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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사회복지 종사자간의 네트워킹과 그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을 주문하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높았다. 불교복지의 정체성 찾기, 정신복지 영역으로 나아가기 위한 학술발표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에 부응하는 실제 계획이 뒷받침 되지 않아 불교사회복지의 역량이 한데 모이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불교사회복지연구소에서 2008년을 시작하며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대거 내 놓았다. 불교사회복지계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프로그램들이다. 프로그램의 대상은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산하 단위 시설 종사자들과 사찰이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서 이들 종사자들에게 종사자들과 사찰을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일단 불교사회복지를 행하는 주체가 이들이기 때문이다.
불교사회복지 종사자들에게 불교복지 프로그램의 의미는 상당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복지사들은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는 직업이라 그런지 이들에게 인간이 아닌 ‘보살심’만 요구하는 경우가 숱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고도의 정신적 수양이 필요한 직업이기에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하는 스트레스를 이기고 복지수혜자들의 요구에 맞춰주는 인내심을 기를 방법을 찾아내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앙의 역할인 셈이다.
또 종사자들에게는 종교시설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필요하다. 타종교시설이나 일반시설에서 일하는 것 못지 않은, 그보다 더 좋은 종사자 프로그램은 불교사회복지의 위상을 담보하게 된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올해부터 ‘불교생태’, ‘인간소외’라는 쪽에 집중해서 종사자 교육프로그램은 물론 각종 사회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계획”이라며 “불교 안팎의 사회 관심사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불교사회복지 색깔 만들기의 초석을 다지는 해로 가꿔나가겠다”고 밝혔다.
□ 불교사회복지 종사자 프로그램…프로그램 욕구 높아
불교사회복지연구소가 2007년 11월 발표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욕구조사 결과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산하시설 종사자들은 2~30대의 4년차 미만 사회복지사들이 중심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60%이상이 양질의 불교교육을 받고 싶어했다.
그러나 불교교육을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고 종사자들 중에는 비불자들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불교사회복지 프로그램을 ‘너무 불교적이지 않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불교사회복지연구소에서는 필수교육과 선택교육으로 나눠 마련했다. 필수교육으로는 ‘불교복지 아카데미’가 있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교리중심 불교교육에서 벗어나 교리와 현장의 소리, 실제 생활과의 접목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프로그램에서도 ‘불교와 욕망’, ‘연기’ 등 불교신자가 아니라면 공감하기 힘든 개념을 끌고 오기는 한다. 그러나 그 내용은 한층 삶에 다가가 있다. 예를 들어 ‘중도적 삶의 실천’이라는 주제가 있다면 불교에 입각한 현실적 중도, 즉 생태적 삶이나 느림의 삶에 대해 강의하는 식이다. 여기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생태와 복지다. 이는 불교복지가 일반 사회복지의 대안복지로까지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종사자들에게 제시하면서 종사자들의 마음가짐을 다지는 역할도 한다.
선택과정으로 마련된 ‘웰 다잉(Well dying) 강사 양성과정’의 경우, 현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호스피스 사업과 행복한 임종에 관한 문제들을 불교식으로 이끌어 내는 과정이다. 올 3월말~4월초 시행될 이 과정에서는 스님ㆍ의사ㆍ종교학자 등 10명의 전문가가 죽음준비교육 특강에 나선다. 특히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오진탁 교수의 ‘웰 다잉 체험 프로그램’ 에서는 죽음을 체험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이론과 실습으로 꾸린다. 오 교수는 “죽음의 질 향상 없이 삶의 질 향상을 논하지 못하는 시대이므로 불교사회복지 특유의 죽음준비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지도자를 양성하면 사람들에게 존재 가치를 제대로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사찰 복지교육
사찰과 지역사회의 유기적 관계 정립에 불교사회복지는 빠질 수 없는 영역이다. 일례로 2007년 말 일어난 태안 지역 기름 유출 피해 사건을 보면 예산 수덕사는 사고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교구본사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 하나의 사건을 예로 들었지만 사찰과 지역이 긴밀하게 연결돼 무슨 일이 있을 때 마다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제대로된 사찰―지역사회 간의 관계는 꼼꼼한 준비가 있을 때 가능하다. 그래서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사찰사회복지아카데미1’부터 개설한다. 이는 종단 내 스님ㆍ종무원ㆍ신도 및 사회복지시설 운영에 관심있는 재가불자들을 대상으로 하며 ▲복지환경 변화와 불교사회복지 방향 ▲지역사회 내 시설 유치 및 설치 전략 ▲사찰 자원봉사ㆍ해외구호 활동 사업 탐색 ▲대안복지로서의 불교 등에 대한 1박 2일간의 교육으로 실시된다.
사찰사회복지아카데미1은 올 2월부터 현재 복지시설을 운영ㆍ지원하고 있는 사찰 100여곳을 중심으로 먼저 실시할 계획이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이를 통해 사찰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 찾기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회적 화두인 저출산고령화를 타개해 나갈 방법으로 준비하고 있는 비만 아동탈출ㆍ공동육아ㆍ노년 수행공동체 등의 톡톡 튀는 사찰프로그램 교육도 올 하반기에 시행될 예정이다. ‘사찰사회복지아카데미2’라는 이름으로 현재 프로그램의 골격을 마련하고 있다. 사찰사회복지아카데미2는 직영시설 운영, 시설 수탁 법인 마련 등의 세세한 정보를 전달하면서 불교사회복지의 차별화된 부분까지 강조하게 된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최종환 부장은 “사찰복지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사찰의 불교사회복지 참여도를 높이고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찰문화 조성에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