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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기증ㆍ환우돕기 등을 통해 생명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대사회적으로 알리고 있는 사단법인 생명나눔실천본부(이사장 일면). 오늘날 불자들의 생명나눔 원력이 여기까지 온데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컸겠지만 이곳에서 말없이 봉사해온 이들의 노력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손강자(66)씨의 열성은 그 누구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에이, 봉사 열심히 하시는 분이 얼마나 많은데요.”
처음 손씨를 만나자 부끄럽다고 손사레다. 생명나눔실천본부에서 장기기증 캠페인이나 기타 행사를 열 때마다 볼 수 있었던 그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언제나 활기차고 당당하던 손씨였지만 인터뷰만은 쑥스럽다며 웃는다.
그는 현재 생명나눔실천본부에서 정기적으로는 소식지 발송 작업을, 부정기적으로는 캠페인 동참을 계속하고 있다. 생명나눔실천본부에 회원으로 가입하면서부터 바로 시작한 활동이니 이제 10년이 다되어 간다. 또한 일주일에 2번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 안내데스크 봉사자로도 일하고 있다. 모두 그의 상냥한 말씨와 잘 어울리는 봉사다.
손씨가 처음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는 위기의식으로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이른 나이에 가정을 이뤄 주부로 바쁘게 달려왔던 그였다. 자식 셋을 키우랴, 또 손자들을 건사하랴 눈코 뜰 새 없던 그의 일상이 큰딸의 미국 이민, 며느리의 전업주부 선언으로 하루아침에 변했다.
“전 원래 낙천적이고 명랑한 성격이에요. 그런데 막상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끝났다고 느껴지니 모든 것이 허무해지더라고요. 우울증까지 올 뻔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광명시에 거주하고 있는 그의 눈에 띈 것이 있었다. ‘광명요양원’에서 봉사자를 구한다는 전단지였다.
“보자마자 무작정 시작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할머니들이랑 노는 것이 너무 재밌는 거예요. 아, 적성에 맞구나 싶었죠.”
손씨는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이 얻은 것이 오히려 너무 많다며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봉사가 원래 가지고 있던 활발한 성격을 되살려 줬기 때문이다. 봉사를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활력을 얻어 가고 있는 요즘,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절로 피어난다.
시작은 요양원이었지만 생명나눔실천본부는 그에게 ‘봉사의 고향’역할을 하는 곳이다. 우선 그 뜻에 동의하고 있어서다. 죽어서 없어질 몸을 내 놓는 정신이야말로 불자다운 생각이라는 점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고 열성적으로 일하게 만들었다.
“재밌는 경험도 참 많았어요. 지금이야 ‘장기기증’이 사회적으로도 흔한 말이 됐지만 5~6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끔찍하다며 손사래였죠.”
요즘 그는 조금만 더 젊다면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단다. 봉사에 자꾸 욕심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봉사처를 한 군데 더 늘리기 위해 노숙인 시설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배곯는 이웃이 그저 밥 한술이나 제때 떴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부끄럽지 않은 봉사자로 남고 싶어요.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요. 봉사는 열심히, 성심성의껏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