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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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편집으로 불서 만들 것
불광출판사를 찾아서
불광출판사에서 불서 만들기에 힘쓰고 있는 불광 식구들이 서고 앞에 모였다.

‘불광(佛光)’은 부처님의 대지혜 광명으로 우리 자신과 이 사회를 비춰 광명화 하는 운동이다. 인간사회의 성공과 행복ㆍ발전을 실현하는 것이 불광운동의 이상이며 궁극적 목적이다. (<광덕스님의 생애와 불광 운동> 중)

서울 석촌호수 근처에는 불광사(회주 지홍)가 있다. 불교대학, 봉사활동, 유치원 등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도심 사찰이다. 하지만 ‘불광’이라는 이름의 브랜드를 훨씬 가치 있게 만드는 존재는 아마도, ‘불광출판사’가 아닐까. 초대 불광사 주지 광덕 스님의 문서포교 대원을 이어가고 있는 그들을 만나봤다.

불광출판사를 찾은 것은 1월 22일이다. 석촌호수를 지나 맑은 마음으로 불광출판사에 들어가자 10명의 직원들이 ‘일 삼매경’에 빠져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월간 불광> 400호 마감 때문이다. 1974년 11월 창간했으니 33년 4개월 동안 발간돼 온 것이다. 불광출판사에서 ‘불서와의 만남, 부처님과의 만남’이라는 기조 아래 단행출판물을 만들어내면서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만들어낸 <월간 불광>의 존재에서 벌써, 불광출판사의 저력이 느껴진다.

불광출판사는 불서출판계의 베테랑이다. 무비 스님의 <금강경강의>처럼 불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불서를 많이 보유한 출판사기도 하다(<금강경강의>는 22쇄를 찍어냈다). 전체적인 출판 불황 속에서도 30년 전문출판사의 역량은 여실히 느껴진다.

“우리는 신행ㆍ수행 서적을 주로 출판해 왔어요. 즉 공부하는 불자, 책을 보는 불자들이 읽을 만한 출판물을 주로 내왔지요. 그것이 주효해 우리 책들이 불자들 가정에 꾸준히 보급된 것 같아요.”

불광출판사 사기순 편집부장의 말이다. 사 부장의 말에서 유추해 보건데, 불광출판사의 힘은 ‘문서포교’의 기본을 잘 지켜 온 것에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화두 놓고 염불하게>나 <위빠싸나> 등의 책들은 각 수행법에 맞게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독서로 읽히는 책들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더욱 그렇다.

사 부장은 1990년 불광출판사에 입사한, 출판사의 역사와 같은 인물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불교반 활동을 하면서 편집부장을 도맡아온 사 부장은 이제 출판계에서 누구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 불서전문출판인이다.

현재까지 불광출판사는 약 230여종의 책을 펴냈다. 얼핏 보면 그리 많은 종수가 아닌 듯 하지만 기존의 책을 증보판 해 새롭게 찍어낸 경우가 많다는 점을 참고한다면 수긍이 갈만하다. 안주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물음도 가질 수 있다. 지난해 불광에서는 2006년에 비해 초판 비중을 40%나 늘렸다. ‘어렵다, 어렵다’하는 불교출판계에서 신간을 내놓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터인데도 말이다. 이렇게 보면 꾸준히 읽히는 책들만 계속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책을 펴냄으로써 불교서적의 저변을 넓혀나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불광출판사는 현재,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원래 <월간 불광>과 도서 편찬 사업을 함께 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각각 팀을 만들어 전문화의 길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꾸준하긴 하지만 폭발적으로 발전한 것은 아니잖아요? 독자의 범주를 더 확대해서 일반인들에게 읽히는 말랑말랑한 불서를 기획하고 만들어내야 할 것 같아요.”

현재 작업 중인 <월호스님과 함께하는 즐거운 참선(가제)>이나 <월간 불광>에 연재됐던 용화 스님의 <생활 수행 이야기>도 그런 맥락에서 펴내는 책들이다. 불교를 담되 불교가 아닌 것처럼, 육아ㆍ교육ㆍ가정ㆍ직장 등 생활 전반에 걸쳐있는 인간의 ‘마음 조절’ 문제를 세련되게 기획, 편집해서 책을 펴낸다는 것이 불광출판사의 계획이다.

변화의 물꼬는 터놓았지만 문제는 ‘인력’이다. 불교계의 열악한 출판 인력난 현실에는 탄탄한 기반을 자랑하는 불광출판사 역시도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다.

“좋은 인력들이 많이 유입돼 불서전문출판인으로 커 나가야 하는데, 불심 깊고 능력 있는 이가 불교출판사에 몸담았다가도 금세 무력감에 빠지고 맙니다. 그러다 보니 기획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지요.”

이런 문제를 언급한다는 것은 전문인력을 키우기 위해 애쓰겠다는 또 다른 의지 표명이다. 불광출판사는 이름처럼 ‘불광’의 목표가 있지 않은가. 게다가 구심점이 있는 출판사인데, 앞날에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못 헤쳐나가리 없다.

맑은 호수처럼 잔잔히, 그러나 그 호수 속 물고기들처럼 역동적으로 불교출판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불광출판사에서 앞으로 나올 책들은 어떤 형태일까, 기대하며 문을 나섰다.

<불광 도서 베스트 20>
책이름 저자 출판년도
1 고봉화상선요어록 통광 1993
2 금강경강의 무비 1994
3 금강경 역해 각묵 2001
4 무비스님의 가려 뽑은 명구 백선 무비 2007
5 반야심경 강의 광덕 1980
6 보현행원품 강의 광덕 1989
7 부처님의 생애 박경훈 1990
8 붓다의 호흡법 아나빠나삿띠 김열권지음, 이승훈 옮김 2007
9 생의 의문에서 그 해결까지 광덕 1981
10 생활 수행 이야기 법상 2001
11 서장 종고 지음, 지상 역주 1998
12 신도포교지침서 상ㆍ하 성일 1996
13 아함의 중도체계 이중표 1991
14 오대산 노스님의 인과 이야기 과경 엮음 정원규 옮김 2006
15 위빠싸나 1ㆍ2 김열권 편저 1993
16 육조단경 광덕 옮김 1975
17 주역선해 지욱 지음, 박태섭 역주 2007
18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유식 30송 서광
19 현대인의 정신건강 이동식 1989
20 화두 놓고 염불하게 김지수 2000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8-02-08 오전 8: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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