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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큐어로 그린 그림전 연 정산 스님
12월 19일~25일 인사동 공화랑
“사람이 먹는 음식을 장만하는 행위나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나 결국 둘 다 부처의 마음, 즉 본래의 불성(佛性)을 찾아가는 수행 과정입니다. 그런 과정속에서 얻어낸 산물인 만큼 이번 전시 작품들도 기교와 형식을 내세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욕심없이 그리고자 했습니다.”

현대불교신문에 ‘사찰음식의 모든 것’을 연재하고 있는 사찰음식전문가 정산 스님(동산불교대 사찰음식학과장)이 매니큐어를 재료로 그린 그림들을 한데 모아 첫 개인전 ‘관조+명상’을 12월 19~25일 종로구 인사동 공화랑에서 연다.

이번에 벽에 걸리는 작품들은 주로 꽃을 주제로 삼아 도자기, 타일, 나무그릇 등에 형형색색의 매니큐어로 그린 것들이다.

‘스님이 웬 여성화장품인 매니큐어로 그림을 그릴까?’ 환갑인 정산 스님이 매니큐어를 사 모으자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의아해 했다. 뭔가 사연이 있을 법하다. 5년 전이다. 정산 스님은 자신이 좋아하는 도자기를 깨트렸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궁리한 끝에 매니큐어를 떠올렸다. 깨진 도자기의 상처 자국을 가리기 위해 매니큐어로 무늬를 새겨보았다. 또 그것을 계기로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매니큐어를 붓에 발라 도자기, 타일, 나무 그릇 위에 꽃을 그려 꽃밭을 만들고 나무를 그려 숲을 만들었다.

이렇게 단순하게 시작된 그림 그리기지만 비범한 그의 재능을 알아본 인사동 화랑가에서 전시 요청이 잇따르고 있으며, 인사아트센터에서는 벌써 내년 전시일정까지 잡아놓았을 정도다.

“어린 시절 그림 잘 그린다는 칭찬을 받아 화가가 되고 싶었어요. 초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부산 범어사에 입산했는데 그때부터 화가의 꿈을 간직한 채 다양한 그림을 그렸어요.”

정산 스님은 “그림을 그리면 그릴수록 우연히 발견한 매니큐어의 독특한 질감과 색감에 매료됐다”며 “매니큐어는 섬세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들의 멋을 내는데 사용하는 화장품이어서 색감들이 세련되고 절제된 색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또 “인간의 본성 역시 속세의 번뇌에 시달리고 치여서 잊고 지낼 뿐 존엄하고 아름답고 귀하다”며 “야생에 핀 들꽃 그림들을 통해 부처님 마음처럼 순수한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려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작품 54점 대부분은 꽃과 나무들이다. 사찰음식 관련 책을 펴내는 과정에서 봐왔던 수많은 꽃들의 아름다움을 스님 눈에 찍어놨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그것들을 다시 되새김해 매니큐어라는 독특한 오브제로 다양한 화판에 옮긴 것이다.

미술평론가 김광명 교수(숭실대 예술철학과)는 “예술행위에는 최소한의 기교가 필요하지만 우리의 고유한 미의식은 무기교의 기교”이라며 “정산 스님의 작품은 무욕의 경지, 그리고 그 맛(味)과 아름다움이 삼위일체가 되어 새로운 미학적 접근방식으로 자리매김 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평했다.

정산 스님은 40여 년 전부터 전국 사찰에서 사라져가는 사찰음식의 전통을 잇기 위해 별좌(음식을 만드는 책임자)나 원주(절 살림의 총괄하는 직책) 등을 맡으며 사찰음식을 찾아내 기록하고, 신문이나 잡지 등에 연재하며 이를 세상에 알려왔다.

스님은 또한 1981년 중앙일보와 TBC가 공동 주최한 ‘전통음식 발굴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저서로는 <산채요리> <한국사찰음식> <눈으로 먹는 절음식> 등이 있다. (02)735-9938
글= 김주일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2007-12-22 오후 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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