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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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우가풍 이어가는 ‘교과서’같은 도량”
송광사 유나 현묵 스님 인터뷰
보조국사를 비롯해 16국사를 배출한 승보(僧寶)사찰 송광사. 송광사 선방에서는 이번 동안거 기간 동안 방부를 들인 30명의 수좌가 모두 안거를 성만함으로써 ‘목우가풍(牧牛家風)’의 수행전통을 이었다. 목우가풍은 보조스님의 아호인 목우자(牧牛子)에서 유래된 것으로, 송광사 유나 현묵 스님을 이를 “법(法)답게 살자는 정신”이자 “지위고하를 막론한 대중 전체가 함께 예불하고 공양하고 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묵 스님은 지리산 칠불사에서 7년간의 묵언수행 하는 등 30여 년간 제방 선방에서 수행에 매진한 선승(禪僧)이다. 현묵 스님은 “고려 승과(僧科)를 장원급제했던 보조스님은 모든 명예를 버리고 수행에 매진하기 위해 송광사를 중창하고 승가공동체를 운영했다”며 “당시 스님이 주창했던 정혜결사의 정신은 곧 ‘초발심으로 돌아가 정법의 등불을 밝히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대중들과 함께 정진하고 울력했던 보조스님의 수행정신을 받들고자 하는 후학들이 송광사로 모여들었고, 이것이 곧 ‘목우가풍’으로 오늘날에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근대의 고승 구산 스님(1909~1983)의 상좌인 현묵 스님은 구산 스님 역시 직접 비질을 하고 김장울력에 동참하는 등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대중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추억했다.

다음은 2월 20일 송광사 목우헌에서 진행된 현묵 스님과의 일문일답.

Q: 송광사 선원의 동안거 방부 현황이 궁금합니다.
A: 송광사 선원인 수선사와 문수전에는 동안거 동안 30명이 입방해 전원이 안건을 성만했습니다. 이 중에는 인도 수행승인 혜달 스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큰절에서 생활해 본 적이 없었던 혜달 스님은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적응을 잘 하고 안거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송광사의 교육과 수행은 ‘교과서적이다’는 평이 있는 정도 엄격한데, 이 때문에 다른 사찰에서 행자 위탁교육을 실시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현재 송광사 행자 10명 중 절반 정도는 다른 사찰에서 온 행자입니다.

Q: 보조국사 스님이 이후 효봉ㆍ구산 스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선지식을 배출한 송광사의 수행 가풍은 어떤 것입니까?
A: 송광사의 수행가풍이라 할 수 있는 ‘목우가풍’은 한마디로 ‘법답게 살자’는 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선방처럼 안거 기간 중 용맹정진이나 철야정진을 하지는 않지만 본분사를 잊지 않고 여법하게 살고자 하는 정신이 살아 있는 것입니다. 구산 스님 역시 대중들과 함께 울력하고 공양하고 정진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대중들이 환희심(歡喜心)을 내고 화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일례로 구산 스님은 70이 넘은 세납에도 빗자루를 들고 비질을 하고 김장울력에도 동참했습니다. 현재의 방장 보성 스님도 지난해 수해 이재민을 돕기 위한 거리 탁발 행렬의 가장 앞에 서서 한나절 동안 성금 모금을 호소했습니다. 이러한 것이 바로 ‘목우가풍’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해마다 2000여 명이 넘는 수행자들이 선원을 찾습니다. 수행자의 자세란 어떤 것이어야 합니까?
A: 수행자뿐만 아니라 수행을 하려는 모든 사람이 견지해야 할 기본자세를 다음 게송에 모두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법구경>에 나오는 이 게송에는 팔만사천의 법문을 함축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칭찬이나 비난 같은 외부의 소리에 초연하고 중심을 잡아 수행을 매진하는 한편, 사람이나 물질 같은 인연에 얽매이지 않으며 오탁악세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본성을 잊지 않고 마음자리를 찾아 정진하고자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Q: 안거 마지막 날 전에는 자자(自恣)가 이뤄지는 것으로 압니다. 선원의 자자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됩니까?
A: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대중들이여 혹 석 달 간의 안거 중 여러분에게 실수를 했거나 허점이 있었다면 자비로운 마음으로 허물을 지적해달라”고 말했던 것처럼 선방 대중이 차례로 자신의 허물을 지적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허물을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허물을 지적해달라고 청하는 바로 그 순간 자신의 허물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것이 바로 자자인 셈입니다.

Q: 최근에는 ‘깨달은 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자조적인 한탄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요?
A: 부처님을 가장 오래 시봉하고 법문을 암송했던 아난존자도 부처님의 열반 후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부처님이 아난존자에게 “깨달음에는 시절인연이 있다”고 위로했던 것처럼 이는 시절인연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쌓이고 쌓이면 씨앗이 발아하듯 언젠가 깨닫게 될 것입니다. 깨달음이란 먼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속의 깨달음을 찾는 것입니다.

Q: 현대인들에게 수행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A: 수행에는 네 가지 자연스러운 축복의 은혜, 즉 공덕이 있다고 합니다. 그 첫 번째는 용모가 밝아지고 아름다워 지는 것이요, 두 번째는 힘과 용기가 솟는 것이며, 세 번째는 건강이 좋아지고 장수를 하는 것입니다. 네 번째 공덕은 안정의 힘을 얻고 지혜와 덕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웰빙이다 뭐다 하지만 진정한 웰빙은 수행으로 마음의 파도를 잠재우고 평화를 얻는 것입니다. 파도가 잠잠해야 물에 잘 비치듯, 마음이 안정되면 지혜가 깃들게 됩니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8-02-21 오전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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