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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벽송사(주지 월암)가 1월 20일 선교겸수 수행공간 청허당과 안국당 상량식을 봉행했다. 지리산 산등허리마다 짙은 초록 위로 하얗게 쏟아지는 눈은 선불교 종가의 위상을 찾아 새롭게 출발하는 벽송사의 상량식을 축하하듯 하객들을 맞았다.
한국선불교 최고의 종가로 알려진 벽송사는 1520년 벽송지엄 스님에 의해 창건됐다. 서산ㆍ사명 대사가 수행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선교를 겸수한 대 종장을 108명이나 배출해 ‘백팔조사 행화도량(百八祖師 行化道場)’의 별명도 갖고 있다. 벽송사를 창건한 벽송지엄 선사에 이어 부용영관 선사가 제2대 조사를, 서산 대사 청허휴정 스님이 제3대 조사를 이으며 벽송사는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선교겸수의 중심도량이자 간화도량으로 불리게 됐다. 하지만 조선시대 불교말살 정책과 함께 어려움을 겪던 벽송사는 한국전쟁 당시 지리산 빨치산의 야전병원으로 이용되다가 국군에 의해 소실된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1960년대 원응구한 스님에 의해 중건된 벽송사는 이번 상량식으로 선불교 종가의 위상을 되찾는 첫걸음을 내딛었다.
벽송사 불사는 안국선원에서 불사금을 지원해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300여명이 참석한 상량식에서 수불 스님(안국선원 주지)은 “한국의 큰 선지식을 배출하는 도량으로 거듭나 한국불교의 큰 기둥이 되기를 바란다”며 축하했다.
현재 벽송사는 125.4㎡(38평)의 쌍둥이 목조건물 청허당과 안국당, 330㎡(100평)의 공양간 백장요, 부용암 및 종각, 담장 등을 신축 중이다. 청허당과 안국당은 사시사철 수행 및 공부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된다. 청허당은 서산 대사 청허 스님의 법명에서, 안국당은 서방세계 극락정토를 향해 스님들이 지향해야 할 안국세계란 뜻과 안국선원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붙여졌다. 공양간 백장요는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의 뜻을 담았으며 부용암은 벽송사 제2대 선사 부용영관 스님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부용암은 특강 및 논강에 참석하는 스님들을 위한 임시 처소로 사용된다. 불사는 올해 가을 회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