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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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쥐의 해, 쥐 이야기
통도사 성보박물관에 소장된 십이지신번 중 쥐
새해가 되면 올해는 무슨 띠의 해이며, 그 해의 띠동물이 지니고 있는 상징적 의미가 무엇인가를 궁금해 한다. 또 ‘쥐띠는 식복이 많다’, ‘잔나비띠는 손재주가 있다’, ‘소띠는 부지런하다’, ‘범띠는 용감하다’ 등 그 해에 태어난 아이의 운명과 성격을 띠동물과 묶어 해석하려는 풍속도 있어 왔다. 띠로 사람의 운명까지 판단하려는 것은 ‘믿거나 말거나’지만 시끄러운 세상과 불확실한 미래는 많은 사람들을 재미와 희망으로 새해에 의지하게 한다. 2008년 무자년을 맞아 그 의미 등을 살펴본다.

□ 경전에서 보이는 쥐.

불교경전에도 쥐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한다. 전생경에는 옷으로 점을 치던 한 바라문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자신의 새 옷을 쥐가 갉아먹은 것을 발견한 바라문은 불길한 징조라 여겨 내다버리려 했다. 그런데 마침 묘지를 지나던 부처님이 그 바라문에게 깨달음의 근기가 무르익어 있음을 알고 그를 제도하고자 그 옷을 받았다. 두려움에 질린 바라문에게 부처님이 말하길 “바라문이여! 우리는 출가한 사람이다. 우리에게는 묘지나 거리, 또는 쓰레기장에 버려진 옷들이 알맞다. 그대는 이번 삶뿐 아니라 전생에도 이 같은 그릇된 견해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자 바라문은 부처님에게 그 전생이야기를 청해 들었다는 내용이다.

<불설비유경>에는 부처님이 승광왕을 위해 설법한 내용이 나온다. 과거 무량겁 이전에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광야에서 사나운 코끼리를 만나 쫓기다가 웅덩이로 숨었다. 다행히 옆에 있는 나무뿌리를 붙들어 웅덩이에 빠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흰쥐와 검은 쥐 두 마리가 나타나더니 그가 잡고 있는 나무뿌리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또 그 웅덩이 네 귀퉁이에는 독사가 있었고, 바닥에는 독룡이 도사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들판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점차 다가와서 그 나무마저 태우고 있었다.

비유하기를 광야란 무명(無明)의 긴 밤 속에서 사는 것을 뜻하고, 코끼리는 무상(無常)을, 웅덩이는 생사(生死)를, 나무 뿌리는 목숨을, 두 마리의 쥐는 낮과 밤을 뜻한다. 또한 두 마리의 쥐가 나무뿌리를 조금씩 갉아먹는 것은 염념멸(念念滅)을 의미하고, 네 마리의 독사는 4대(大), 들판의 불은 곧 늙음과 병을, 독룡은 죽음을 상징한다.

□ 북방의 신장과 지혜 상징
통도사 성보박물관의 십이지신번(十二支神幡)은 도량장엄(道場裝嚴)의 하나다. 절에서 큰 행사를 할 때 잡귀의 침범을 막는 벽사(闢邪) 의미로 12방위에 걸었다. 그 중 십이지 가운데 쥐를 형상화한 도상이 있어, 사람의 신체에 안면부만 쥐의 형상으로 묘사돼 있다.

한편 코끼리의 머리를 한 인도 지혜의 신 가네샤(Ganesha)의 형상에는 때로 쥐를 타고 있거나 쥐를 거느린 작은 배불뚝이로 표현되기도 한다. 쥐는 삿된 침범을 막는 십이지와 지혜를 상징함을 알 수 있다.

□ 십이지 이야기 - 왜 쥐가 처음일까?

십이지의 형성시기는 갑골문에서 찾을 수 있다. 시기상으로는 중국 하왕조다. 그러다 약 2천년전인 기원전 105년인 한(漢)나라 때부터 년을 표기하는데 사용하기 시작했다.

십이지가 지금의 쥐, 소, 범 등에 배대된 것은 2세기경인 후한(後漢) 왕충의 논형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쥐(子), 소(丑), 범(寅), 토끼(卯), 용(辰), 뱀(巳), 말(午), 양(未), 원숭이(申), 닭(酉), 개(戌), 돼지(亥)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동물 중 왜 쥐. 소. 호랑이 등의 열 두 동물만이 선택됐을까? 또 그 순서는 어떻게 정해졌을까?

섣달 그믐날 밤 미리 출발한 소의 등에 타고 있던 쥐가 결승점에서 달려 나가 1등을 했다는 이야기 외에 다음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하루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대세지보살(아미타불 우측의 지혜를 관장하는 보살)을 불러 천국으로 통하는 12개문의 수문장을 동물들 중에 선정하여 1년씩 돌아가면서 당직을 세우도록 했다. 이에 대세지보살은 열둘의 동물을 선정하고 서열을 정하기 위해 불렀다. 12동물 중 고양이는 동물들의 무술 스승이라 제일 앞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순서대로 소, 범,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를 앉혔다. 대세지보살은 12동물의 서열을 정한 후 석가모니 부처님에게 설법을 청하러 갔다. 그때 기다리던 고양이가 갑자기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려고 자리를 비웠다. 공교롭게도 이 때 석가모니 부처님이 도착했다. 한 동물이 부족해 물으니 마침 고양이를 따라 구경 온 생쥐가 달려 나와 말하기를 “저는 고양이 친구인데 고양이는 수문장의 일이 힘들고 번거로워서 수문장이 싫다며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거짓말을 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어쩔 수 없으니 쥐에게 고양이 대신 수문장을 맡으라고 했다. 한 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으므로 마침내 쥐를 포함한 12동물이 천국의 수문장이 되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고양이는 간교한 쥐에게 원한을 품고 영원토록 쥐를 잡으러 다니며, 이때부터 고양이와 쥐는 천적사이가 됐다고 한다.

□ 무자년 쥐띠해 역사
△1108년: 윤관 여진족 정벌 △1168년: 고려 이규보 출생. 탐라에서 농민반란 발생 △1408년: 조선 태조 붕어. △1468년: 조선 세조 붕어. △1588년: 영국해군 스폐인 무적함대 격파. 후금의 누루하치, 건주를 통일 △1648년: 인조 26년, 상평청 개청. 인도의 델리 건설. 델리의 ‘붉은 성채’ 완성. △1828년 : 톨스토이, 앙리 뒤낭 출생. 유럽 30년전쟁 종결.
△1888년: 프레드릭 더글러스 미국 대통령 후보로 지명. 벨기에 스파에서 세계 최초의 미인대회 열림. 워싱턴 기념탑 공개. 던롭 공기를 넣은 타이어 발명 / 1888년 무자생 쥐띠 유명인 : 효봉 스님, 데일 카네기, T.S. 엘리엇, 윤백남 등 △1948년: 마하트마 간디 사망. 제주 4.3사건. 대한민국 정부 수립. 미얀마 독립 / 1948년 무자생 쥐띠 유명인 : 도올 김용옥, 장 르노, 강재섭, 이인제, 정경화, 엘 고어 등

□ 무자년? - 천간과 지지가 갖는 의미
무자는 갑, 을, 병, 정 등의 천간과 자, 축, 인, 묘의 지지가 합친 60간지로는 25번째이다.

2008년 무자년은 쥐의 해다. 지난해 정해년이 황금돼지의 해였다고 해서 올해가 황금쥐의 해라고도 하고, ‘갑자(甲子)=들쥐’, ‘병자(丙子)=비단털쥐’, ‘임자(壬子)=굴뚝쥐’, ‘무자=멧밭쥐’라고 이름 붙이기도 한다.

무자년의 무(戊)와 자(子)는 무엇을 뜻할까? 역림정사 박용성 거사는 “천간 무는 토의 성질을 갖고 있어 무토라 부른다. 태산, 성곽, 산봉우리, 큰 고개길, 큰 바위에 비유된다. 넓은 광야로도 본다”고 말한다.

또 “지지 자는 수의 성질을 갖고 있어 자수라 한다. 양수(陽水)의 성질로 인간생활 필요에 따라 음료수로부터 세수, 목욕수, 상하수도, 농업용수, 강물 등 담수에 비유되고, 신자진, 해자축으로 무리를 이루면 해양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무자년을 이루는 십간십이지에 대해 설명한다. 절기로는 동짓달로 대설부터 동지를 거쳐 소한 전까지를 말한다. 시간으로는 밤 11시부터 새벽1시까지를 뜻한다. 또 쥐는 앞발과 뒷발의 발가락 수가 다른 유일한 동물이다. 이것을 4개의 앞발가락은 오늘이고, 5개의 뒷발가락은 내일을 뜻하는 것이라 보기도 한다.

자수의 방향은 정북을 말하고, 장소로는 깜깜한 곳을 뜻한다. 수도, 취사장, 해양, 포구, 강, 연못 등 물에 관계된 곳뿐 아니라 지하실, 스케이트장, 산부인과, 소아과, 원자력발전소, 소방서, 주점, 고아원 등을 의미한다.
유아, 임산부, 고아, 어부, 해녀, 의사, 성직자, 작가 등을 뜻하기도 하고, 신체에서는 생식기, 귀, 갑상선, 방광 등을 뜻한다.

□ 쥐의 습성으로 본 쥐띠 사람은?

쥐를 뜻하는 자(子)는 곡식이 높이 쌓인 모양을 뜻한다. 때문에 쥐띠 사람은 매우 근면하고 절약형인 경우가 많다. 남이 모르는 곳에서 노력하는 타입으로 12지 가운데 가장 인내심이 강하다. 어떤 목적을 향한 집중도도 높다. 쥐는 돌아다니기를 좋아해서 쥐띠들은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낙천적인 성격이어서 인간관계가 넓다고도 한다.

쥐는 야행성 동물이다. 춥고 어두운 때에는 사람이 예민해지기 쉽다. 그래서 쥐띠는 눈치를 보고 조심성이 많다. 그러나 그 조심성이 지나치면 용기가 없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니 항상 씩씩하고 용기 있게 생활하도록 한다.
조동섭 기자 | cetana@buddhapia.com
2007-12-27 오후 6: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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