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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 복지도 신경써야합니다
⑫ 나눔의집 안신권 국장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보금자리 나눔의집에서 할머니들과 함께 울고 웃는 안신권 사무국장.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고 하면 어떤 생각부터 드는가. 아직도 존재하는 무수한 편견어린 시선, 거기에 역사의 증인이라는 무게. 아직 그네들이 짊어지고 가야하는 짐은 너무 무겁기만 하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보금자리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원장 원행)에서는 그래도 할머니들이 편안하게 생활하실까. 할머니들과 함께 생활하는 안신권(47) 국장을 만나 그가 느끼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할머니들이 느끼는 절망감이 안타까울 뿐이죠.”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안 국장은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전날 밤에도 그는 할머니 한 분의 잠꼬대로 잠을 설쳤단다. 밤새 ‘일본군’과 싸웠다는 할머니를 보면서 어쩌면 할머니들의 정신은 60여 년 전에 묶여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우리의 아픈 과거인 동시에 세계적으로도 전쟁의 잔인함을 잘 알려준 역사적 사실이다. 피해 생존자들의 애끊는 증언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일본에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사과를 요구하는 결의문들이 속속 채택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 피해 규모가 가장 큰 한국 땅에서는 반짝 관심이 일어났다 사라지길 반복할 뿐이다. 안 국장에게는 이런 역사적 무게가 유난히 묵직하게 다가온다. 할머니들과 이심전심 살아온 세월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안 국장이 처음 할머니들을 만난 것은 2000년이었다. 당시 사회복지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그는 아내와 함께 평소 인연 있는 스님을 따라 시설에 들렀을 뿐인데, 시설 실무자가 필요했던 나눔의집 측에서 그에게 손을 좀 빌려 달라 요청했다.

“할머니들과 함께 먹고 자고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지요. 나눔의집이 어떤 시설인지는 저도 언론보도를 통해서만 들어본 정도였지, 어떤 의식이 있거나 그렇지는 않았어요.”

그랬던 그가 이제는 나눔의집 모든 살림살이를 챙긴다. 할머니들 숟가락에서부터 역사관까지, 안 국장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요즘 안 국장은 더 바쁘다. 2월 16~22일 펼쳐지는 나눔의집 한일청년 캠프 피스로드도 개최해야 하고,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올해 10주년을 맞은 일본군위안부역사관 개보수도 마쳐야 한다. 경기도 광주 퇴촌이라는 시골에서 할머니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의 삶은 할머니들처럼 부단히 바쁘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요즘 안 국장의 고민은 다른 데 있다. 할머니들을 향한 시선이 너무나 인권적이라 정작 할머니들에게 필요한 ‘복지적’ 영역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문제는 ‘나눔의집 위안부 피해자 전문요양시설’ 건립 문제다. 건립에 필요한 토지까지 모두 매입했지만 상수원 보호구역에 걸려 사실상 현재 사용하고 있는 건물을 재건축해서 쓰는 방향으로 허가가 났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충분치 않은 것 같습니다. 생존자들이 모두 80이 넘은 지금, 그들의 생활고, 병고는 어디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인지….”

그는 나눔의집 이야기를 할 때면 항상 진지하다. 그만큼 할머니들의 삶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일 터다. 그래서 좀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사회적으로 그녀들이 당했던 일이 잊혀 지지 않기를, 우리 역사의 아픔으로 남아 후손들이 다시 되돌려 받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복지적인 측면에서 보고 책을 내고 싶어요. 할머니들을 향한 인권적인 측면을 다루는 이야기들은 많이 쏟아져 나왔지요. 하지만 이들이 진짜 삶에서 필요로 한 부분에 대한 관심은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현장에서 느끼는 아쉬움들, 언젠가는 책으로 엮어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8-02-05 오후 2: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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