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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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로 깨끗해진 마음엔 生死도 없어라
-봉선사 ‘자비도량참법’ 기도 회향 현장

끊어진 맥을 다시 이은 뜻은?
운악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살을 도려내는 듯 매서웠다. 이런 강추위와는 상관없이 ‘자비도량참법’ 기도 회향식이 진행되고 있는 설법전은 참회하는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오랜 세월동안 알게 모르게 지은 죄업을 녹이겠다는 일념으로 기도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는 설법전을 뜨겁게 달구고도 남을 정도였다.

봉선사에서는 오랫동안 맥이 끊어진 ‘자비도량참법’기도를 1월 3일 입재하여 매주 목요일마다 봉행했다. 1월 31일 오후 2시 회향법회가 열렸다.


<자비도량참법>은 일종의 참회문 총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여러 경전에 들어있는 참회의 방법과 내용들을 일정한 체계로 엮어 낸 책이다. <자비도량참법>을 보면 서두에 참회문을 편찬하게 된 동기가 있다. 중국 양무제는 황후 차씨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큰 슬픔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구렁이가 나타나 자신이 죽은 황후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생전에 궁녀들을 구박하고 질투심으로 인해 살인까지 저질렀습니다. 그 과보가 너무나 커서 구렁이의 몸을 받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니, 부디 저를 위해 공덕을 닦아 주세요.”

양무제는 당대의 고승들을 초대해 황후 차씨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 묘책을 물었더니, 참법을 닦아 부처님을 봉행할 것을 권하였다.


<자비도량참법>은 ‘인과응보를 믿지 않고 자신이 구제받을지를 의심하는 것은 수행과 불법을 닦는데 장애가 되므로 끊어야 한다. 또 죄를 없애는 참회(懺悔)와 반드시 불도를 깨우치겠다는 발보리심을 해야 하며 발원의 결과를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중생과 함께 나누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가르친다.

묵은 때 먼저 녹여야 행복이 온다
주지 인묵 스님은 “신년을 맞이하여 묵은 때를 녹이는 참회부터 하는 것이 바른 기도라고 생각하기에 자비도량참법 기도를 봉행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기도에 들어가기에 앞서 꽃비의식을 시연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탄생하였을 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듯이, 이 기도에 동참하는 사람들 역시 참회기도를 함으로서 새사람이 된다는 의미와 경건한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서 종이로 만든 연꽃잎을 뿌리는 것이다.


“자신과 타인의 원한, 타인과 타인간의 원한이 없어야 지옥이 없어집니다. 기도를 하면서 서로가 모두 원한을 풀어 성냄과 어리석음을 생겨나지 않게 하고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발원해야 합니다.”

직접 징과 북을 치면서 참회기도를 진행하는 인묵 스님은 300여명이나 되는 동참자들을 향해서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자비도량참법 기도 회향은 조상천도재로 이어졌다. 경전을 읽으면서 죄를 참회하는 기도를 수행하면 죄업을 녹일 수 있으며, 내 식이 맑아짐으로 해서 죽은 사람의 영혼을 구제하여 극락으로 인도해 줄 수 있단다.

자꾸만 흐르는 눈물 ---환희와 가피
몇몇 사람들은 기도를 하면서 눈물을 흘렀다. 어떤 노보살님은 <자비도량참법>을 독송하면서 자신이 지은 죄업이 떠올라 자꾸만 눈물이 흐른다고 하였다. 또 어떤 보살은 참회기도에 동참한 것만으로도 부처님의 가피를 받았다고 생각하기에 올 1년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수억 겁을 내려오면서 입으로 몸으로 마음으로 지은 죄를 이 한 번의 기도로 소멸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금생에 지은 죄 일부는 희석되고 소멸되었다고 생각하면 기쁨의 눈물이 넘쳐흐를 것도 같다.


봉산사는 앞으로도 일 년에 두 번씩 ‘자비도량참법’기도를 봉행할 계획이다. 자칫 분위기라 무거워질 수도 있는 것이 참회기도인데, 북과 징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법당에 얕게 깔리고 분홍 꽃잎이 흩날리는가 하면 나비가 날아오르는 것 같은 바라춤이 있어 마치 축제와도 같았다.
글=문윤정 논설위원 사진=박재완 기자 |
2008-02-09 오전 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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