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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감각 통해 너희들의 세상 열어 봐!
승가원장애아동시설에서 계절학교 열려
승가원장애아동시설 원장 동옥 스님이 계절학교에 참여해 시설 원아를 돌보고 있는 모습.

“선영아, 언니 하는 것 좀 봐.”

어떤 일을 해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소녀가 뒤척임을 보인다.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빙그레 미소 짓는 것은 볼 수 있다. 선영이(15ㆍ가명)는 거의 누워서 생활하는 중증장애아동이다. 15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게 보통의 또래보다 훨씬 가녀리다. 언어로 의사소통도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봉사자 언니가 손을 흔들자 눈을 움직인다. 선영이의 반응에 봉사자 언니의 입가에도 어느새 웃음이 걸린다.

서울 안암동 승가원장애아동시설(원장 동옥)을 찾은 1월 22일, 시설이 온통 들썩들썩한다. ‘겨울학교’ 때문이다. 승가원장애아동시설이야 아이들이 있는 곳이니 언제나 분주하지만 겨울학교에서는 유난하다.

이번 겨울학교는 ‘우리들 세상’을 주제로 1월 21일~25일까지 진행됐다. 이 프로그램은 아동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고자 승가원장애아동시설에서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우리들 세상’이라는 이름은 아무래도 시설 장애아동들 마음 속 세상을 가리키는 것일 터다. 아이들 72명 각각의 마음속에는 어떤 세상이 있을지 조금은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걸게 된다.

시설 아동들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미술치료를 하고 있다.

직접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의 세상을 이해하면 좋으련만, 아이들 중 태반이 중증장애아동이라 언어활동, 의사표현 등에 제약이 따른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감각반응을 끌어내는 것이 최상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활동은 옷에 그림그리기, 색종이 찢어 붙이기, 포장재를 활용한 구르기 놀이, 패트병 속에 콩을 넣어 흔들어주기 등으로 진행됐다. 직접 손을 쓸 수 있는 아이들은 옷에 물감을 찍어 그림을 그리거나 손바닥에 물감을 묻혀 찍기놀이를 하고 색종이로 모자이크 놀이를 하며 작품 활동을 한다. 이른바 시설 내 ‘엘리트 집단’이라 불리는 아이들이라 그런지 그림도 곧잘 그리고 그럴싸한 작품도 만들어낸다. 이보다 활동이 부자연스러운 아이들은 일명 ‘뽁뽁이’라 불리는 포장재를 온몸을 이용해 터뜨림으로써 터지는 감각과 소리를 경험한다. 또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봉사자들이 병 속의 콩을 흔들어 소리를 내주거나 고무찰흙을 손에 쥐어주고 함께 주무르면서 아이들의 반응을 살피게 된다. 일반인의 눈으로 보자면 이런 활동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이는 놀이이자 치료다. 이 아이들이라고 왜 스트레스가 없을까. 여러 사람들이 드나들며 한 번씩 스쳐가는 것도 이들에게는 고역일 수 있는 것을. 그리고 여느 아이들처럼 제 뜻대로 되지 않으면 토라지고 마음이 상할 수도 있는 것을. 이런 마음을 자연스럽게 풀어주는 것이 바로 이런 감각놀이다.

이렇게 진행된 아이들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고생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예비 사회복지사인 사회복지실습생들이다. 실습생 황수영(한양여대2)씨는 “세부프로그램을 고안하기 위해 2주간이나 고민하며 준비단계를 거쳤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기획부터 생활재활교사, 사회재활교사들이 함께 했다. 또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생 20여명도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미래 의사선생님들이 자원봉사자로 장애아동들의 상황을 지켜본 것이다. 이들은 의사란 직업은 인간에 대한 마음 깊은 이해가 필요하기에 시설봉사를 선택했다고 한다.

자원봉사자가 아이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그러나 마음만큼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것이 봉사다. 의대생 봉사자 정현숙(24)씨는 “장애아동들이라 처음에는 많이 긴장했고 안아주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만큼 장애아동은 일반에 잘 알려져 있으면서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상 편견과 오해에 사로잡히기 좋은 존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씨도, 함께 봉사한 사람들도 아이들이 장애ㆍ비장애로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아님을 깨달아가고 있었다.

“중증장애아동 봉사라 하면 그저 씻기고, 밥 먹이고 이런 활동만 하면 될 줄 알았어요. 이들에게도 이런 다양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아이들을 위한 치료 쪽에도 관심을 가질 생각입니다.”

이날 행사에 직접 참여하며 아동들을 독려한 시설 원장 동옥 스님은 “아이들에게서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은 너무 중요한 일”이라며 “장애아동들의 세상을 우리의 눈으로 바라보지 말고 아이들 시선에 맞춰 보는 노력을 사회 전체에서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승가원장애아동시설은 겨울학교 ‘우리들세상’을 통해 만들어진 아이들의 작품전시도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는 시설에서 2월 1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02)921-6410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8-01-31 오후 4: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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