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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일 발생한 국보 1호 숭례문 화재 참사는 전체 지정문화재의 35%를 보유하고 있는 불교계에도 적지 않은 충격과 교훈을 남기고 있다.
소방방재청이 발행한 <2004년도 화재통계연보>에 따르면, 사찰화재는 1997년부터 2004년까지 해마다 50여 건 이상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교계는 1984년 발생한 화순 쌍봉사 대웅전(보물 제163호) 화재와 예천 용문사 방화사건, 1997년 회암사 선각왕사비(보문 제387호) 화재, 2003년 누전으로 인한 원주 구룡사 대웅전(강원도유형문화재 제24호) 전소사건, 2005년 산불로 인한 양양 낙산사 화재사건 등으로 수많은 성보가 잿더미로 변하는 참사를 겪었다. 하지만 사찰 방제시스템 구축은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 낙산사 화재 이후 불교계 대응은?
현황조사 및 시범사업 단계
지난 2005년 산불로 발생한 양양 낙산사 화재에서 낙산사동종(보물 479호) 등 수많은 성보를 잃은 불교계는 이후 방재대책 수립에 힘써왔다.
조계종(총무원장 지관)은 2005년 전국 30여개 주요사찰을 대상으로 방재대책 현황을 조사하고, 이듬해 <주요사찰 방재대책 현황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또한 일본을 방문해 사찰 방재시스템을 현장 조사하는 한편,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와 함께 화재예방 등에 관한 문화재보호법 개정에도 앞장섰다.
조계종은 이후 2007년과 2008년 문화재청으로부터 각각 15억과 17억 원의 예산을 배정받아 해인사, 무위사, 봉정사, 낙산사 등 4개 사찰에 대한 방재대책 시스템 구축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찰 문화재 실태를 파악한 후 권역별 소화전 설치, 수로 및 안전선 확보, 방화수림 조성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마무리되어야 할 방재대책 시스템 구축 시범사업은 해인사의 방수포 시설 설계변경에 대한 승인이 나지 않는 등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 사찰 방재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소방용수ㆍ문화재 방재 이해 부족
조계종이 2006년 발간한 <주요사찰 방재대책 현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요사찰의 방재대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일부 사찰에서는 높은 수준의 방재시설을 갖추고 상황훈련을 실시하고 행동지침을 마련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반면, 상당수의 사찰은 소화전 몇 개와 소화기를 비치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사찰이 산간 지역에 위치해 소방용수가 부족하고, 소방차가 도착하더라도 소방로 확보가 어려워 진입하기 어려운 곳이 많은 형편이다. 거의 모든 사찰이 설치해 둔 소화전도 동선과 화재진압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고 배치되어 있거나 작동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화재 시 문화재를 보호해야 할 방화수림을 불에 타기 쉬운 수종으로 조성하거나, 건축물과의 안전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예도 있어 오히려 피해를 확대시킬 우려도 제기됐다.
이번 숭례문 화재참사에서도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이 진압방식을 두고 논란을 벌이다 국보를 전소시킨 예에서도 볼 수 있듯, 문화재 소방개념에 대한 이해가 낮은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화재 발생 시 행동지침에 대한 이해와 문화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감압노즐 등 특수소방설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다.
▲ 향후 방재대책 대안은?
문화재별 매뉴얼 작성ㆍ관련제도 정비 시급
조계종 문화부(부장 수경)는 2월 11일 ‘사찰방재 종합대책’에 관한 기자브리핑을 열고, 향후 대응을 설명했다. 문화부장 수경 스님은 “이번 숭례문 화재참사는 불교계가 사찰방재시스템과 화재진압 대응에 더 관심을 갖고 각 사찰의 실태를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현재 정부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므로, 앞으로 방재제도에 관한 법적ㆍ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앞으로 전국 사찰에 대한 단계별 조사를 실시하고 사찰의 특성에 맞는 방재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까지의 화재진압 개념의 소방 설비가 아닌, 예방 등 적극적인 보존개념을 도입한 문화재 소방개념을 도입하는 한편 문화재 피해를 최소화하는 감압노즐 마련 등 특수소방설비 설치기준 마련에도 나설 예정이다.
문제는 ‘예산부족’이다. 조계종은 양양 낙산사 화재가 발생한 2006년, 사찰 화재예방 현황조사 및 방재시스템 구축을 위한 예산 80억 원을 정부에 요구했으나 정부는 현황조사 예산만 1억 원을 배정했을 뿐 방재대책시스템구축 예산은 책정을 유보했다.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방재대책 시스템 구축 시범사업에만도 수십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데다, 이를 전국 주요사찰로 확대할 경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
제도개선도 풀어야 할 문제다. 방재대비 매뉴얼에 의한 특수소방설비를 설치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가칭)문화재방재대책을 위한 법률’ 등 문화재 방재대책 법률도 일원화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문화부 이분희 행정관은 “사찰의 상황에 맞는 방재 매뉴얼을 만들고, 화재 시 지휘체제의 혼선 없이 현장을 지휘할 총책임자를 두고 평상시 모의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