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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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원음(原音)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향기를 따라가니-앙굿따라니까야 완간 봉정식 및 기념세미나 열어
“빨리어 경전을 1년에 한 권 읽기도 힘든데, 1권씩 번역 해내다니….”

한 학자의 노력이 또 한 번 결실을 맺었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 대표가 <쌍윳따니까야>와 <맛지마니까야> 전집을 완역한데 이어 <앙굿따라니까야> 전집 12권(선집 1권 포함, 출판물로는 10권)을 펴낸 것이다.

이 노력의 성과를 함께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2월 2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실에서 ‘앙굿따라니까야 봉정식 및 기념 세미나’를 통해서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전 대표에 대한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20년 가까이 빨리어 경전 한글화에 고집스레 매달려온 학자에게 어떻게 존경심을 갖지 않을 수 있을까.

‘앙굿따라니까야’에서 ‘앙굿따라’는 ‘점증하는 고리’를, ‘니까야’는 ‘경전’을 의미하는 말이다. <앙굿따라니까야>는 법수, 즉 숫자에 따라 각권에 맞는 부처님의 말씀을 배열한 경전이라 보면 된다. 예를 들면 3권은 ‘어리석은 이도 세 가지 원리로 알려지고…(후략)’로, 4권은 ‘이 세상에는 네 가니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후략)’는 식으로 시작, 각 숫자배열에 맞는 경전을 모아 엮었다. 그래서 전 대표는 각 권마다 ‘모아엮음’이라는 표현을 썼다. ‘한역(漢譯)경전으로는 <증일아함경>에 해당한다.

전 대표가 완역한 <앙굿따라니까야>는 세계 최초로 생략된 부분까지 복원해낸 니까야다. 전 대표가 빠알리성전협회의 교열원전과 미얀마6차결집본을 꼼꼼하게 비교하며 현전하는 3573경을 8497경으로 복원ㆍ번역했다. 주석만 해도 4834개에 이른다.

방대한 양이지만 <앙굿따라니까야>의 내용은 일상적 가르침이 많다.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심리적ㆍ윤리적 측면을 강조하고 재가신도의 관심과 연결시키는 교육적 관점에서 고려된 짧은 경전들로 편성됐기 때문이다.

전 대표가 이번에 완역한 <앙굿따라니까야>를 비롯, 니까야들의 한글화 작업에 착수한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독일 유학시절 푹 빠진 니까야의 세계를 제대로 알리고 싶은 마음, 다른 하나는 ‘쉽게 읽힐 수 있는 경전’에 대한 열망이다.

“니까야는 원전(原典)입니다. 불교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원전 없이 어떻게 공부를 하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대학 시절 야학에 나가 사람들에게 불교 경전을 가르치려니 한문투성이라 너무 어렵더군요. 쉽게 전달하려다 보니 한문의 굴레에서 벗어나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레 원전을 연구하게 됐지요.”

<앙굿따라니까야>를 완간하기까지 전 대표가 겪은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지금은 불교계에서도 점차 ‘니까야’의 중요성을 알아가고 읽기 모임도 생겨나는 추세지만 처음 시작 때만 해도 이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현재도 전 대표의 연구소는 그가 기거하고 있는 자택이다. 그러다보니 전문 교정인력이 없어 교열교정은 ‘자원봉사’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정성들여 번역한 책에 잘못 끼어들어간 내용이나 오타가 보이면 전 대표는 가슴이 쓰리다.

번역자체도 힘든 일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배우기 쉽지 않아 전 대표는 독일어와 영어를 통해 빨리어를 배웠다. 게다가 빨리어는 고어(古語)라 문법체계가 현대어와 다른데다 완벽하지 못해 방계어까지 연구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연구자가 달라지면 쓰는 용어의 체계가 달라져 공동연구를 할 수 없었다는 점도 전 대표에게는 어려운 일 중 하나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한글 <앙굿따라니까야>를 발간하며 전 대표는 ‘불교와 자아의 문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불교계에 질문을 던졌다. 이는 전 대표가 니까야들을 정리하면서 현재 불교계에서 ‘참나’ ‘진아’ ‘마음’ 등의 단어를 많이 쓰고 있음에 천착해, ‘자아’라는 개념을 보다 넓은 스펙트럼에서 바라보고자 마련된 세미나였다. 모든 것은 ‘공(空)’하다는 부처님 말씀은 누구나 아는 상식인데 과연 ‘참나’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가.

이날 세미나에는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의 사회로 전자통신연구원 박문호 박사, 서울산업대 정영근 교수, 서울대 김규원 교수, 한별정신병원 최훈동 원장을 비롯해 전자학ㆍ생물학ㆍ정신의학 등의 전문가들이 참석, 각자의 분야에서 ‘자아’를 어떻게 볼 것인지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미나 진행 후 발표자들은 “‘자아’를 수많은 단어로 표현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자아의 개념들이 사고를 경직되게 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그 용어에 갇혀 있는 부분에서 벗어나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앙굿따라니까야>의 완간 의미는 위대한 번역작업, 원전 그대로의 한글화 작업이라는 부분에서 의미를 가진다. 이는 이날 세미나에서 회자된 용어의 경직화 문제와도 연관성이 있다. 지금까지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대승경전에 의해 법음을 들어왔다면 이제 초기경전에서 바라보는 관점은 어떠한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초기경전에서 말하는 가르침과 실생활은 어떻게 엮일 수 있는지도.

그러나 <앙굿따라니까야> 완역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붓다의 가르침을 최대한 그대로 듣고, 그 생생한 이야기 속에서 배움을 구하고 찾아야 한다는 의식일 것이다.

* 빨리어란?
고대 인도의 언어. 원시불교경전 및 스리랑카ㆍ미얀마ㆍ타이 등 남방상좌부불교(테라밧다)에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초기불교의 성전어(聖典語)로 권위를 지니고 있는 언어다. 본래는 ‘성전본문’을 뜻하는 개념이었으나 현재는 ‘성전본문의 언어’라는 뜻으로 바꿔 쓰게 됐다. 고대 인도의 교양어였던 산스크리트어에 비해 음운론적ㆍ형태론적으로 단순화된 경향을 나타내며, 다종다양한 요소가 서로 뒤섞여 그 기본이 된 언어를 특정 짓기가 힘들다.
B.C. 2세기 무렵에는 북인도에서 광범위하게 통용 언어로 쓰인 것으로 여겨지며 5세기 이후에는 동남아시아로 퍼져 불경을 기록하는 문장어가 돼, 불교교리ㆍ불교문학에 관한 막대한 문헌을 가지기에 이르렀다. 고유의 문자체계가 없어서 동남아시아의 불교경전표기시에는 각국의 언어로 기록됐고 그래서 국제적으로 빨리어성전은 로마자화해서 표기하고 있다.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8-02-25 오후 4: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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