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열린 분담금 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 모습.

“사찰등급조정위원회가 모든 사찰의 등급을 구분하고, 등급별 일괄 분담금을 부과해야 한다.”

“개별 사찰의 포교 현황과 재정 실태를 고려하지 않고 총 예산만 기준으로 하는 등급조정은 불합리하다.”

조계종이 각 사찰에 부과하고 있는 분담금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공청회가 3월 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공청회는 조계종 중앙종회 재정분과위원회(위원장 향적) 산하 ‘사찰과 종단의 발전을 위한 재정 개선 방안 연구모임(위원장 초격)’이 주최했다.

‘분담금 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발제 한 초격 스님과 ‘분담금 제도의 개선 방향 및 관련 종법안’을 발제한 주경 스님은 분담금 부과 실태와 문제점을 먼저 살폈다. 초격 스님이 제시한 지난해 종단 분담금 분포표를 보면, 50만원 미만 납부 사찰이 21.3%, 50만원이상 100만원 미만 납부 사찰이 35.%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찰의 56.4%가 100만원 미만을, 84.5%가 500만원 미만을 납부하고 있는 셈이다. 초격 스님은 “이러한 현실은 사찰이 제출하는 예산서가 재정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고, 주경 스님은 “분담금 책정 및 납부 절차를 지키지 않고 있는 종단 집행부에도 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두 스님은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찰과 사설사암 모두 세분화된 등급조정 기준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그에 따라 분담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법론에 대해 초격 스님은 “사찰등급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수시로 개별 사찰의 재정현황을 파악하고, 등급을 기준으로 정액제로 분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경 스님은 “사찰 총수입을 등급 조정의 핵심 기준으로 삼되, 사찰의 교육ㆍ복지ㆍ포교시설을 운영 여부, 입지 여건, 주변 환경 등을 사찰등급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발제를 맡은 두 스님은 특히 사설사암에 대한 분담금 부과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조계종 전체 사찰 중 사설사암이 62.6%(1499개, 2006년 기준)를 차지함에도, 분담금 비중은 절대적으로 낮으므로, 사설사암 또한 공찰과 동일한 사찰등급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선학원과 대각회 등의 법인에 대해서도 분담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한 주경 스님은 분담금 조정을 위한 분담금위원회를 총무원 재무부장, 교구본사주지회의 추천 3인, 세무전문가 1인, 중앙종회 추천 2인으로 구성하고, 3회 이상 미납 시 징계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토론자로 나선 총무원 재무부장 장적 스님은 사찰등급제 실시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장적 스님은 “지난해 종단 전체 예산 중 분담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5.5%(약 42억)에 불과한데, 굳이 사찰등급제를 도입해 적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1994년 이후 교구의 역할이 강화된 만큼 말사의 분담금은 본사에 위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할교구에 대한 분담금을 재조정하고, 목적사업에 따른 분담금 확보를 위해 사찰 임대수입이나 납골당 운영에 따른 분담금 재배정은 필요하다”고 지적한 후 “종단도 분담금 의존율을 줄이기 위해 사업수입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현진 스님(청주 관음사 주지)은 “중앙분담금은 총무원에, 교구분담금은 본사로 납부하는 등 징수 방식을 이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원명 스님(광명 금강선원 주지)은 “사찰등급평가 시 사찰의 구체적인 재정현실을 고려하고, 공찰과 사설사암의 차이점을 배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토론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정념 스님(양양 낙산사 주지)은 “특별분담사찰이 교구별로 다르게 책정되어 있는 부분은 개선돼야 한다”며 “사찰의 교육ㆍ복지ㆍ포교 사업에 대해서는 예산을 동결해주는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영담 스님(부천 석왕사) 또한 “사찰등급 심사에서 재정을 세부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총 예산만 고려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며 “또한 사찰의 토지매각 시 부과되는 분담금도 부당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공청회는 중앙종회 재정분과위원회가 지난해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연구사업의 1차년도 성과를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위원장 향적 스님은 “그간 일선 사찰에서 분담금이 공평하게 부과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이번 공청회에 이어 올해 2차년도 사업도 충실히 진행해 사찰과 종단에 도움이 되는 수익 다변화 방안을 제안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분담금이란?>
조계종이 종단의 유지ㆍ운영을 위한 물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소속 사찰에 부과하는 일종의 세금이다. 1962년 통합종단 출범 후 사찰 등급을 확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분담금을 부과함으로써 현행 분담금제도가 시작됐다. 1981년 사찰 수입을 기준으로 한 사찰등급을 확정하고 이를 토대로 분담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마련됐다. 이후 1994년 종단 개혁 후 종단 재정 안정화를 위한 분담금 부과 기준과 원칙을 마련해 오늘에 이른다.
크게 분담금과 목적사업분담금, 종단목적사업기금이 있으며 분담금에는 중앙분담금과 관람료분담금, 교구분담금, 특별분담금, 직영분담금 등의 종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