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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눈으로 대중문화 읽기
문화작품을 불교의 눈으로 재해석하는 자리
1999년 개봉된 영화 ‘매트릭스’를 본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었다. 불교사상이 녹아 있다고. 혹은 성경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11월 30일 동국대에서 열린 인도철학회 추계학술대회에 모인 이들도 그랬다. 문학ㆍ게임ㆍ영화ㆍ만화를 소재로 나뉜 발표들은 문화 작품을 불교의 눈으로 재해석하고, 그 속에 담긴 불교 이미지를 찾는 자리였다.

최원섭(동국대 불교학과 박사과정)씨는 ‘타임머신과 예언의 불교적 이해‘를 통해 영화 ‘데자뷰’와 ‘넥스트’에 대한 불교 읽기를 시도했다.

‘데쟈뷰’는 뉴올리언스 부두의 페리호 폭파 사건을 수사하는 더그 칼린(덴젤 워싱턴)이 폭파 사건 이전에 사망한 클레어(폴라 패튼)가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직관에 타임머신을 통해 추적을 한다. 폭파 이전의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내던 더그는 결국 자신이 직접 폭파 직전의 상황으로 가서 클레어를 구하고 폭파를 막는다는 것이 줄거리다. ‘넥스트’는 ‘데쟈뷰’가 하려던 이야기를 미래로 돌렸다는 점에서 비슷한 영화다.

최원섭씨는 “5온, 12처, 18계가 바로 일체라는 불교의 이해 방식에는 내가 주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범위 이내의 것만이 내게 의미 있는 것”이라는 설명을 근거로 타임머신과 예언의 허구를 지적했다.

타임머신에 대해 최씨는 “영화에서처럼 타임머신을 이용해 과거로 가서 상황을 바꾸면 그것을 영향으로 현재가 달라진다. 이때 과거로 간 나는 현재의 내가 아니다. 그와 나 사이에 타임머신을 이용한 기억이 공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언을 “무한한 가능성 중에 한 가지 양상을 말하는 것뿐”이라고 정리하며 “예언은 예언의 성격상 기본적으로 실현될 수 없다”고 단정했다. “앞으로 이러저러한 일이 벌어질 것이니 피하라고 알려주려는 것이 바로 예언의 목적인데 예언자의 예견하는 행위가 더해져 다르마와 접촉하면 이미 변화가 이루어져 버리기 때문에 예정대로 사건이 벌어질 수는 없다”는 것이 이유다.

최씨의 주장은 “타임머신과 예언을 소재로 한 영화는 불교적 이해로는 타당하지 못한 기독교적 설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최씨는 “SF영화의 소재들에는 불교와 만날 수 있는 장치들이 많다. 불교 장치가 깔린 영화를 만들어내야 불교를 상식화하고 그렇게 상식화된 불교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당부를 아끼지 않았다.

‘롤플레잉 게임 상의 세계경험’을 발표한 최지연(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보조연구원)씨는 게임중독의 대명사로 회자됐던 ‘리니지’라는 게임을 통해 상키야 학파의 이론(인도이원론)을 설명했다.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는 캐릭터에게 지성을 부여하고 그 행위 결과를 감수한다”는 점을 지적한 최씨는 “현실세계의 자신이 게임을 하는 동안의 기쁨과 분노, 슬픔을 향수한다. 이렇게 게임세계에 대한 캐릭터의 경험은 플레이어의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현실세계의 존재인 플레이어를 ‘푸루샤’로, 게임의 주체를 푸루샤의 지성이 반영된 ‘붓디’로 설명했다. “붓디가 푸루샤의 지성을 자신이 그런 듯 착각하는 것처럼 캐릭터도 가상판단이라는 판단력을 가지며 아함카라 이하의 기관들을 지배한다”고 해 캐릭터를 아함카라와 11근으로 봤다. 눈으로 보여지고 귀로 들리는 게임 환경은 5유와 5대로 풀었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소설 <빠삐용>을 힌두철학으로 푼 박효엽 연구원(경북대 동서사상연구소)은 ‘빠삐용과 힌두철학’을 통해 “<빠삐용>에서 주인공들이 문명의 고통에 시달리고 그것에서 탈출하고자 했다는 점이 힌두철학의 윤회ㆍ환생과 유사하다”는 점을 주장했다.

대중문화를 통해 불교적 사유를 궁리한 이들의 발표는 극장을 나오며, 혹은 책을 덮으며 나눌 수 있는 내용에 철학적 전문용어가 더해진 모습이다. 딱딱하고 지루한 현학적 담론을 벗어나 가벼운 소재로 학문의 대중화를 꾀했다는 점은 신선하다. 한편 해당 대중문화를 접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딱딱하고 지루한 현학적 담론보다 더한 답답함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이제 문화행사와 함께 하는 학술대회가 열릴 날도 머지않았다.
조동섭 기자 | cetana@buddhapia.com
2007-12-04 오후 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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