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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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없으면 불교는 화석이 될 겁니다
불서를 만드는 사람들-화남출판사
화남출판사 방남수 사장은 언제나 불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생활한다. 불서만들기는 그래서 그에게 숙명이다.

2월 4일 봄기운이 밀려드는 입춘, 불서읽기 운동에도 조금씩 싹이 터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불서 만들기에 매진하고 있는 현장을 다시 찾았다. 서울 망원동에 위치한 화남출판사(사장 방남수)다.

불자들에게 아직은 생소한 이름일지 모른다. 이곳의 분위기 또한 여느 불서전문출판사와는 다르다. 겉으로 봐서는 불서를 만들어 내는 출판사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이는 화남출판사가 인문ㆍ소설 등을 아우르는 책을 만들어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발간 도서 200여종(자서전 등 포함)가운데 30여종이 불교 또는 선(禪)에 근거하고 있는 서적이라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본격적으로 책을 펴낸 시점이 2002년부터였다고 한다면 1년에 적어도 5종의 불서는 만들어낸 셈이다. 지금까지 내놓은 책들의 목록을 살펴보니 불서 외 종교서적은 단 한 권도 없다. 일반출판사가 불서를 전문출판사 못지않은 수준으로 만들어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남수 사장이 빙긋이 웃으며 답한다.

“제가 불교와 인연이 깊어요.”

화남출판사를 알기 위해서는 방남수 사장의 삶을 돌아봐야 한다. 그것이 화남출판사가 왜 불서 출판사를 많이 하는 곳인지 알려주는 열쇠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방 사장은 서울 도선사에서 혜성 스님을 은사로 19세 되던 1977년에 출가, 청정 비구의 삶을 꿈꿨던 이력이 있었다.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무작정 도선사에 출가한 그는 이후 10년 동안 불교와 학문 사이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다 방 사장은 1980년, 도선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요즘 진상조사에 나서고 있는 ‘10.27법난’ 때문이었다.

“군대를 갔다 오니 혜성 스님 상좌는 방부(절에서 기거하도록 해주는 것)를 받아들여줄 수 없다 하더군요. 그 후 사회로 치열하게 뛰어들자 싶어 미국으로 갔어요.”

미국에서 제약회사 영업부 사원으로 변모해 가정을 꾸리고 10년간 거주했던 그가 다시 한국 땅에 발을 디딘 것은 1991년. 도선사에서 발행하는 월간 <여성불교>의 편집주간을 맡기 위해서였다. 그 와중에 방 사장은 1993년 ‘화남’이라는 이름으로 출판사 등록을 하게 된다. 도선사에서 수학하던 시절 스승 도광 스님이 그에게 지어준 법호가 바로 ‘화남’이었다. 출판사 등록은 당장 책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언젠가 자신이 불교 서적을 펴내는 일을 할 것이라는 그 나름대로의 ‘대원(大願)’이었다.

화남출판사에는 이런 방 사장의 삶과 의욕은 물론 불교신자로서 끊임없이 정진해가는 그의 행로, 바로 그것이 녹아있다. 그래서 화남출판사는 곧 ‘방남수’라는 개인에게서 떨어질 수 없는 본질과도 같을 터다. 그러면서 불자들에게 그가 몸담았던 불교집안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채널도 된다.

청담 스님과 같은 삶을 꿈꾸던 방 사장이었기에, 청담 스님에 대한 지극한 경애는 출판사를 시작하며 곧바로 출판으로 나타났다. 처음 불교출판물을 만들어 낸 것도, 청담 스님의 법문을 모은 <마음속에 부처가 있다>였다. 요즘도 청담 스님은 그의 정신에서 떠나지 않는 스승이다.

그가 몸담고 있었던 인연 때문인지 화남출판사에서 만들어낸 불서는 일정부분 ‘청담’에 기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청담 스님 관련 책만 펴낸다면 당초 출판사를 차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요즘 그는 해외 불서와 다소 가볍게 다가가는 불서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만들어낸 책이 수자타의 <관(觀)>이다. 시처럼 짧게, 삽화를 넣어 쉽게, 글씨는 크게, 그러나 불교의 강렬한 메시지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 방 사장이 요즘 출판을 하며 고민하는 점을 그대로 담아냈다.

“개신교는 <성경>을 끊임없이 시대와 함께 변모시켜 왔습니다. 불교역시 ‘화석’처럼 굳지 않아야 합니다. 그것이 화남출판사가 걸어야 할 길이고요.”

그는 문단에서도 발이 넓다. 김지하ㆍ현기영ㆍ박완서 등의 쟁쟁한 문인들과 교류하며 이들의 책을 펴낸다. 문득, 불서를 만들 시간에 소위 잘나가는 작가들의 책을 한 권이라도 더 만들어 내면 훨씬 더 편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방 사장은 절대 불교를 놓을 생각이 없다. 그는 “앞으로도 1년에 5권은 불서를 만들겠다는 각오”라고 다부지게 말한다.

화남출판사를 방문하면서 이 출판사의 색깔은, 말하자면 ‘강렬한 붉은 색’이 아닐까 싶었다. 그 만큼 활동적인 방 사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더 어렵고 힘든 일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 사찰 부도를 돌아보고 내용을 제대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시간도 노력도 많이 들겠지만 불자라면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도는 불교의 유산입니다. 전문적인 시각에서 이를 바라보고 제대로 된 출판물로 만들어내는 것을 숙원으로 삼겠습니다.”

화남출판사 불서 BEST 15
순위 책이름 저자 출판년도
1 마음속에 부처가 있다 청담 지음, 혜성 엮음 2002
2 부처님의 지혜 강병호 2003
3 마음동자 청담 2003
4 도란 무엇인가 도우 2003
5 마음꽃다발 혜자 지음, 공광규 엮음 2003
6 관 수자타 지음, 김문호 옮김 2003
7 수레바퀴 앞에서1, 2 백금남 2004
8 아! 청담 청담 2004
9 비구니 김정은 2004
10 101가지 선 이야기 폴렙슨 외 지음, 김문호 옮김 2005
11 마라난타 민희식 2005
12 10.27 법난의 진실 유응오 2005
13 원효대사1, 2 이광수 2006
14 동쪽 산이 물 위로 간다 영암 지음, 원혜 엮음 2006
15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 혜자 2006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8-02-12 오전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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