘짐 싸는 게 일이에요’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다섯 번이나 이삿짐을 꾸렸다. 그때마다 종단은 ‘공간확보’를 약속했다. 전법회관 완공 후 입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4~5년 새 세 차례 이사를 했던 대한불교청년회는 지난달 서울 장충동 우리함께회관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청년회 사무실이 있던 부지에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우리함께회관 내 33㎡(10평) 공간에 간신히 짐만 부려놓은 대불청은 전법회관이 완공되면 다시 이사할 예정이다.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임시로 공간을 마련한 종로구 경운동 건물 내에 둥지를 튼 신도단체도 이처럼 전법회관 완공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전법회관이 모든 공간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역부족’이다.

전법회관은 지상 9층, 지하 2층으로 건립된다. 각 층은 330㎡(100평) 정도다. 전법회관 공간 중 중앙신도회를 제외한 포교단체 5곳, 신도단체 9곳에 배정된 공간은 429㎡(130평). 1개 단체 당 33㎡(10평)도 채 안 되는 공간이다. 화장실, 계단 등의 공용면적을 제하고 나면 실제 가용면적은 그보다 더 적을 것이다. 회의공간은 제외하더라도 상근활동가 4~6명의 책상과 관련 자료를 둘 곳만도 빠듯하다.

대불련과 대불청, 불교여성개발원, 파라미타 등은 현재 66㎡(20평) 정도의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불교상담개발원의 경우 사무공간 외에도 전화상담실, 면접상담실 등 방음이 가능한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다. 상담개발원이 전법회관 입주를 고려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까지 제시된 전법회관 공간 활용계획에 따르면, 전법회관 8~9층은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스님들의 방사로 쓰인다. 7층은 불교신문, 6층은 문화유산발굴조사단과 민족공동체추진본부가 나눠 사용하고 99㎡(30평)만 포교단체에 배정됐다. 5층은 조계종사회복지재단과 출판사가 사용하고 4층에는 교육장 2개소가 들어선다. 3층에는 대불련, 대불청을 포함한 신도단체들이 입주한다. 2층은 불교인재개발원 등의 중앙신도회 부속기관이, 1층에는 출판사 판매매장과 중앙신도회 사무실이 마련될 예정이다. 지하층은 주차장과 교육장으로 활용된다.

▷전법회관 입주하려면 보증금 내야
이처럼 전법회관 내 단체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의 ‘보증금’도 부담이다. 중앙신도회가 단체들에 제시한 입주 분담금은 후일 돌려받을 수 있는 일종의 임대보증금이다. 이는 중앙신도회가 전법회관 건립기금을 모연하는 것으로, 종단과는 별계로 진행된다는 것이 총무원 재무부의 설명이다.

대불련 한승희 지도위원은 “중앙신도회가 제시한 보증금은 3000만원 정도로 단체에 적지 않은 부담”이라며 “그나마 단체의 여건을 배려하지 않고 1개 층에 신도단체들을 다 입주시키겠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지연 지도위원도 “공간 문제가 안정되면 사업을 원활히 추진해 나갈 수 있음에도 현재는 사무실 마련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형편이다”며 “일단 전법회관 완공까지 지켜보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대불청 김도헌 조직팀장은 “전법회관에 입주할 계획”이라며 “신도단체들 마다 특성도 있고 필요 공간의 편차도 있는데 배정된 공간이 적어 입주 후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포교ㆍ신도단체의 전진기지’를 자초하던 전법회관이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일까?

2006년부터 건립이 추진된 전법회관은 한동안 부지 매입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 지난해 7월 착공을 시작했다. 건립 당시에는 중앙신도회는 부지 외에 15억원의 공사비를 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존 중앙신도회 건물 부지만으로 부족해 조계사 땅을 증여받고 총무원이 20억 상당의 인근 토지를 구매해 현재 규모로 건립이 확정됐다. 건립이 시작된 후 건설비용 등 관련 비용 일체가 총무원에서 지급되고 있고 중앙신도회는 부담금 15억 중 5억원을 입금한 상태다. 조계종출판사와 조계종사회복지재단 등도 입주 보증금 명목으로 5억원 정도를 출연했다.

결국 건물의 ‘주인’이 종단이고 중앙신도회와 산하 단체들은 ‘입주자’ 신세가 된 것이다. 전법회관 관리는 종단과 중앙신도회, 입주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공동운영위원회’에서 맡게 된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이상근 사무총장은 “현재 입주단체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 중이다. 입주 단체는 확정됐지만 단체들의 성향과 재정, 주변상황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협의점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 종단ㆍ사찰도 공간 부족은 마찬가지
공간 부족을 호소하기는 종단과 조계사도 마찬가지다.
조계종은 2005년 11월, 3년의 공사 끝에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개관했다. 하지만 개관 2년도 채 되지 않아 기념관 내 공간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월 민원업무에 대한 행정 서비스를 위해 기념관 1층에 문을 연 ‘종합민원실’은 불과 1년 만에 업무를 축소했고, 그 자리에 ‘직할교구사무처’가 들어섰다. 조계종은 오는 11월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서울 인사동)와 전통불교문화센터(충남 공주시)가 완공되면 어느 정도 공간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계사 교육관 역시 교육기관으로서 공간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교육관 1층에는 파라미타가, 3층에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한일불교교류회가, 4층에는 불교여성개발원과 불교상담개발원이 입주해 있다. 강의실은 4개에 불과하다. 조계사 주지 원학 스님은 “교육관 건물은 현재 노후로 인한 누수 등으로 인해 시설이 매우 열악한 상태”라며 “교육공간 확보를 위한 리모델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조계사는 지난해 교육관 환경개선 사업에 5000만원의 예산을 책정고, 현재 9월 완공을 목표로 시민선원을 건립 중이다.

조계종과 조계사의 공간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포교ㆍ신도단체들이 공간 확보를 위한 자립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불교단체 관계자는 “조계사 교육관 입주단체를 비롯한 각 단체들이 공간 문제 해결을 포교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구책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공간문제 어떻게 풀어야할까?
이번 조계사 교육관 입주단체 사태는 포교ㆍ신도단체들의 ‘사무실 공간’ 문제를 넘어 포교원과 산하 단체들 간의 ‘관계 회복’이라는 문제까지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한 포교단체 실무자는 “종단이 필요에 의해 종법으로 포교단체를 설립해 놓고 그동안 공간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이번 사태를 포교원이 어떻게 풀어가는 가에 따라 단체와 포교원의 관계정립이 새롭게 되지 않겠냐”는 뜻을 밝혔다. 또 다른 실무자는 “단체들의 공간 문제에 대해 포교원이 뒷짐 지고 있지 말고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전법회관의 좁은 공간에 여러 단체가 들어가려다 보니 공연히 단체들끼리 분심(忿心)만 일으키게 되는 것 같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 실무자는 “빠른 시일 내에 전법회관 공간 활용 계획을 구체적으로 논의해 입주할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구별하고, 입주하지 않는 단체들에 독립 사무공간 확보를 위해 포교원과 단체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3월 10일 열린 조계종 중앙종회 포교분과위원회(위원장 지원) 제10차 회의에서 종회의원 주경 스님은 “신도교무금으로 건립되고 있는 전법회관에 보증금을 내지 못하는 포교ㆍ신도단체가 입주할 수 없다는 점은 문제”라며 “종단이 설립한 포교단체들에 대해서는 확실한 지원과 배려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계종 포교원 김영일 포교차장은 “종단 설립 단체에 대해서는 종단이 포교업무의 바탕이 되는 공간 문제를 책임져야할 사항”이라며 “전법회관 내에 산하 포교ㆍ신도단체들이 모두 입주한다면 단체들 간의 결집과 소통도 원활해 져 시너지효과도 낼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해결점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8-03-17 오전 9: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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