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교 1번지’로 손꼽히는 서울 조계사(주지 원학)가 교육관에 입주하고 있는 포교단체에 퇴거를 요청해 단체들이 일선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조계사는 2월 20일 조계사 교육관에 입주하고 있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파라미타청소년협회, 불교여성개발원, 불교상담개발원 등 포교단체 등 5곳에 공문을 보내 5월 15일까지 퇴거할 것을 요청했다. 조계사는 공문에서 “현재 조계사는 강좌와 수강생 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강의 공간과 열악한 교육환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7월부터 교육관의 대대적인 보수공사와 리모델링을 예정하고 있으니, 단체 사무실 퇴거를 5월 15일까지 마쳐달라”고 공지했다.
갑작스러운 퇴거 요청에 해당 단체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관계자는 “조계사가 사무공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해하지만 총체적인 시각에서 공간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종단협 회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당해 사찰 주지와 잘 협의해보라’고만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불교여성개발원 한주영 사무국장은 “공간 리모델링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체들을 대책 없이 단체들을 몰아내는 것은 조계사가 갖는 불교계 내의 위상과 역할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처사”라며 “사무실 이전에 따라 앞으로 진행되는 교육사업의 장소확보 문제도 시급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계사는 지난 2004년 인근 수송동에 위치한 두산위브 파빌리온 오피스텔 건립 당시 건물 지반 침하와 균열 등으로 한 차례 리모델링을 실시한 바 있다.
3월 10일 열린 조계종 중앙종회 포교분과위원회(위원장 지원) 제10차 회의에서도 조계사 교육관 문제가 논의됐다. 포교분과위원회는 기타 안건으로 ‘파라미타 등 포교단체 공간 확보의 건’을 상정하고, 소속 위원 공동명의로 총무부에 해당 단체에 대한 향후 대책을 질의하기로 결의했다. 종회의원 주경 스님은 “신도교무금으로 건립되고 있는 전법회관에 신행ㆍ신도단체들이 우선적으로 입주해야 함에도 일종의 분담금을 내지 않는 단체는 입주가 불가능하게 되었다”며 “종단이 설립한 포교단체들에 대해서는 확실한 지원과 배려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계사 주지 원학 스님(조계종 총무부장)은 “교육관 건물은 현재 노후로 인한 누수 등으로 인해 시설이 매우 열악한 상태”라며 “교육공간 확보를 위한 리모델링을 위해 단체들에 일정 기간을 주고 퇴거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스님은 “단체들의 공간 문제는 포교원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리모델링 이후의 입주 가능성에 대해서는 “공사가 마무리된 후에 상황을 봐서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10차 포교분과위원회의에 배석한 포교원 김영일 포교차장은 “종단 설립 단체들에 대해서는 종단이 책임을 져야하는 만큼 단체들과 공간 문제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대안을 찾기가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