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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옛날에는 경전을 이렇게 인쇄 했네요!” “우리나라 목판 인쇄물들이 참 아름답습니다.” “조선시대 인쇄술이 이렇게 발전한 줄 미처 몰랐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우리나라 목판 인쇄술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권영빈)과 청계사(주지 성행)가 공동으로 1월 3일 의왕시 청계사에서 경기도유형문화재 135호인 청계사 목판을 전통방식으로 인쇄하는 모습을 공개한 자리에서다.
오전 11시 대웅전에서는 청계사 주지 성행 스님의 집전으로 목판인출을 부처님 전에 알리는 법회가 열렸다. 30분 동안의 의식이 끝난 뒤 성행 스님은 인쇄 작업이 공개되는 강당으로 <묘법연화경> 경판을 이운했다.
성행 스님이 시연을 시작하자, 기다리던 취재진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연발 터졌고 그 틈 사이로 불자들이 신기한 듯 머리를 빼곡이 내밀며 경판 인쇄 작업 과정을 유심히 지켜봤다.
현장에 있던 김경숙 보살(45)은 “요즘 인쇄술이 너무 발달돼 책 한 권 만드는데도 몇 시간이 안 걸리지만 예전에는 이렇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여러 과정을 거쳐 책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경판에 대한 외경심이 든다”며 “복사본이라도 경전을 대할 때마다 앞으로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을 가질 것 같다”고 경판 인쇄 작업을 본 소감을 이렇게 피력했다.
또다른 참가자인 가정법회 신행모임 여여회 이란 회장은 “신행모임에서 <법화경>을 15년 동안 공부해 왔는데 다음 주 회향에 앞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 <법화경> 경판을 친견하러 왔다”며 “복사본을 가지고 그동안 편하게 공부했는데 실제로 목판본에서 인쇄돼 나오는 <법화경>을 보니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치열하게 공부했던 옛 선지식들의 향훈이 물씬 느껴져 감동스럽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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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인쇄된 경판은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비롯, 18종 466판이다. 이는 양면으로 합산하면 932면(일부는 4면)으로 모두 35질이 인출(印出 · 책판에 박아냄)된다. 여기에는 불교강원교과목(선요, 도서, 절요, 서장 등)과 불교의식 문헌(예수시왕생칠경, 오대진언, 법계성범수륙승회수재의궤 등), 계초심학인문.발심수행장, 몽산법어, 천자문, 천지팔양신주경판)등이 포함돼 있다.
이중 청계사 경판은 평균 가로 50㎝×세로 21㎝ 규격으로 양면에 각자(刻字)돼 있다. 특히 청계사 경판은 조선후기(17세기~18세기) 목판으로 조선후기 인쇄 문화와 불교문화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점에서 학술적· 문화재적 가치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인출에는 국산 닥나무로 만든 최고급 전주한지 4만장(가로 60㎝×세로 50㎝)과 먹물 60㎏이 들고 경판세척을 위해 국산 천일염 40㎏이 사용됐다.
인출 과정은 총 3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 ‘경판세정’에서는 맑은 물 18리터에 천일염을 희석 한 뒤 경판을 세척해 음지에서 자연 건조시켰다. 이때 건조할 때는 반드시 음지에서 해야 경판의 비틀림을 방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2단계는 ‘경판 인출’ 과정이다. 먹을 사용해 경판을 인경(印經)하는 작업이다. 3단계는 ‘경판관리’다. 먹물을 제거 하지 않고 역시 음지에서 자연 건조시켜야 해충예방을 할 수 있다. 이어 목록 별로 분리작업을 하며 경판 마멸상태를 점검한다. 마지막으로 경판에 분류목록을 한지로 부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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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연구원 윤여빈 전통문화실 전문위원은 “먹을 목판에 칠해 손잡이를 잡고 한지에 차례로 찍어내는 과정인 ‘인출’은 먹물의 농담과 칠하는 양을 판단해야하는 매우 정교하고 세밀한 작업과정이 요구 된다”며 “인출본은 반으로 접혀서 제책을 하며 금석문의 탁본과는 큰 차이가 있을 만큼 기술적인 전문성이 요구 된다”고 설명했다.
청계사 주지 성행 스님은 이번 경판 인쇄 작업은 조선시대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우리 인쇄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청계사 경판인출을 통해 기록 문화재의 원본자료를 확보, 기록문화재 연구를 활성화하고 근대 한국 선불교의 산실인 청계사 일원 문화재 보호에 기폭제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청계사는 통일신라 때 창건된 전통사찰로 고려 충렬왕때인 1284년 평양부원군 조인규(趙仁規)가 사재를 들여 중창했다.
이 절에는 경기문화재자료 6호(3동의 요사와 10채의 건물), 국보 11-7호 동종(1701년 주조, 높이 115㎝·지름 71㎝), 경기유형문화재 135호(경판) 등 각종 문화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