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 생활 > 복지
겉모습 달라도 한목소리로 "가갸거겨"
신길종합사회복지관 결혼이민여성 한국어교실 수료식 현장
서울 신길복지관에서 준비한 결혼이민자여성들의 한국어교실 수료식이 11월 28일 있었다.

11월 28일 서울 신길종합사회복지관(관장 공상길) 3층 강당. 앞쪽으로 ‘한국어교실 수료식’이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그리고 강당에 준비된 의자에는 여성들이 약 50여명 앉아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금발 여성, 중국말을 쓰는 여성, 동남아 언어를 쓰는 여성 등이 섞여 있다. 각기 다른 외양을 한 그들이 한국어로 서로 대화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우리나라도 다문화 시대로 가고 있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그렇지만 검은 머리, 검은 눈, 노란 피부로 대표되던 한국인의 이미지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이날 강당에 모인 사람들은 아마도 그 속에서 온전하게 한국 땅의 한국인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결혼이민자’라고 부른다.
“오늘은 여러분들이 한국말을 열심히 배워 수료증을 드리는 날이에요. 지금까지 너무 수고 많았습니다.”

한국어교실 담당 김유미 복지사의 말과 함께 수료식과 잔치가 시작됐다. 비록 종이 조각 하나일지라도 수료증은 그들이 한국말을 배우기 위해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문서다. 수료식과 함께 벌어진 잔치는 결혼이민 여성들이 손수 음식을 조금씩 준비해 와서 나눠먹는 ‘포트락 파티(Pot-Luck Party)’ 형식이었다.

“어머나, 이거 한 번 먹어봐요. 이게 뭐에요?”
“아, 이것은 러시아 전통 스프에요.”

서로 고향이 다르다 보니 가지고 온 음식도 천차만별이다. 각자 원래 쓰던 언어도 각양각색. 하지만 한국어로 하나되고 한국어를 통해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어 그들의 표정에는 뿌듯함이 가득하다.

사실 이들 중에는 중국 조선족이나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이 많다. 그들은 외모상으로는 그저 평범한 한국 사람처럼 보인다. 김 따지아나(25)씨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5년 전 한국 땅에 온 따지아나씨는 고려인 4세다. 한국 말도 어지간히 잘 한다. 고향에서부터 잘했냐고 묻자 고개를 흔든다.

수료증을 받는 결혼이민자여성들.

“아무 것도 모른 채 왔어요. 여기 복지관에 온 것은 어떤 학원에서 돈 주고 말 배운 후에요. 좋은 프로그램이 있대서 바로 찾아왔지요.”

딸 세연이(4)를 어디 맡길 수가 없어 계속 데리고 한국어 교실에 다녔다는 따지아나씨는 “수업 하면서 본 자료사진에서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시던 집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또 한국어 교실에서 우리 밥상차리기도 배울 수 있었다며 딸과 함께 놀이 삼아 예쁜 상차림 하기를 좋아한단다.

똑소리 나는 텐 마리나(32)씨는 내친김에 복지관에서 마련한 겨울방학 한국어 특강을 듣고는 한국어능력시험까지 치를 작정이란다. 한국어 공부에 재미를 붙였더니 욕심이 생겨 하는데 까지 해보기로 한 것.

신길복지관의 결혼이민자를 위한 한국어교실은 올해 3월부터 시작됐다. 현재는 초급, 중급1, 중급2 3개 반으로 각각 20명의 여성들이 각자의 능력에 맞게 반 배정을 받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한국 땅에 살고 있어서? 사실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이들은 아무래도 결혼한 ‘아줌마’들이다 보니 아이 한 둘씩은 있다.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데리고 다녔다는 여성들도 꽤 된다. 이 여성들의 고민은 당연히 자신들보다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이 땅에서 좀 더 잘 정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일 터.

러시아에서 온 다냐씨가 한국어교실 수료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러시아에서 온 한국에 온지 6년 됐다는 다냐(27)도 이런 고민을 많이 했단다. 말하고 듣는 것은 어지간한 눈치로 배웠지만 글을 읽을 줄 몰라 답답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내년이면 유치원에 들어가야 할 딸 때문에 한국어를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다냐. 아이 유치원 입학 때문에 서류를 떼다 보니 서툰 한국어로는 엄마 노릇도 제대로 할 수 없겠다는 위기 의식이 강하게 들었단다.

신길복지관 김유미 복지사는 “결혼이민자 여성들이 한국 생활 초기 적응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면서 “빨리 언어를 습득해 현지화 되는 과정이 이들의 행복한 한국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각자 가져온 음식을 나눠 먹는 포트 락 파티를 즐기는 모습.

흔히 시골에서만 ‘외국인 며느리’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서울에도 많은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민 여성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우리 글을 배움으로써 온전한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모두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 그 가능성을 신길복지관에서 지금 보여주고 있다.

결혼이민자를 위한 한국어교실은…
올해 처음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내년에도 계속해서 시행될 예정이다. 앞으로 정례화해서 인근 여성은 물론 도움이 필요한 결혼이민자 여성을 위해 ‘집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도 펼칠 계획이다. 현재는 결혼이민 여성들을 위한 컴퓨터 교실도 열고 있다.(02)831-2755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7-12-03 오전 10:02: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