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나라 불자들은 대부분 책(불서)을 읽지 않는 편이다. 통계상으로 본다면 불자들의 연간 독서량(불서 기준)은 0.5권 정도로 개신교인들의 12권에 비하면 턱도 부족한 수치이다.
책을 안 읽는 이유가 무엇일까? 책을 읽으면 알음알이가 생겨서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거나 ‘교학(책)은 하근기, 참선은 상근기’라는 한국 선불교의 왜곡된 풍토에서 기인한 것 등등이 그 이유다.
이런 잘못된 풍토 때문에 우리나라 불자들은 불서를 경시하게 됐고 책을 읽지 않게 만들어 버렸다. 결국 독서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한국불교는 ‘무식한 불교’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다보니 10여 년 이상 절에 다녔어도 불교의 기본 교리를 물어보면 대부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리기 일쑤다. 정말 자신이 불자라고 한다면 최소한 부처님의 생애, 사상, 가르침 등 기초 상식이나 지식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불자들의 외면(?)을 받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전국 대도시에는 몇 년째 경영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불서를 보급하는 불교전문 서점들이 꿋꿋하게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서울의 운주사를 비롯해 부산의 영광도서, 대구의 삼영불교서적과 해인불교서점, 대전의 보문불교서점과 대훈서적, 광주의 불교서원과 불일서점 등이 바로 그곳이다.
5개 도시의 불교서점들을 둘러 본 결과 부산과 대구는 상황이 조금 낫지만 이외의 불교서점들은 어려운 실정이었다. 온라인 판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줄어든 마진율과 대형서점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영세한 대부분의 불교서점이 짊어져야 할 무거운 숙제였다.
김정수 대전 보문서적 대표는 “몇몇 불교서점의 노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불교계 전체의 시장이 개선되고 활성화돼야 한다”며 “그것은 상업적인 행위에 대한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불교’라는 큰 덩어리에서 생각해봐야 할 불교의 위상과도 연관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교서점들은 일반서점에 비해서 분명 고객이 한정적이고 수익 모델이 좁다. 경영자들이 불교를 사랑하고 불서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벌써 문을 닫았어야 할 정도로 경영난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심지어는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곳도 있었다.
우리는 무엇이든지 모르면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그 가치를 못 느끼면 의미가 없으며, 또한 의미가 없으면 긍지를 갖지 못한다. 불자들 스스로 불교인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려면 불서를 읽고 공부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불교서점들은 우리 불자들에게 가치와 의미, 자긍심을 느끼게 해 주는 소중한 보고이다.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불서 한권이 얼마든지 성불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불서를 많이 읽자, 그러기 위해서는 불교전문서점들을 자주 찾고 애용하자. 그 곳에는 불교의 오묘한 진리가 무궁무진하지 않은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5개 대도시의 불교서점을 순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