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대 고속철도 선정과정에서 수조원을 들여 떼제베(TGV)를 선정에는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의 “떼제베를 선정하면 외규장각 도서를 돌려주겠다”는 약속도 있었다. 결국 수조원을 들였지만 외규장각 도서는 돌려받지 못했다. 2005년 일제 때 약탈됐던 북관대첩비가 돌아왔고, 2006년에는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 47책이 93년 만에 반환됐다. 모두 숱한 반환 요구와 노력 끝에 얻어진 성과로 해외로 유출된 문화재 환수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보여줬다. 문화재청 통계에 따르면 해외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는 20개국 7만4434점에 달한다.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만 해도 1만477점에 이르는 가운데 일본에 있던 한 점이 자진반환 돼 해외유출 문화재 환수에 모범적 선례가 됐다.
일본 고마자와 대학이 동국대에 반환한 문화재는 <불설아미타경> 한 권. <무량수경> <관무량수경>과 함께 정토삼부경의 하나인 아미타경은 아미타불과 극락정토의 장엄함을 설한 경전으로 아미타불을 지극히 염송하면 극락왕생한다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경전이다.
반환된 <불설아미타경>은 어떤 가치를 지녔을까? 반환 후 조사결과 한글 언해본인 목판본 경전은 전남 해남 대둔산(대흥사)에서 17세기초인 1623년경 판각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대둔산에서 1623년 판각된 <대방광불화엄경입부사의해탈경계보현행원품>의 간기에 공양승으로 표기된 찰안 스님이 <불설아미타경>의 각수자로 나왔다는 점, 또 진언 부분의 한글 음토와 판구 등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동일연대로 추정된 것이다. 1564년(명종19년) 패엽사(唄葉寺)에서 판각한 <묘법연화경>의 것을 묘사한 아미타불 설법 변상도 역시 반환된 <불설아미타경>이 17세기경 작품임을 뒷받침한다.
어떻게 반환 됐을까? 동국대와 자매결연 중인 고마자와 대학은 1957년 타계한 故 에다 도시오(江田俊雄) 교수의 유족이 기증한 <불설아미타경>에서 중앙불교전문학교 도서관 장서인이 찍힌 것을 발견했다. 고마자와 대학은 중앙불교전문학교의 후신인 동국대에 반환의사를 전했고, 2월 19일 <불설아미타경>을 환수 받았다.
한편 반환된 <불설아미타경>은 국내에 남아 있지 않은 희귀자료로 임진왜란 직후 한글 연구 등에 귀중한 자료로 쓰일 예정이다. 신해철 과장(동국대 불교학자료실)은 “한문과 한글이 포함된 형태와 수록된 변상도 등을 종합했을 때 반환된 <불설아미타경>은 임진왜란 직후 국어학 연구는 물론 불화연구 등 중세 불교문화 연구에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