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6.14 (음)
> 종합
창작의 자유? 불교 왜곡?
색,계 색즉시공2 등 불교적 이미지 사용 대중영화
불자인 석정희(38세ㆍ회사원)씨는 영화 ‘색, 계’를 봤다. 영화는 194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미인계를 써 친일파 핵심인물인 정보부 대장을 암살한다는 줄거리였다. 그러나 ‘색, 계’라는 제목이 불교에서 쓰이는 단어인 만큼 내용이 불교적이지는 못했다.

불자 김건우(42세ㆍ개인사업)씨는 영화 ‘색즉시공2’을 보고 불쾌했다. 섹시 코미디물인지는 알고 봤다. 하지만 <반야심경> 구절을 차용한 ‘색즉시공’은 러닝타임 내내 노골적으로 ‘색’에만 집착했다. 굳이 ‘공’을 찾자니 한바탕 웃고 남는 것이 없어 공허하다 정도였다.

최근 개봉된 소매치기를 다룬 영화 ‘무방비도시’에는 천수관음이 등장한다. 소매치기단 두목 백장미(손예진 분)가 “천개의 눈과 천개의 손으로 중생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분이 천수관음”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지만, 연이어 보여 지는 그녀 등에 그려진 천수관음 문신은 마치 소매치기 신이 천수관음인 듯한 착각도 불러일으킨다.

대다수 불자들은 영화의 불교 소재 사용은 반가운 일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불교를 알리기 위해 어느 정도 허용될 수 있어도 오해와 왜곡의 소지를 가져서는 절대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영화 매니아인 한 불자는 “저예산 코미디 영화가 현재 한국 영화 시류”라고 지적하면서 “영화 ‘색즉시공’은 오락성 영화에 고귀한 이미지를 담아 비싸게 보이고 싶은 일종의 역설”이라 비판했다.

‘색즉시공2’의 윤태윤 감독은 “불교 폄하 의도는 전혀 없다”고 강조한 뒤 “남녀 간 사랑에서 육체적인 것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적절히 표현할 구절을 찾다보니 <반야심경> 구절이 택해진 것 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대다수는 도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창작의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고 말한다. 송희복 교수(진주교대)는 “현대 문화현상의 키워드는 소통이다. 이것은 성과 속의 소통, 불교와 비불교의 소통이다. 열린 불교를 위해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산업에 대한 교계의 미약한 기반이 더 큰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해곡 스님(불교언론위원장)은 “미국에서는 달라이 라마 영향으로 많은 불교 영화가 제작된다. 리처드 기어 등은 포교에도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불교 영화 기반이 약하다”고 지적한 뒤 불교영화제도 없고, 한국 영화산업에 교계의 투자 등이 전무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인재불사의 중요성도 지적됐다. 월호 스님(쌍계사 승가대 교수)은 “불교적 소양을 갖춘 영화 감독ㆍ시나리오 작가 등이 많이 배출돼야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불교가 배경이 된 영화 중에는 ‘달마야 놀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 재미와 감동을 준 영화도 많다. 하지만 종교적 배경을 둔 영화가 흥행하는 경우가 적다 보니 요즘은 제목이나 내용에 부분적으로 담기고 마는 경우가 많다. 또 상식을 깨고 고정관념을 뒤집는 트렌드에 발맞춰 성스러운 이미지를 희화화해 더 큰 자극을 주고자 발칙한(?) 상상들이 계속 시도된다. 앞으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성(聖)과 속(俗)의 경계에서 교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조동섭 기자 | cetana@buddhapia.com
2008-01-21 오전 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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