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인사동에서 차(茶)를 판매하는 양모(54)씨. 며칠 전 가게로 70대 초반 쯤 되어 보이는 남자 어르신 한 분이 찾아왔다. 그는 자신이 농사를 오래 지었고, 최근에 농장을 팔아서 10억 정도 되는 돈이 있다며 “이 돈을 꼭 비구니스님이 하시는 불사에 시주하고 싶다”고 말을 건넸다. 자신이 오랫동안 집 근처 절의 비구니노스님을 모셨는데, 스님이 입적하시면서 “재산을 비구니스님에게 시주하라”고 유언을 했다는 것이다.
처음엔 경계를 하던 양씨도 용의자의 말주변이 워낙 좋고 “여기(차 파는 곳)에 비구니스님들이 많이 오실 것 같아 찾아오게 됐다”는 등 알리바이도 재차 제시하자 어느 정도 긴장을 늦추게 됐다. 그러자 용의자는 “현재 은행에 10억이 있는데 이것을 수표로 찾아 주겠다. 보살님이 이 돈으로 직접 불사를 해 보라”고 권유하며 “지금 당장 은행에 다녀와야 하니 돈 5만원만 달라”고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나도 돈이 있지만, 조상들에게 먼저 당신의 돈을 바쳐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지폐가 가득 든 지갑을 열어 보이기도 하고, 차를 한 통 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심이 든 양씨는 “지금 2만원밖에 없다”며 돈을 주어 용의자를 내보냈다. 이후 양씨는 주위의 아는 비구니스님들을 대상으로 피해 사례를 말해주었고, 스님들로부터 적게는 10~20만원, 많게는 수백만 원을 요구한 사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양씨는 1월 24일 본사에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하고 “선심공세로 시주를 하겠다고 접근해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스님들과 불자들에게 알려달라고”고 말했다. 또한 양씨는 “용의자는 70대 초반 쯤으로 보이며 상당한 달변으로 구체적인 사례를 바꾸어 접근하는 것 같다”며 주의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