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마다 장엄하게 모셔진 불상은 사람들에게 환희심과 신심을 불러일으킨다. 불상은 그동안 어느 시대의 것인지만 중요했을 뿐 누가 만들었는지 주목받지 못했다. 불상을 보며 누구나 한번은 가졌을 “누가 만들었을까”하는 궁금증을 해소해 줄 도서가 출간돼 눈길을 끈다.
그것은 바로 <조선후기승장인명사전>이다. 이 책에는 조선후기(1600~1910)때 불상을 제작한 조각승과 이들 불상을 중수ㆍ개금한 승려장인의 활동이 나와 있다.
승장(僧匠)은 승려면서 장인을 일컫는 말이다. 사전의 시기가 조선후기로 한정된 것은 임진왜란 때 다수의 사찰이 소실돼 17세기에서 18세기까지 중창과 중건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책은 ‘언제 살았던 누가 어떤 불상들을 만들어 이것이 지금은 어디에 모셔졌는지’를 말해 준다. 한 예로 “계초(戒初: 1754~1790)는 1754년에 수화승으로 전남 곡성 수도암 목조관음보살좌상을 제작하고, 1757년에 수화승 상정과 전남 구례 화엄사 대웅전 삼존불상을 개금했다. 1790년 경기 화성 용주사 대웅전 목조석가삼존불좌상 중 석가불을 제작할 때, 전라도 정읍 내장사 통정대부로 언급돼 있다. 그는 18세기 전반의 조각승 진열과 상정을 계승한 대표적 조각승이다”라는 설명과 함께 스님이 조성한 불상 사진이 수록돼있다. 연구자들을 위한 문헌기록과 참고문헌도 빠지지 않았다.
이 책에 수록된 승장은 모두 942명으로 조선후기 300여년동안 전국을 무대로 활동했던 승려들이다. 불상을 조성한 승장 뿐 아니라 118명의 수화승(首畵僧: 불상 조성의 책임자)에도 주목했다. 수화승을 함께 기록한 것은 불교조각품을 만든 조각승들의 행장과 사승(師承)관계의 파악에 도움을 준다. 책을 쓴 최선일 박사(경기도 문화재전문위원)는 이들을 쫓아 3년간 전국 사찰에 발품을 팔았다. 불상의 발원문, 불화의 화기, 사찰의 사적기 또는 비문 등 300여건의 기록을 정리했다.
김리나 명예교수(홍익대)는 “이번 인명사전의 발간을 계기로 조선후기를 넘어 전 시대에 걸친 조각승 뿐 아니라 불화승, 주종장(종 만드는 승려), 도편수(목수) 등 다양한 불교미술 연구가 활발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불교회화’편이 출간될 예정이다. (02)718-4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