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화순 쌍봉사 화재는 부처님 오신 날 밤 법당 안 촛불이 쓰러지며 순식간에 대웅전 전체를 화마가 휩쓸었다. 그 이후에도 사찰 및 문화재 화재는 이어졌다. 2005년 양양 지역 산불로 불에 탄 낙산사가 대표적 사례다. 숭례문 화재로 목조건축물을 보유하고 있는 전국 사찰의 화재방지 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그렇다면 반복되는 문화재 화재가 소실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불교목조 건축문화재 만이라도 지킬 방법은 없을까?
우선 법률 정비 등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현재 문화재의 소방 방재시설과 관련된 조항은 ‘문화재보호법 제88조(화재예방 등)’ 뿐이다. 소방설비를 구축해야 한다는 원론에 머문 상황에서, 문화재 보호와 특수소방설비 등을 설치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부적인 법률 정비 등에 앞서 문화재에 대한 소방개념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수경 스님(조계종 문화부장)은 “(인명 구조와 재산 보호를 위한) 현재 화재진압 개념으로 설치된 사찰 소방설비를 (문화재 보호를 위한) 화재예방 및 외부환경에 대한 적극적 보존개념으로 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
김봉열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도 “화재진압에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화재를 감지하고 신고하는 것이 너무 늦다. 화재감지 후 통보하는 무인자동 시설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분희 행정관(조계종 문화부)도 “방재설비를 모두 갖추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예산이 부족한 현실에서 화재감지시스템을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문화재 방재설비를 위한 예산확보도 절실하다고 사찰건축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계종이 문화재청으로부터 2007년과 2008년 각각 15억원과 17억을 받았지만 이 돈은 해인사, 낙산사 등 4개 사찰 방재대책시스템 구축에 사용됐을 뿐 전체 사찰목조건축물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불교계 자체 예산 중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해 교계 한 관계자는 “소방시설 등은 무조건 국고 보조로 해결하겠다는 교계인식부터가 문제다. 사찰 관람료 중 예치금을 이용해서라도 소방 방재시설을 완비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본지 확인 결과 관람료 중 예치금 대부분이 사찰 불사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방재대책 관련 예산편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김동현 위원(문화재위원회, 前 동국대 교수)은 “국가 차원의 대책과는 별도로 종단 차원의 대책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선 교계 차원의 정밀실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계종은 현재 완료된 국보, 보물 등 건조물 124건에 대한 조사를 전 사찰구조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실태 파악 후 사찰 환경에 맞는 방재대비 매뉴얼 작성도 필수다. 김봉열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는 이에 대해 “전체 사찰을 아우른 매뉴얼이 아니라 각 사찰별 혹은 유형별로 작성된 매뉴얼이 필요하다. 총론이 아닌 각론이 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대책들과 별도로 사찰 건축문화재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과 애정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