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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수 20만 명에 매년 새 신자만 3000여 명이 방문하는 서울 봉은사(주지 명진). 처음 봉은사를 찾은 불자가 ‘신도’로 남을 것인가, 한 번 스쳐가는 인연에 머무를 것인가는 ‘고객 서비스’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군다나 봉은사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만도 400여 명이 넘다 보니, 이들이 새 신도를 어떻게 맞이하고 응대하느냐는 봉은사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비단 봉은사뿐만 아니다. 국내 손꼽히는 대형 사찰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종무원이 불친절하다”거나 “사찰에서 불쾌한 경우를 당해 이미지가 나빠졌다”는 항의성 글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봉은사는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고 신도들에게 감동을 주는 종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첫 ‘친절교육’을 실시하고 이를 정례화 하기로 했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친절교육을 실시하기는 했지만, 사부대중이 모두 참여하는 교육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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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내린 눈이 봉은사를 포근히 덮은 1월 22일, 보우당에 사중 스님들과 신도회 임원, 종무원, 자원봉사자 등 700여 명이 모였다. ‘함박웃음과 단정한 자세를 위한 봉은사 사부대중 친절교육’을 위해서다. 참가 인원이 많다 보니 교육은 오후 1시와 4시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됐다.
친절서비스교육 전문업체 수이미지업의 김지숙 강사가 강의를 맡아 감성 친절 서비스의 필요성과 서비스 마인드 함양, 스마일 파워 익히기, 올바른 전화예절 및 친절한 전화응대 등을 설명했다.
“서비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연결해주는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봉사하는 마음으로 봉은사의 여러 일을 맡고 계십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게 됩니다. 좋은 생각, 따뜻한 마음으로 봉사한다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친절’은 자신의 일을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남의 입장을 배려해주는 데서 시작된다는 설명이다. 다음으로는 서비스의 ‘기본’으로 손꼽히는 미소 짓는 법을 배워본다. 마음과 달리 무뚝뚝하거나 화난 듯 보이는 표정을 웃는 얼굴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두 명씩 짝을 지어 눈썹과 눈동자, 볼 근육, 입 근육을 움직여 본다. 굳어 있던 근육이 서서히 풀리며 표정이 부드러워진다. 평소 근엄하던 스님도, 남 앞에서 웃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연세 지긋한 어르신도, ‘마음만 친절하면 되지 표정이 뭐 중요하냐’던 중년의 봉사자도 얼굴 가득 d연꽃 같은 미소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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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표정을 바꾸었다면 이번엔 ‘말 하는 법’을 바꾸는 차례.
“화법의 기본은 1, 2, 3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1분 이내에 먼저 말을 걸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두 번 들어주고, 이야기를 듣는 동안 세 번 맞장구를 쳐주는 것입니다. 내 마음이 열리면 상대방의 마음도 저절로 열리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배워볼 친절 서비스는 전화응대.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감정을 전해야 하는 전화는 자칫 서로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벨이 수차례 울려도 받지 않거나 퉁명스러운 말투, 이 부서 저 부서로 돌려지는 전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끊어져버리는 전화 때문에 기분이 상한 경험이 누구나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날 전화응대 교육에서는 처음 전화를 받을 때부터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 전화를 끊을 때 예절까지 꼼꼼히 배웠다. 봉은사에는 하루 백여 통이 넘는 불사와 법회 문의 전화가 걸려오다 보니, 이를 응대하는 봉사자와 종무원들의 고충이 적지 않다. 장옥남(56, 법명 금강심) 재무차장은 “평소 전화응대에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는데 교육을 받고 보니 부족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편안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봉은사 총무국장 진화 스님은 “그동안 신도들로부터 불친절 사례를 들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가 불친절해서라기보다 신도들을 좀 더 편안하고 친절하게 대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스님은 “스님과 신도임원이 솔선수범하는 것은 물론, 자원봉사자와 신도 모두가 ‘봉은사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갖고 봉은사 변화의 중심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봉은사는 앞으로 모니터링을 통해 서비스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종무원과 신도회 임원ㆍ봉사자들이 이름표를 착용하도록 해 민원 제기가 쉽도록 함으로써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한 ‘책임 종무’를 다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불자 한 사람의 미소가 봉은사를, 더 나아가 불교에 대한 이미지를 바꾼다. 봉은사에서 시작되는 행복한 미소가 전국 산사로 이어질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