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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재일을 맞아 수좌스님들과 함께 정진할 수 있다니 너무 감격스러워요.”
음력 12월 8일, 석가모니 부처님이 별을 보고 깨달음을 얻은 대오의 날, 성도재일을 맞아 부산 기장군 묘관음사 길상선원(주지 혜오)이 선방을 개방했다. 수좌스님 12명과 재가자 30여명은 14일 오후 5시부터 15일 오전 3시까지 함께 정진하며 자세부터 화두 그리고 호흡법까지 차례로 지도받고 용맹정진했다.
동안거 기간 선원을 재가불자들에게 공개하고 함께 정진한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 주지 혜오 스님은 “성도재일이 되면 향곡 큰스님은 50~60여명의 재가자들을 선방에 동참시켜 정진을 하셨다”며 “향곡 스님의 열반 29주년을 맞아 그 뜻을 받들어 특별히 선방을 개방했다”고 개최 취지를 밝혔다. 향곡 스님은 1947년부터 청담·성철·자운 스님과 함께 ‘봉암사 결사’를 주도했고 성철 스님과는 서로 도와 탁마한 도반으로 유명하다. 묘관음사 길상선원은 향곡 스님께서 선방 문을 열고 성철 스님과 고우 스님이 정진했던 사찰이여 참가자들은 감회가 더욱 새롭다고 밝혔다.
“향곡 스님은 선승이시며 참선 외엔 모르는 스님이셨습니다. 향곡 스님은 ‘선방 문고리만 잡아도 업장이 소멸되는데 선방에서 수좌 스님들과 함께 정진을 하면 얼마나 큰 복이 되겠냐’며 그 인연을 참가자들에게 항상 강조하셨죠. 여기 오신 모든 분들의 업장이 지워지고 더욱 정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참가자들에게 정진을 당부하며 격려한 혜오 스님은 이어 정진을 해야 하는 이유와 화두, 참선, 자세를 참가자들에게 설명했다.
“부처는 마음의 깨끗함을 의미하고, 법이란 깨끗한 마음에서 나오는 광명을 뜻하며, 도란 그 광명이 골고루 거리낌 없이 두루 펼쳐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진하는 동안 화두를 보고 깨달으려 말고 버리려고도 말며 단지 붙들고 있으십시오. 화두란 소의 고삐입니다. 1초에 700번이나 죽고 사는 그 마음을 맑고 고요하게 하여 성품을 보기 위한 수단이니 도를 깨닫기 위해 더욱 정진하시길 바랍니다. 정진해야 하는 이유는 다 겁의 업력으로 가려져 있는 우리의 깨끗한 성품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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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 본 작은 예고 기사를 보고 묘관음사까지 혼자 찾아 왔다는 박석원(대청초6)군은 “집에서는 아버지의 지도로 매일 한 시간씩 앉아 보긴 했지만 스님들의 선방에서는 처음이다”며 “너무나 체험해보고 싶고 새벽 3시까지 아무 탈 없이 참선을 잘 했으면 좋겠다”며 참석한 동기을 밝혔다. 참선 수행에 참석 후 박석원군은 “허리도 펴고 바로 앉았지만 다리가 약간 저렸다”며 “하지만 스님들과 마주 앉아 정진하니 집에서 할 때보다 더욱 잘 되는 거 같았다”고 참석 소감을 밝혔다.
묘관음사에서 기도와 참선 수행을 병행하고 있다는 신도 김종희(70)씨는 “이런 기회를 맞아 스님들과 함께 정진할 수 있어 환희심에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며 “더욱 심신이 나서 정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