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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종 종정 주석 사찰 약사원 앞 철로건설 예정
관음종단 및 주민 대책위 구성해 결사반대 투쟁
관음종 종정 죽산스님과 홍파 총무원장 등 종단 스님들이 철로가 건설될 예정지를 둘러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포항시 남구 연일읍 자명 2리 주민들에게 이상한 전화 한통이 걸려 왔다.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울산 포항간 복선전철화 사업의 자명노선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설명회를 개최하니 참석해 달라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땅에 철로가 건설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비보에 주민들은 분노했다. 그리고 주민대표는 설명회를 자명 2리 마을회관으로 직접 와서 해줄 것을 한국철도시설공단측에 다시 요청했다. 이에 한국철도시설공단은 1월 11일 자명 2리를 방문해 마을 앞쪽으로 울산포항간 복선전철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즉각 ‘자명노선 반대촉구위원회’를 결성해 투쟁에 나섰다. 더 큰 문제는 자명 2리에 죽산 관음종 종정 스님의 주석사찰인 포항 약사원이 있어 만일 예정대로 철로가 들어 설 경우 수행 환경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관음종도 대책위를 구성하고 결사반대 투쟁에 나섰다.

이번 철로 건설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일제 강점기에 개설된 철로를 철거하고, 세계문화유산 도시인 경주에서 철로를 걷어내야 한다는 유네스코의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추진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새로 들어설 철로는 약사원 일주문에서 150m미터도 채 안 돼 공사 기간은 물론 공사 후에도 소음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1년에 두 번 안거를 여는 등 교육수행 도량 역할을 하고 있는 약사원으로선 만일 철로가 건설되면 문을 닫고 다른 곳으로 이전이 불가피하다. 이에 3월 5일 약사원에서 종정 죽산 스님을 비롯해 총무원장 홍파 스님, 교무부장 대광, 사서실장 도각, 감찰국장 도법 스님 등 10명이 모여 ‘전통사찰 약사원 앞 철로건설 저지 종단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철로 건설 반대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대광, 도법, 효천, 지선, 호명, 도각 스님 등 6인으로 정했다. 산하 위원으로는 총무원 부국장급 스님들과 죽산 문도회 스님 등 100여 명이 참여한다.

홍파 총무원장 스님은 “150여년 된 전통사찰인 약사원은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종정스님이 주석하고 계신 관음종의 상징적 존재”라며 “사찰 바로 앞에 소음이 심한 철로가 들어선다는 것은 사찰 수행 환경을 침해하는 훼불행위”라고 분노했다.

약사원 주지 대광 스님도 “특히 약사원 주변 암반은 현무암이 많고 지질구조가 약해 조금만 충격이 있어도 낙석이 심하다”며 “사찰 증축 때도 중장비를 함부로 사용하지 못한 곳에 거대한 철로가 들어선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사서실장 도각 스님도 “철로가 들어서면 약사원은 소음뿐만 아니라 일조권도 상당히 침해받을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생활하기 어려워 질 것”이라며 “철로 건설 저지 관철을 위해 종도는 물론 포항 불자들의 협력을 얻어 강력하게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비장한 어조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국철도시설공단 백진호 과장은 “3월중으로 주민들과 함께 현장에 가서 합동조사를 실시한 뒤 충분한 의견 수렴 작업을 거치겠다”며 “하지만 철로건설은 불가피하며 주민들이 대안으로 제시한 약사원 뒤쪽의 철로 건설안도 열차가 대피하는 하는 곳인 부도신호장을 위한 공간(약 1.2㎞) 확보가 안 돼 지금상태로는 철로 노선 변경이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자명2리 주민 200여명은 지난 1월 포항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 한나라당 포항 지구당 등을 방문해 “철로 건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즉각 공사 철회를 촉구했다.

황면수(65) 대책위원장은 “지난해 말 환경평가 통보 이전에 보통 주민 공청회를 먼저 하는 것으로 아는데 한국철도시설공단측에서는 일방적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설명회를 개최했다”며 “마을 주민들 대부분이 10여 대째 살며 고향을 지키는 토박이 분들인데 현재 건설중인 국도대체우회도로에 이어 철로까지 건설된다면 고향을 떠나라는 얘기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황보 주 한나라당 포항 지구당 사무국장도 “최근 자명 2리에 도로가 들어서 주거 환경의 침해는 물론 약사원의 수행환경 침해까지 우려되는 시점에 철로까지 만들어 진다는 소식을 듣고 불교계와 주민들의 걱정이 큰 것으로 안다”며 “포항시측과 적극 협조해 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추진되고 있는 동해남부선 포항 울산간 복선 전철화 사업은 올해 설계를 거쳐 빠르면 내년말부터 착공해 201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사비는 약 2조5000억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포항=김주일 기자 | jikim@buddhapia.com
2008-03-14 오후 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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