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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靑山兮要我以無語)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蒼空兮要我以無垢)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聊無愛而無憎兮)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如水如風而終我)”라는 노래는 조영남, 김란영 등에 의해 대중가요로 불리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듣고 흥얼거린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 노래 가사가 나옹 스님의 선시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나옹 스님(1320~1376)은 인도 고승 지공 스님, 조선건국에 기여한 무학 스님과 함께 3대 화상이다. 고려 공민왕과 우왕 때 왕사를 지낸 여말선초를 대표하는 선지식이다.
그동안 원효, 의상 등 신라 고승이나 조선중기 보조 국사 등에 대한 연구는 상당했지만 나옹 스님 등 여말선초 불교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었다.
경북 영덕군(군수 김병목)은 1월 25일 오후 2시 예주문화예술회관에서 대각사상연구원(원장 보광)과 함께 ‘나옹 왕사 재조명 학술세미나’를 연다.
학계는 일단 지자체와 학술단체가 함께 행사를 갖는 경우가 드문 가운데 희소식이라는 분위기다. 또 이번 학술세미나를 계기로 지자체의 인문 학술연구 동참이 활발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학술세미나는 1부 의식행사와 2부 학술발표, 3부 종합토론 및 질의로 나뉘어 진행된다. 학술발표는 지관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의 기조강연 ‘나옹 왕사 유업의 재조명’으로 시작된다. 황인규 교수(동국대)가 발표하는 ‘나옹 왕사의 생애와 행적이 문화에 미친 영향’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 나옹 왕사의 생애를 재조명한다. 보광 스님(대각사상연구원장)의 ‘나옹 왕사의 정토사상이 한국불교에 미친 영향’과 신규탁 교수(연세대)의 ‘나옹 왕사의 선사상’ 등 2편의 논문은 나옹 스님 사상을 선과 정토로 크게 나눠 정리한다. 이재수 박사(동국대)의 ‘나옹 왕사 행적을 이용한 문화재 콘텐츠 개발방안’은 역사적ㆍ사상적으로 검증한 나옹 스님 사상과 업적을 어떻게 문화상품화할 것인가에 대해 심도깊게 고찰한다.
영덕군 임성장 과장(문화관광과)은 “이번 행사를 통해 나옹 스님에 대한 학술적 재조명은 물론 영덕군이 왕사를 배출한 자랑스런 고장임을 널리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영덕군은 이번 학술세미나를 계기로 영덕 역사와 문화관광 콘텐츠 사업을 잇는 ‘나옹 왕사 성역화 사업’을 진행해 전국적인 불교순례지로 조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여말 구산선문과는 다른 임제선풍을 도입해 불교계에 새바람을 일으켰던 나옹 스님이 21세기에는 어떤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