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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는 청각장애인과 대화하기 위한 하나의 언어입니다. 손짓이 예쁘다고 단순한 호기심으로 접근하면 실망하기 십상이죠.”
수화는 언어와 똑같다. 단어가 생기기도 사장(死藏)되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 외래어도 받아들인다. 따라서 청각장애인에게 불교에 대해 설명하려면 당연히 기존 수화에서 불교와 연관된 손짓을 만들어 보급해야 한다. 김 회장에 따르면 ‘부처님’이라는 단어 하나를 만들어내는데도 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있었단다. 그런 과정을 거쳐 비로자나불의 수인(手印)이 ‘부처님’으로 확정됐다.
이런 것들을 설명하며 김 회장은 시종일관 진지했다. 그는 원심회 1기도 아닌 ‘0기’로 출발했고 원심회가 생긴 것은 88년이니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불교수화를 연구하고 가르쳐왔다. 거기다 원심회 수장. 이래저래 임무가 막중해 “책임감만 늘어간다”고 토로할 만하다.
그가 이렇게 ‘진지한 사람’이 된 까닭은 장애인 법회,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등에 불자들의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서다.
예전에는 한 기수당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수화를 배우러 원심회에 가입했으나 지금은 광고를 내도 1~2명 가입할까 말까다. 후원회원도 이전에 비하면 4분의 1수준이다. 게다가 강사 층도 얇다. 김 회장은 “사람이 너무 없다 보니 몇 달 배운 사람이 강의에 나가야 할 지경까지 이르렀다”며 한숨을 쉰다.
“스님들께서 수화를 배우시지 않는 게 가장 서운하죠. 스님들께서 청각장애인에 관심을 갖고 계셔야 장애인 포교가 수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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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정부에서 <표준수화사전>을 편찬했을 때, 이웃 종교에 비해 빈약한 불교수화를 보며 부끄러웠단다. 그 감정은 다른 누군가에게가 아닌 자신에 대한 힐책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올해 드디어 만들어 낸 것이 ‘찬불가 수화 CD''. 현재 원심회에서 무료배포 중이다.
“고작 서른 곡 남짓이에요. 그렇지만 우리 아니면 누구도 못한다는 생각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어요.”
걱정은 많아도 그는 ‘원심회’라는 자부심을 잃지 않는다. 김 회장의 끊임없는 애정과 자부심이 아니었다면 원심회가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원심회 법당에서 진행하는 청각장애인법회도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 속에 있어도 그의 ‘수화’와 청각장애인에 대한 열정은 꺼지지 않는 등불처럼 빛난다. 그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꿈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꿈이 있는 사람은 언제나 강하기 마련이니까.
“앞으로 좀 더 청각장애인들에 대한 수화통역센터를 추진하고 싶습니다. 거창한 건물을 짓는 것 보다는 조계사에서 거점을 만들어 불자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은 생각입니다.”