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문화 공약이었던 국립박물관ㆍ미술관의 무료 관람이 5월부터 시행예정이다. 전국 31개 국립 박물관, 국립 미술관 등이 무료가 되면 공약 의도처럼 문화복지가 실현되는 걸까? 단순히 관람객이 늘어 국민의 문화접촉 지수를 높인다는 점 외에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진단했다.
우선 국립박물관 등이 무료화가 되면 불교중앙박물관 등 성보박물관과 사설 박물관 등도 무료 개방 요구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무료가 되지 않더라도 국립시설에 편중될 관람인원을 어떻게 유료시설로 유치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
범하 스님(불교중앙박물관장)은 “불교중앙박물관의 경우 입장료 수입이 전체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한 뒤, “입장료는 박물관의 수입보다는 문화재 보호를 위한 방편”이라 말했다. “무료 관람제 실시가 관람객 증가를 가져오지만 결국 적정 관람 인원을 초과해 문화재 보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 스님의 우려다.
사설 박물관인 고판화박물관을 운영하는 선학 스님은 “입장료 수입이 전시 기본 비용 충당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입장이다. 선학 스님은 “박물관의 무료개방은 영세한 사설박물관의 경우 문 닫으라는 것과 다름없는 생존이 달린 문제”라 주장했다. 하지만 선학 스님은 경제적 논리를 떠나 “문화가 공짜라는 인식이 확대되는 것이 무료관람제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찾아가는 문화’ 등 무료행사를 통해 학생 등을 교육해 보니 “문화를 감사하게 수용하기 보다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문화재의 무료개방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더 나아가 문화 대중화를 전제로 한 무료관람제가 문화 천시 풍토를 조장할 것이라는 것이 선학 스님의 지론이다.
두 스님과 비슷한 논리로 현재 한국박물관협회 등 사립 문화기관들이 무료관람제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범하 스님은 “국립박물관 등에 무료관람제와 별개로 사설 박물관들이 전시의 차별화를 꾀하면 관람객 수가 줄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하지만 공약실천을 환영하기에 앞서 공짜논리에 휩쓸려 문화재가 홀대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문화계 인사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