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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지나치게 경직화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방송이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 종교 고유의 신성성을 해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종교에 대한 이해 없이 과도한 언어유희를 무작정 남발해도 통용될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29일 방송된 SBS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이하 라인업)’에서 이러한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 되고 있다. 라인업은 송년스페셜로 준비한 15회 방송을 ‘라인업, 산사에 가다’라는 제목으로 촬영했다. 라인업 출연진들이 공주 갑사에서 1박2일 동안 템플스테이를 하며 벌어지는 소동이 주 내용이다. 라인업 측은 이날 방송 기획의도를 “연말연시 들뜨기 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해를 차분하게 마무리 하자는 취지”라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기획 의도와는 달리 출연진들이 방송 내내 산만한 것은 물론 사찰ㆍ불교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도 없이 스님들에게 예의 없는 언행을 보였다. 그동안 라인업은 출연진들의 소위 ‘막말 방송’으로 구설에 올랐었다. 15회분에서는 특히 스님들과 불교를 폄훼하는 발언을 방송 내내 쏟아 내 불자가 아닌 시청자들에게까지 불쾌감을 조성했다는 평이다.
방송 중 특히 문제가 된 부분은 ‘고민하다’라는 제목의 코너였다. 한 출연자는 스님에게 “조폭(조직폭력배)을 닮았다”면서 “눈썹을 정리하고 염주 등의 액세서리로 외모를 치장하고 가리라”는 말을 했다. 또 다른 출연자는 불경이 잘 외워지지 않아 고민이라는 스님에게 “불경테이프를 늘 들고 다니면서 립싱크를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발우공양 시간에 한 출연자가 다른 출연자의 발우에 음식을 옮겨 담는다던지, 팥죽을 끓인다면서 사찰에서 고함을 지르고 실랑이를 벌인다던지 하는 내용들이 문제 장면으로 지적됐다.
방송 이후 라인업 시청자게시판에는 “사찰을 지나치게 희화화 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시청자 정동관씨는 “절ㆍ스님 등의 종교적인 요소들에 항상 엄격주의가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통념이나 상식선을 넘어서는 희화화는 오락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서장원씨는 “촬영하기 전 사찰이 어떤 곳인지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로 행동해야하는지 정도는 알아가는 것이 예의”라며 “정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이 방송된 지 1주일여가 됐지만 불교계의 방송 모니터링이나 공식입장발표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사단법인 보리방송모니터회는 “방송 내용을 모니터링 하기는 했으나 이에 대한 모니터링 내용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한 중앙신도회 산하 종교평화위원회는 “예능 프로그램이라 어디서부터 비판을 해야 할지 모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라인업 방송의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사찰이 배경으로 쓰이면서 한층 더 대중성을 확보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웃기기 위주’의 방송 언어, 편집에 대한 불교계의 입장이 없다면 추후 이런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주 갑사의 김학보 종무실장은 “스님들께서는 너그럽게 이해하고 계시지만 일부 신도들은 라인업 출연진에 실망한 것 같다”면서 “사찰을 알리는 좋은 기회였지만 지나치게 희화화된 일부 농담들이 여과없이 방송된 점은 아쉬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