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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봉사의 즐거움으로 가득합니다”
봉사현장을 달리는 사람들⑨봉사자 장숙자씨
주6일 봉사의 삶을 살고 있는 장숙자 보살.
월요일 보훈병원, 화요일 승가원장애아동시설, 목요일 묘희원, 수ㆍ금ㆍ토요일 동대문시립노인복지관. 봉사자 장숙자(64)씨의 봉사 시간표다. 약제실 봉사부터 목욕ㆍ청소 등 전천후다. 무려 주 6일. 시간표를 보는 순간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듣는 사람마다 깜짝 놀란다. 그런 사람도 있냐며. 놀라는 사람들에게 장씨는 말한다. 봉사는 삶을 지켜주는 원동력이라고.

알고 보니 장씨는 원래 다른 사람들을 보살피는 성격이다. 봉사활동의 시작이 어디서부터인지도 찾기 어렵다. 굳이 따져보니 약 30년간 살았던 충남 논산에서 30대 중반부터 마을 부녀회장을 맡은 것이 시초다.

“지방에 어려운 사람이 더 많아요.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죠. 부녀회장으로 그 분들게 다가가고 싶었어요. 읍사무소에 가서 독거어르신 댁부터 조사했지요.”

독거어르신들에게 김치를 담가드리고 빨래 등 집안일을 해드리는 것이 그저 기뻤다는 장씨. 그것이 봉사의 시작인지도 모르고 그냥 ‘돕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단다.

그러다 46세가 되면서 논산 장애인시설 성모마을에 우연히 다니기 시작했다. 5년 이상 가족들도 모르게 혼자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그런 그의 마음 속에 드는 생각 하나.

“수녀님들과 함께 일을 하며 ‘아 우리 불교에는 왜 이런 시설이 없을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많이 아쉬웠죠.”

그래서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생기고, 봉사교육 과정이 개설됐을때 그렇게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당장 봉사자로 등록하고 자제정사(현 묘희원)에 봉사활동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5년부터 승가원장애아동시설에도 나가게 됐다. 그렇게 하나하나 늘어난 봉사처를 모두 끌어안다 보니 ‘6일 봉사자’가 된 것이다.

장씨의 법명은 월명정(月明淨)이다. 달처럼 밝게, 맑게 살라는 의미다. 그 의미대로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가끔은 현실적 어려움에 부닥치기도 한다. 바로 남편 때문이다. 장씨의 남편은 2000년 말, 후두암 판정을 받고 이듬해 수술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합병증이 뒤따랐다. 걷지도 못할 정도로 상황은 악화됐다. 특히 2005년 5월을, 장씨는 잊지 못한다. 뇌경색으로 혼수상태까지 올 정도로 남편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씨는 흔들렸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봉사를 놓지 않았다. 오히려 남편처럼 몸이 안 좋은 사람들을 더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오히려 더 진심이 되더라고요. 시설 할머니들이 같이 기도도 해주시고 그래요. 그 덕을 많이 봤죠.”

덕을 봤다는 말은 남편의 건강을 뜻한다. 누워서 운신도 못하던 남편이 얼마 전부터는 조금씩 걸어다닐 수 있게 됐다. 마음과 마음이 이어진 기적이 아니면 무얼까.

장씨 자신도 몸이 썩 좋은 것은 아니다. 양쪽 무릎에 관절염이 있어 봉사를 마치면 침도 맞고 물리치료도 받는다. 인연있는 스님들은 그에게 관절에 좋다는 약을 손수 해서 보내기도 한다. 제발 몸을 아끼라는 말도 함께. 장씨는 “날마다 일어나면 ‘누구 얼굴 봐야지, 애들은 또 어떨까’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그저 웃을 뿐이다.

앞으로도 장씨는 6일 봉사를 놓지 않을 생각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가 느끼는 감동과 기쁨을 함께하면 얼마나 좋을까 서원하면서 말이다.

“전 더 젊었을 때 봉사할 걸 하는 생각을 요즘 많이해요. 참 행복하거든요.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봉사현장에 나와줬으면 좋겠어요.”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8-01-15 오후 6: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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