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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적인 욕구를 떨쳐버리고 깨달음에 다가서고자 하는 불교 수행자들의 바랑에는 정진할 때 갖춰야 할 최소한의 도구인 승물(僧物) 18가지가 들어 있다.
18가지 승물은 세 종류의 옷을 말하는 삼의(三衣), 스님들이 사용하는 밥그릇인 발우(鉢盂), 오늘날의 칫솔을 말하는 양치용 나뭇가지인 양지(楊枝), 자리에 깔고 앉거나 절을 할 때 펴는 천인 좌구(座具), 머리나 손톱 등을 깎을 때 쓰는 작은 칼인 도자(刀子) 등이 필수적이다.
이 가운데 발우는 탁발에 의지하고 무소유로 구도정진하는 수행자를 표상하는 승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발우는 단순히 스님들의 밥그릇만이 아니라 깨달음의 상징인 불(佛)과 부처의 가르침인 법(法)을 담는 그릇이요, 음식을 공양할 수 있도록 해준 모든 생명과 인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한없는 하심(下心)의 자세도 담겨 있다. 또한 발우는 석가모니 이래 불법이 전래되는 과정에서 전법제자에게 법을 전하는 상징물로도 쓰였다.
발우와 승물 18물을 통해 공양과 승물의 의미, 불교의 수행정신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기회가 마련된다.
백령도 몽운사(주지 지명)는 3월 17일부터 4월 13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기획 전시실에서 ‘깨달음의 벗, 승물 18물의 지혜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선지식들의 발우를 100여 벌이나 모아온 발우박사(?) 지명 스님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장이다. 지명 스님은 불국사 선원 등 여러 선원에서 선(禪) 수행을 하면서 발우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고 주변에 부탁해 발우와 관련 자료를 꾸준히 모았다.
구하(1872~1965) 스님, 석주(1909~2004) 스님 등 국내의 여러 노스님들이 썼던 발우 뿐만 아니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 대만 불광산사의 성운 스님, 미얀마의 우꾸마라 스님, 태국의 프라자라타나 몰리 스님 등 외국의 유명한 고승들의 발우도 그의 손에 들어왔다. 지금 우리 스님들이 쓰는 발우는 대부분 목발우로 어시발우(밥을 담는 큰 발우), 1분자(국 발우), 2분자(반찬 발우), 3분자(청수 발우) 등 4개 1조로 돼 있지만, 붓다 재세 시에는 큰 발우 하나를 사용했으며 지금도 인도나 남방불교에서는 탁발할 때 하나의 큰 발우를 쓰며 대부분 철(鐵ㆍ쇠)발우이다. 지명 스님은 얼마 전 그렇게 모은 발우와 자료를 모아 <깨달음의 벗 천하일발>(이른아침)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베트남,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등의 선지식들이 사용하던 발우 100여점이 선보인다. 이외에도 수안, 범주, 석주, 청담 스님 등 200여점의 선서화도 전시된다. 또한 가사, 불감, 죽비 등의 승물들도 만나볼 수 있다. (032)864-9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