功-삼보정재 유실 예방ㆍ문화재 보호 법안 입법
過-종단ㆍ불자의원 간 긴밀 협조 부족
지난 2004년 출범한 제17대 국회가 2월 26일 본회의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활동을 종료했다. 17대 국회의 임기는 5월 30일 끝나지만 4월 9일 총선으로 인해 더 이상 법안을 심사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임기 4년의 17대 국회는 불교계에 어떤 공과(功過)를 남겼을까? 17대 국회에서 입법처리 된 불교 관련 법안은 어떤 것이 있고, 18대 국회에 남긴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어떤 법안 처리됐나?
17대 국회가 입법처리 한 불교 관련 법안은 문화재 보호와 불사 규제완화, 10.27법난 피해자 명예회복 등 다방면에 걸쳐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삼보정재(三寶淨財)의 유실을 막을 수 있는 ‘개발제한구역 특별조치법 개정안’과 ‘기반시설부담금에 관한 법률 폐지법안’이다.
1월 29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사찰이 불사 규제를 완화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또한 불가피한 불사에 대해서도 부과되던 ‘개발훼손부담금’이라는 짐도 덜었다.
2월 26일 본회의에서 가결된 ‘기반시설부담금에 관한 법률 폐지법률(최경환 의원 대표발의)’은 사찰이나 비영리 복지시설의 신ㆍ증ㆍ개축 시 예외 없이 부과되던 기반시설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10.27법난 피해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이 28년 만에 가능하게 된 ‘10ㆍ27 법난 피해자의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 제정도 의미 깊다. 2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 법안은 17대 국회와 조계종10ㆍ27법난에대한특별법제정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법타ㆍ원학)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다. 특히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공동으로 발의해 의결한 법안이라는 점에서도 불교계 현안을 풀어가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재 보호와 관련된 법안 제ㆍ개정도 상당수 이뤄졌다.
양양 낙산사 화재발생 직후인 2005년 12월에는 사찰 방제대책 시스템 구축을 위한 문화재 보호법개정안이, 2007년 1월에는 도난문화재에 대한 민법의 선의취득 적용배제 조항이 신설된 ‘개정 문화재보호법’이 각각 가결됐다. 2004년 제정된 ‘고도(古都) 보존특별법’은 불교문화재가 산재한 경주와 부여, 익산 등의 고도(古都)를 ‘통째’ 관리하고, 점(點) 단위의 문화재 정책을 면(面) 단위로 확대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 밖에도 ‘불교계 특혜’라는 오해로 삭감 위기에 처했던 정부의 템플스테이 지원금을 원위치로 되돌린 점도 17대 국회의 큰 성과로 손꼽힌다.
▲17대 국회가 남긴 과제는?
17대 국회는 그동안 파편적으로 이뤄졌던 불교 관련 법안 검토 및 상정이 전체적이고 총괄적인 틀 안에서 이뤄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발족한 불교정책기획단에서 불교계의 현안을 총체적으로 정리해 제시했고, 그 결과 주요 법안들이 처리될 수 있었다. 또한 조계종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이에 실무협의회가 구성돼 불교 현안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냈고, 논의가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어지도록 해 대정부 창구 마련에 전기를 이뤘다.
법안을 담당하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 고상연 주임은 “17대 국회는 불교계가 안고 있는 주요 법안을 대부분 다뤘다고 볼 수 있다”며 “의원들과 법안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국회와 정부부처를 동시에 설득하는 작업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17대 국회가 임기 마지막에 몰아치기식으로 법안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5000억원 규모의 문화재보호기금을 마련하는 ‘문화재보호 기금법’과 해외소재 문화재의 조사ㆍ보존을 의무화하는 ‘문화재보호법 개정안’, 폐사지 정비 및 복원을 골자로 한 ‘폐사지 보존 법안’ 등이 대표적이다.
여전히 ‘불자 국회의원’의 역할이 미미했다는 지적도 있다. 불자의원들이 불교계와 국회의 가교임에도, 불교계가 요구를 읽어내고 이를 법안으로 정리하려는 노력이 일부 의원에 국한됐기 때문이다. 종단 차원에서도 불자 국회의원들을 인력 풀로 관리하고, 주요 입법 활동에 동참시키는 시도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또 하나 17대 국회를 통해 대두된 문제는 종단의 대정부ㆍ대국회 대응 시스템 부재다. ‘개정 문화재보호법’의 전격적인 본회의 통과와 1주일만의 번안동의안 가결이라는 ‘해프닝’을 통해 조계종의 국회 입법과정 인지 및 대응 시스템 부재가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조계종 총무원 박희승 기획차장은 “앞으로 종단 정무 인력 충원과 시스템 보강을 통해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대책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