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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캠페인] 우리출판사를 찾아서

‘우리’라는 단어는 참 정겹다. ‘나’와 ‘너’가 ‘함께’한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출판사 이름 앞에 ‘우리’가 붙었다. 이 정다운 이름의 출판사는 과연 어떤 책을 만들어내는 곳일까.

우리출판사를 찾은 것은 1월 15일이었다. 매서운 바람을 맞아가며 서울 충정로 경기대 후문 근처의 출판사를 찾아 올라갔다. 우리출판사에서는 현재 <우리말 지장경> 본문 교정 작업 중이다. 한창 작업 중인 직원들 사이에서 조금 기다리자니 우리출판사 이사장 무구 스님이 성도재일 철야법회를 봉행하고 합류한다. 조금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스님은 출판사 이야기를 꺼내자 활기를 찾는다.

“불자들이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데…. 복지 프로그램 등 여러 가지 진행하다 보면 안타까운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 그래서 책 만드는 것이 더 보람 있는지 몰라요.”

우리출판사는 사찰복지로 이름 높은 수효사와 함께 있다. 이는 출판사를 운영하는데 큰 힘이 된다. 불교계 출판사 중 우리출판사는 비교적 규모가 큰 편이다. 불서전문 출판사가 9명의 직원이라니 놀랍다. 스님은 “아무래도 포교목적으로 출판사를 운영하다 보니 출판만 전담하는 것 보다는 부담이 덜한 상황”이라고 밝힌다.

우리출판사는 1980년 설립됐다. ‘따주기’로 유명한 성훈 스님의 뜻을 받든 것이다. 가장 먼저 만든 책은 역시 성훈 스님의 수필집이었다. 그리고는 <법화경>, <지장경> 등의 경전 위주로 책을 펴냈다.

“초창기에는 정말 어려웠어요. 출판 방향잡기가 너무 힘겨웠거든요. 게다가 무거운 내용 일색이라 일반 독자들이 접근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스님은 생각을 바꿨다. 명료하고 쉬운 불서, 누구나 읽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생활과 가까운 불서를 만들기로. 그 결과 교계 한 편에서는 또 “너무 쉽게 가는 것 아니냐”는 쓴소리를 듣게 됐지만 일반 독자에게 다가가는 데는 성공을 거뒀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잘사는법 99>(최정희 저),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전통사찰음식>(적문 저), <성훈따주기>(성훈 저)처럼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서가 가장 눈에 띈다. 물론 이런 영역이 다는 아니다. 법문집과 경전, 법요집도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워낙 방대한 도서들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무구 스님이 “이것은 정말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만든 불서가 있다. 바로 <고승열전>시리즈다.

“왜, 위인전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잖아요. 저도 헬렌 켈러, 케네디 등의 전기를 읽고 자랐거든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우리 불교 역사에 너무나 훌륭한 스님들이 많은데 왜 외국사람 위인전기만 있을까 싶더라고요.”

<고승열전> 시리즈는 지금도 꾸준히 팔리는 책이다. 스님의 생각이 대중의 욕구를 만족시켰다는 뜻일 것이다. 위인집처럼 만들어 불자가 아닌 사람들에게까지 우리 역사에 이렇게 훌륭한 스님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정리해 나가는 것에 스님은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스님은 또 어린이 책 만드는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신경림 선생이 전해주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지혜>(글 오은석ㆍ그림 이증삼) 등은 <본생담>등의 재미있는 경전에서 이야기를 뽑아 어린이를 위해 다시 만들었다. 특히 활자와 삽화 등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이런 우리출판사에서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사람’ 이야기다. 환한 웃음이 인상적인 김동숙 전무와 김동조 부장 말이다. 이들은 1983년부터 우리출판사에서 일했다. 모두 무구 스님의 속가 동생이기도 하다. 온 가족이 부처님 전법에 매달려 일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김 전무는 넉넉한 웃음과 살뜰하게 사람을 챙기는 마음으로 출판사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게다가 업무를 시키기 보다는 직접 해내는 경우가 많다. 법요집이 가득 든 상자를 번쩍 들어 올리는 모습, 점심시간에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며 맛있는 반찬을 손수 챙겨다 주는 모습에서는 그야말로 사람냄새가 난다.

우리출판사의 색깔은 ‘우리’라는 단어 그대로 ‘정겨움’이었다. 불서를 만드는 사람이 그렇게 정겹기 때문일까, 만들어 내는 불서에서도 그 색깔은 고스란히 묻어난다.

따뜻한 불서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 곳. 우리출판사에서는 오늘도 ‘우리’의 의미를 되새기며 열심히 불서를 제작하고 있다.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8-01-24 오후 6: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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