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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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캠페인] 아름다운 출판사 운주사를 찾아
운주사를 맡고 있는 김시열 사장과 박혜정씨가 현재 만들고 있는 불서에 대해 서로 의논하고 있는 모습.

<캠페인을 시작하며> 우리는 서점에서 ‘만들어진’ 책만 접한다. 책에 대한 관심은 제목, 저자나 혹은 역자까지다. 탄생하기까지 겪은 모든 과정을 책은 속삭이고 있지만 우리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여기, 책 중에서도 불서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불교관련 서적을 ‘불서(佛書)’라고 한다. 불자들이 불서를 많이 읽지 않아 탄식하면서도 이들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한 권의 불서가 어디서, 어떻게든 누군가에게 작용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 독자 층도 형성되지 않은 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들이 밝히고 있는 등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6가 청송빌딩 3층. 도서출판 운주사가 위치한 곳이다. 1월 8일, ‘운주사’ 이름이 걸린 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김시열 사장이 반긴다. 그리 크지 않은 공간, 벽 가득히 꽂혀 있는 불서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들어서는 순간, ‘아 이곳이 출판사구나’ 싶다.

운주사는 총판 운주사와 출판사로 나눠져 있다. 총판은 김 사장의 매형인 임희근 사장이 운영하고 출판사는 김 사장이 맡았다. 원래 함께 있었지만 2001년부터 분리, 출판쪽은 김 사장이 전담하고 있다.

김 사장이 처음으로 운주사에서 책을 만든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와 갓 사회에 뛰어든 91년 이었다.

“가장 처음 만든 책은 <능엄경 연구 입문>이었어요. 원래 불자긴 했지만 책을 만들면서 비로소 부처님 말씀에 완전히 빠져든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책을 만드는 것이 재밌었고, 공부도 체계적으로 하게 됐지요.”

김 사장의 책상에는 항상 가편집 상태인 원고가 놓여 있다. 원고가 제대로 나왔는지, 독자들에게 접근성은 갖췄는지, 틀린 글자는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기 위해 최소 두 번은 정독한다. 불법(佛法)을 전하기 위해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행여나 그것을 왜곡시키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에서다.

현재 운주사에는 김 사장과 북디자이너 박혜정씨가 함께 일하고 있다. 책이 출판되기 위해서는 기획자, 편집자 등이 필요한데 김 사장이 출판사의 대표면서 기획, 편집은 물론 교정ㆍ교열까지 맡고 있다. 그야말로 멀티 플레이어.

“안정적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출판사 규모를 키울 수는 없어요. 불교출판에서는 ‘기획’이 관건이라 보고 있습니다.”

단 두 명이 일하는 직장이지만 운주사는 만만치 않은 저력을 지녔다. 지금 ‘어렵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불교계 출판 시장에서 1년에 15종 이상 불서를 만들어내는 출판사를 꾸려가기가 어디 쉬운 일일까. 그렇게 꾸준히 만들어 낸 책 250여권이 바로 운주사의 자산이 다. IMF 한파가 불어닥쳤을 때도 운주사는 기죽지 않았다. 그것이 도서출판 운주사의 신뢰도로 이어졌을 터다.

운주사의 책들을 쭉 살펴보니 실용과 학술, 이론을 넘나든다. 김 사장은 “큰 범주에서 ‘선(禪)’을 다루는 책을 만들고 있고 사회에서도 실용화의 바람이 불고 있어 굳이 어떤 것만 하겠다고 구분짓지는 않는다”며 “뭐든 균형이 맞아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김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전남 화순의 아름다운 사찰 운주사와는 무슨 관계일까 궁금해졌다. 김시열 사장은 “크게 상관은 없다”면서도 “가끔 노보살님들께서 ‘경치가 그렇게 좋다 들었는데 거기 위치 좀 알려달라’며 출판사로 전화를 걸어온다”는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출판사에서 낸 책들은 모두 자식과 같다. 그래도 출판인 입장에서 기억에 남는 책은 있기 마련. 김 사장은 탱화를 다룬 <고려불화, 실크로드를 풀다>(김영래 저), <그림으로 만나는 부처의 세계, 탱화>(김의식 저) 두 권을 서가에서 꺼내 보여준다. 이 책들은 일반 인문도서 코너에서도 꽤 유명했고 학교 교재로도 쓰일 정도였다. 김 사장의 입가에 흐뭇한 웃음이 흐른다. 이것이 출판인의 자부심일 것이다.

운주사에서는 현재 법현 스님의 <부루나의 노래>를 끝냈고 <교과서 속 불교이야기>를 추스르고 있다. 올해 김 사장이 의욕을 가지고 만드는 도서 목록 중 유독 <대지도론>이 눈에 띈다. 현재 작업 중이지만 워낙 방대한 양이라 올해 안에 마무리 될지는 자신할 수 없는 상태. 다소 힘든 작업이 예상되지만 <대지도론>의 완역본을 세상에 제대로 펴낸다는 것이 김 사장의 계획이다.

운주사에서 김 사장이 진짜 만들고 싶은 책은 어떤 것일까. 김 사장은 잠시 머뭇거리다 ‘입문서’라 답한다. 소책자 처럼 여러 권의 입문서를 만들어 사찰을 찾을 때 궁금한 부분을 찾아 읽고 갈 수 있는, 불교계의 ‘브리태니커 사전’을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불교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질 갖고 있을만한, 소장 가치가 있는 입문서.

요즘 김 사장의 고민을 묻자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꼽는다. 글 쓰는 필진도, 교정교열자도 불교에 대해 알아야 제대로 된 불서를 만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고민도 있고 어려움도 있지만 운주사의 행보는 멈추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일당 백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인문학적 불교 서적을 만들고 싶습니다. 불교도 결국 중심에는 인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 내 자신이 부끄럽지 않은, 독자들이 책 산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책을 만들겠습니다.”


* 운주사 대표 불서 BEST

제목 지은이 출판연도
산사에서 띄우는 풍경소리 정관 2007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지현 2007
중국의 불교문화 차차석 2007
붓다로부터 배우는 다이어트의 지혜 박용길역 2007
붓다로부터 배우는 자녀교육의 지혜 민병직 2006
조선불교유신론 한용운 2007
무문관에서 꽃이 되다 최만희 2007
한국불교사상 서윤길 2007
길, 누군가와 함께라면 혜철 2007
황필호, 달라이라마를 만나다 황필호 2007
선요 전재강 2006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8-01-16 오후 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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