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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이 불타고 있다’는 뉴스를 듣는 순간 철렁 가슴이 내려앉는 것과 동시에 “제발 석굴암, 해인사 그리고 쌍계사 등 아름답고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제발 무사해야 할 텐데”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숭례문 화재에서 보듯이 목조건축물은 일단 점화된 후에는 진화가 매우 어려워 가능한 화재 발생요인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목조건축물 화재 발생원인의 대부분이 전기화재로 밝혀지고 있음에도 전기설비가 무분별하게 시설된 채 방치되고 있어 소중한 문화유산이 화재로 소실되는 제2, 제3의 숭례문 비극이 예견되고 있다.
전기화재에 취약한 목조건축물의 전기설비 개선을 위해 조사ㆍ연구해 온 전기기술인으로서 불국사, 해인사를 포함한 전국의 주요 목조건축물들이 전기화재에 심각하게 노출되어있는 실태를 잘 알고 있다. 사진(하동 쌍계사 전기설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목조건축물의 구조적ㆍ문화재적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은 무분별한 전기설비의 설치는 경관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빈번한 전기화재 발생, 산불피해로 확산되는 등 막대한 사회적 손실의 원인이 되고 있다.
문화재건축물은 전기배선의 안전한 은폐시공이 어렵고, 문화재 원형 훼손이 엄격히 제한돼 일반건축물에 비해 특수한 기술적 검토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별도의 기술적ㆍ제도적 제한 없이 무분별하게 전기설비가 설치 및 관리되고 있어, 전기화재 발생 우려가 높다. 초기 점화 시 가연성이 매우 높은 PVC전선이나 PVC전선관 배선을 주변 소나무에 마치 빨래줄처럼 동여매는 등 전기화재에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전기누전으로 인한 경주 불국사 화재사고 같은 전기원인화재로 소중한 문화유산이 끊임없이 소실되는 참담한 현실에서도 화재발생의 주된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
현재 화재의 원인이 되지 않는 배선공법을 비롯해 목조건축물에 적합한 전기설비공법이 개발되어 있다. 숭례문 화재라는 비극적 사건이 전국 전통사찰을 비롯한 목조건축물 전기설비 실태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대책 마련 실천의지를 촉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