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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방재 시스템이 잘 갖춰졌다는 일본도 한때 ‘숭례문 참사’와 같은 어이없는 사건이 있었다. 1950년 7월 2일 교토에 위치한 킨가쿠지의 킨가쿠(金閣)가 방화로 소실된 것이다. 킨가쿠지는 1397년 건축돼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록된 일본이 자랑하는 문화유적지다. 당시 화재는 21세 행자승이 범인으로 실연의 아픔으로 사회에 복수하기 위해 저질러진 참사였다. 이 사건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로 극화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1949년 1월 26일에는 나라현에 위치한 호류지 금당(金堂)에서 화재가 발생해 고구려 승려 담징이 그린 금당벽화 대부분이 소실됐다. 화재는 벽화 모사 작업을 하던 한 연구원이 사용하던 전기담요가 원인이었다. 킨가쿠지와 호류지 2곳의 화재 이후 충격에 빠졌던 일본은 대대적으로 문화재 방재시스템을 정비했다. 일본의 문화재 방재시스템은 일본 전체 문화재의 9%가 소장된 와카야마현 고야산으로 대표된다.
고야산 소방시스템은 1965년 수립된 계획으로 조기경보체제, 소방선로 등 문화재 방재에 필요한 조건을 모두 갖췄다. 일본 사찰문화재 방재시스템은 화재진압이 아닌 화재감지와 화재시 문화재 격리를 기본 개념으로 한다. 어영당(御影堂)에는 상향식 수막시스템이 설치 돼 화재시 건물 외부에서 위쪽으로 물이 뿜어진다. 수막 커튼은 화재진압보다 옆건물 혹은 산불 등 외부 화기가 해당 건물로 옮겨 붙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